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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이제는 애플 터치펜이 나와도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

Michael Simon | Macworld 2015.09.04
“웩웩”

터치펜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짧은 평가였다. 이 한마디로, 스티브 잡스는 터치펜을 완전히 매장해 버렸다. 아이폰을 소개하는 기조 연설에서 잡스는 ‘잃어버리기 쉽고,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를 들어 터치펜이 아이폰에는 맞지 않는 입력 도구임을 분명히 했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터치펜을 등 돌리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잡스의 그 ‘웩’이라는 한마디였다. 잡스의 그 한마디가 있기 전까지 사람들의 터치펜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애플의 아이폰에 터치펜이 더해진다고 해서 거기에 결사반대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잡스가 터치펜에 진절머리를 낸 덕분에, 터치펜은 쓸모 없는 존재로 취급 받게 됐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잡스는 터치펜에 대해 덧붙이며, 터치스크린 기기의 경우 “터치펜이 딸린 기기는 망한 기기라고 봐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사람들이 이미 터치펜을 사용해 각종 서식을 작성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애플 팬들에게 터치펜은 이미 공공의 적 정도로 인식되어 우리가 자연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손가락에 비해 한없이 열등하고 쓸모없는 기기로 전락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바일 기기와 멀티 터치의 성장과 더불어 스타일러스 펜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이제 더는 단순히 편한 ‘터치’를 위하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잡스가 무시했던 그 쓸모없는 막대기가 이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스마트 기기라 평가받을 정도로 발전한 것이다. iOS의 표면적이 아무리 넓다 한들, 그래서 손가락만으로도 충분하다 한들, 터치펜의 정확도에는 따라갈 바가 못 된다. 강도, 압력, 버튼 컨트롤 등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기능을 대단히 넓혀줬으며 디스플레이의 크기 및 유용성 사이 격차를 잇는 역할을 했다.

필자 역시 터치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인정할 때가 온 것 같다. 아이패드에도 터치펜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요점부터 말하자면...
애플은 새로운 기술을 내놓을 때마다 가장 먼저 입력 장치를 부각했다. 맥을 출시할 때는 마우스를 내놓았고, 아이팟 역시 클릭휠 덕분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혁명을 일으킨 멀티터치도 그렇고, 애플 워치 역시 기존 시계의 용두(Crown)를 변형시켰다.

더 뉴턴(the Newton)이라는 회사를 떠올려보자. 더 뉴턴은 시대를 앞선 나간 기업으로 평가받는데, 핵심 입력 장치는 놀랍도록 단순하게 만들었다. 메시지 패드에는 터치 디스플레이가 있었고,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았다. 메시지 패드 포장을 뜯어 보면 오른쪽에 자신의 손 필기와 똑같이 글씨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은 플라스틱 막대가 동봉되어 있었다. 터치펜이었다. 터치펜은 당시에는 혁명적인, 시대를 초월한 기기였고 더 뉴턴의 제품 자체는 크게 히트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뉴턴의 터치펜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터치펜은 사실상 PDA의 표준 입력 장치가 되었고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그 지위를 쭉 유지했다.


만일 애플이 지금 터치펜을 내놓는다면 더 뉴턴이 그랬던 것처럼 업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애플의 입력 장치들은 대개 수요(전자 기기 자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가 있어 탄생한 거지만, ‘포스트’ 애플 터치펜은 기존의 인터페이스를 강화하고 보완하기 위한 기기일 것이다. 애플이 멀티 터치용으로 터치펜을 제작한다면 파워북 500의 트랙패드와 다소 비슷할 것이다. 자신이 대체한 기기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함은 물론 역량의 한계를 뛰어넘은 그런 기기가 될 것이다.

손가락으로는 할 수 없는 일, 터치펜으로는 할 수 있다
피프티쓰리(FiftyThree)에서 내놓은 ‘펜슬(Pencil)’은 단순한 디지털 필기 도구 그 이상이었다. 앱이 먼저 개발된 덕분에 엔지니어들은 인터페이스에 맞춰 입력 장치를 만들 수 있었고, 그 결과 유용성만큼이나 가치를 중시하는 기기가 탄생했다. 펜슬 덕분에 아티스트들은 더욱 풍부하고 정교한 작품 활동을 더 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손가락으로는 불가능한 정교한 표현이 가능해졌다.


