미래기술 / 안드로이드

글로벌 칼럼 |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구글 어시스턴트의 불편한 진실

JR Raphael | Computerworld 2016.10.19
구글의 새로운 어시스턴트 기능을 사용하다 보면 마치 미래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여러 면에서 미래 지향적인 기능이다.

그러나 최근 어시스턴트에 관한 대부분의 논의에서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다른 특징도 있다. 바로 구글 어시스턴트를 사용하다 보면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는 점이다. 많은 측면에서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잘 알려졌다시피 구글 어시스턴트는 인공 지능 기반 봇이다. 사람처럼 이야기하고, 질문에 대한 답하기부터 약속 잡기, 감동적인 마일드 살사 만들기까지 못 하는 일이 없다(물론 마일드 살사 만들기는 아직 못하지만 어차피 시간 문제일 뿐임).

어시스턴트는 구글 알로(Allo) 채팅 앱, 구글 홈 탁상용 스피커, 그리고 새로운 구글 픽셀 폰에 상주하며 특히 구글 픽셀 폰에서는 안드로이드 인터페이스에서 새로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그리고 안드로이드 이외의 기기까지)에도 적용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어시스턴트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봄 구글 I/O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처음 나왔는데, 항상 새롭고 흥미로우며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최첨단 A.I.로 포장됐다. 그러나 필자는 어시스턴트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어떤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바로 구글 어시스턴트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은 안드로이드 및 기타 구글 제품에서 몇 년 전부터 이미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 실질적인 용도 측면에서 볼 때 구글 어시스턴트는 과거의 음성 검색, 구글 나우, 그리고 나우 온 탭 기능을 확장해서 브랜드만 바꿔 붙인 것에 불과하다.

이 말이 과장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난 주 구글 이벤트 비디오를 보고, 무대에서 시연된 다양한 어시스턴트 명령을 안드로이드 기기의(비교적 신형이라면 어떤 기기든 관계 없음) 구글 검색 막대에 입력해 보라. (폰 기반 어시스턴트 데모는 비디오의 20분 부분부터 시작되며 홈 기반 데모는 약 59분 부분부터 시작된다.)



구글의 공식 어시스턴트 소개 비디오를 보고 해도 된다. 이 비디오 역시 음성으로 활성화되는 제품 기능을 주로 다루는데, 이 기능이 마치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처럼 표현한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다. 데모에서 어시스턴트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거의 모든 예는 기존 안드로이드 폰에서도 비슷하게 작동한다. 다만 어시스턴트의 역할을 음성 검색, 구글 나우 또는 구글 나우 온 탭이 대신할 뿐이다. 어시스턴트가 대대적으로 내세우는 대화 기능은 대명사를 사용한 후속 질문을 인식할 수 있는데(예를 들어 "밥켓 골드스웨이트는 몇 살이지?"라고 물은 다음 이어서 "그 사람은 고향이 어디야?"라고 물을 수 있음), 이 기능조차 진작부터 구글 소프트웨어에 있던 기능이다.

공정을 기하자면 어시스턴트는 몇 가지 측면에서 유의미하게 진화하긴 했다. 음성 상호 작용을 통해 제어할 수 있는 서드파티 앱과 기기의 종류가 늘어났다. (다만 서드파티 상호 작용의 개념 자체는 새롭지 않다. 구글은 지난 봄부터 이 기능을 공개했고 네스트(Nest), 오픈 테이블(Open Table)과 같은 기업들이 꽤 오래 전부터 참여 중이다.) 또한 상호 작용 경험을 더욱 인간과 가깝게 만들었다는 점도 인정할 만하다. 일부 결과가 제시되는 방식도 다듬고 개선해서 화면을 보지 않고도 내용을 이해하기가 더 쉬워졌다.

구글 홈 기기는 여기에 새로운 실용적 기능을 추가해준다. 예를 들어 음성만으로 가까운 크롬캐스트 또는 크롬캐스트 오디오에 연결된 장비로 음악이나 비디오를 보낼 수 있다. 또한 올해 12월에 출범하는 공개 개발 플랫폼을 통해 더욱 많은 기업들이 각자의 제품을 대화식으로 어시스턴트에 통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기능들은 플레이 스토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 구글 앱에, 떠들썩하게 꾸미지 않고도(또는 I/O 무대에서 잠깐 언급하는 정도로) 얼마든지 추가될 수 있는 기능들이다. 어시스턴트는 대부분 이미 있는 기능을 다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즉, 오래 전부터 익숙한 개념의 기반을 다듬고 그 틀을 넓힌 것이다. 다만 이러한 행보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빠졌던 가장 큰 요소는 광범위한 소비자 인식일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들 중에서 나우 온 탭이 무엇인지(심지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안드로이드의 현재 음성 명령 기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기술에 집착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 중에서도 음성 검색과 구글 나우의 차이점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자신 있다면 큰 목소리로 그 차이를 설명해 보라. 얼마나 알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해보기 바란다.)

시리에 대해 무슨 말을 하든 자유지만(실제로 할 말이 많다), 애플의 가상 비서 시리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마니아를 제외한 보편적인 소비자에게 구글 나우에 대해, 또는 더 범위를 넓혀서 안드로이드 폰에서 음성을 통해 수행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 보라. 그러면 구글이 몇 년 전부터 우리에게 제공해왔던 기능을 새삼 다시 포장해서 다시 내놓은 이유를 아마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핵심은 구글이 그동안 기능 마케팅에 서툴렀음을 인식했고, 이제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시하기 시작했다 데 있다. 그동안 구글에게 가장 부족했던 부분은 기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폭넓은 인지와 이해였을 것이다. 원래부터 있던 여러 기능들을 더 명확하고 접근성이 높은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이를 "새로운" 것으로 발표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픽셀 폰, 구글 홈과 같은 주목을 끄는 제품과 곁들여 이 패키지를 관심의 초점으로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구글이 가장 독보적으로 갖춘 기술이면서도 늘 간과되는 자산 중 하나인 A.I.를 더 심층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어시스턴트의 리브랜딩은 분명 현명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위에서 모든 사람들이 지난 몇 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듯 행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 필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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