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C의 호환성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라즈베리 파이에 문제가 있다. 신형 라즈베리 파이는 2개의 USB-C 포트 핀에 한 개의 저항을 공유해 사용하는데, 공식 USB-C 사양은 핀마다 저항을 둘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기준을 준수하지 못한 설계 때문에 유럽연합의 자동차 분야 인증 제도인 e-Mark를 받은 케이블로는 충전 기능이 동작하지 않는다. e-Mark 케이블은 애플의 맥북이나 윈도우 10용 노트북에 제공되는 USB-C 충전기이다.
라즈베리 파이 4는 이런 e-Mark 케이블을 충전기가 아니라 오디오 어댑터 액세서리로 인식해 전원 연결을 거부한다. USB-C 문제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닌데, 닌텐도 스위치도 비표준 USB-C 포트를 탑재해 모든 케이블을 지원하지 못하고 초기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은 불량 케이블 때문에 불이 나기도 했다.
USB-C 전문가이자 구글 엔지니어인 벤 룽은 하드웨어 설계자들에게 영악한 회로를 만들지 말고 USB-C 사양을 정확하게 구현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룽은 라즈베리 파이 팀은 제품 출시 전에 e-Mark 케이블을 테스트해 봤어야 한다며, 맥북 충전기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라즈베리 파이 팀에게 “가능한 한 빨리 설계를 바로 잡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설계 교정 작업은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라즈베리 파이 대변인은 표준을 준수하는 USB-C 충전 포트를 탑재한 개정 보드가 몇 개월 내에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라즈베리 파이 4를 구매한 사용자는 e-Mark 케이블을 사용하지 않아야 충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반 스마트폰 충전기를 사용하거나 8달러 라즈베리 파이 공식 USB-C 충전기를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라즈베리 파이처럼 인기 있는 제품이 이처럼 쉽게 피할 수 있는 문제를 겪는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세상이 무너지는 치명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위안으로 삼는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