애플 펜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매우 흥미롭다. 우리의 손가락이 할 수 있는 작업은 매우 제한적이며, 12인치 아이패드 프로가 만일 정말로 현실이 된다면 멀티 터치 역시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애플 워치를 내놓으며 작은 디스플레이용 iOS를 재해석한 것처럼, 아이패드 프로 역시 단순히 크기만 키운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iOS를 이용하는 기본적인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롭게 탐색하고 작업하는 방식을 내놓을 것이며 블루투스 터치펜은 이럴 때 유용할 것이다.

애플의 압력 장치들은 자사 기기에서 속도와 효율성을 추출한 낸 것들이었지만 애플 펜은 이와는 조금 다른 새로운 영역이 될 것이다. 부차적인 제어 기기인 터치펜은 없다고 해서 큰일 나는 기기는 아니지만 필요한 사람에게는 새로운 차원의 퍼포먼스와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커가는 터치 디스플레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애플에서 스타일러스 펜을 내놓는다면 점점 더 커지는 스크린을 터치하기 위해 손가락 요가를 할 필요도 없어지겠지만, 애플이 삼성처럼 자사의 기기에 터치펜을 함께 출시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펜의 삽입 문제는 젖혀두더라도, 모바일 기기에 터치펜을 동봉한다는 것은 터치펜이 더 우수한 입력 장치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은 자명하다. 애플 펜이 멀티 터치를 대체하는 시스템은 상상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렇지만 아이패드 프로는 아이패드 에어를 포함해 지금까지의 기기들과는 조금 다르다. 13인치 크기의 태블릿은 손에 들고 쓰기보다는 테이블에 올려놓고 쓸만한 기기이며 iOS9의 멀티태스킹 기능을 참고하면 그런 큰 크기의 기기에 여러 가지 앱들을 어떻게 디스플레이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아이패드 프로의 특정 강점을 이용하는 스타일러스 펜은 이러한 새로운 시스템을 한층 더 열어주며 더욱 쉽게 태블릿과 맥 사이에서 오가며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아이패드 프로가 성공을 거두려면 아이패드 프로와 다른 제품간에 확연한 구분을 지어줘야 할 것이며 포스 터치를 비롯한 멀티태스킹의 확장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애플은 현재 포스터치 기능 일부분만을 공개했을 뿐이다. 멀티터치 이후 가장 기대되는 기술로써 포스터치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기기들을 찾아내 적용하는 일이 남았다. 지금 거의 확실시 되는 것은 포스 터치가 아이폰 6s와 아이패드 프로에 적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터치 펜이 더해진다면 포스 터치의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터치펜의 가능성
이제 터치펜에서 감압과 손바닥 인식 방지 기능은 기본인데, 애플의 블루투스 펜에는 한 가지 더 추가될 수도 있다. 멀티 터치에서는 불가능한 스마트 단축키, 제스쳐 등을 통해 워크플로우와 탐색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트랙패드 덕분에 더욱 정확하고 효율적인 움직임이 가능했던 것처럼 포스터치와 애플 터치펜의 만남은 iOS를 더욱 유동적이고 직관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 줄 것이며, 온도나 메시지 미리보기, 위젯 호출 등도 알림센터를 통하지 않고도 디스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마침내 아이콘 그리드의 필요성 자체를 아예 없애 버려 독의 한계해 아무 곳에서나 앱 서랍에 접근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터치펜에 대한 잡스의 생각이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니다. 당시만 해도 사실상 터치펜이 손가락에 비해 별다른 우위를 갖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날로 커지는 디스플레이 크기와 블루투스의 성능, 그리고 포스 터치 기술의 등장을 생각해 보면 이제 터치펜은 애플의 아이패드 판매량에 날개를 달아줄 비책이 될 수 있다. 스티브 잡스의 터치펜에 대한 평가는 이제 잊어도 좋지 않을까?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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