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전자투표의 신뢰성, 기록문서에 달렸다

Phil Johnson | ITworld.com 2012.11.07
전자투표기는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투표시 발행되는 종이기록 없이는 종이투표 만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7일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필자도 미국 대선 투표를 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메사추세츠 주는 종이 투표를 실시한다. 두꺼운 투표용지에 마커로 적합한 타원에 채워넣음으로써 한표를 행사한다. 그러면 투표용지는 광학 스캐너로 읽혀 집계된다. 이러한 방식은 사실 필자의 피츠버그의 초등학교 시절인 1970년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투표용지에 표기하는 방식은 35년전부터 표준화된 빈곳 채우기와 본질적으로 같다.
 
왜 그럴까. 이제 모닝커피 값을 휴대폰으로 지불할 수 있는 시대인데 선거는 왜 오래된 방식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첨단 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과연 확실하게 더 좋아지는 것일까. 그러나 투표에 첨단기술을 꼭 이용할 필요는 없고 사실 오래된 종이투표를 바꾸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요즘 미국내 거의 모든 투표는 하나 혹은 두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통 광학적으로 스캔하는(여전히 일부 수작업 집계도 있지만) 종이투표 혹은 DRE(Direct Recording Electronic, 직접 기록 전자장치)를 이용한 투표가 그것이다. DRE 투표기는 기본적으로 스크린에 투표용지가 나타나는 컴퓨터를 이용한다. 유권자는 버튼이나 터치스크린을 눌러 지지하는 후보자를 선택하고 투표 진행과 개표는 (이미 예상하겠지만) 컴퓨터를 통해 진행된다.
 
그러나 DRE 투표기는 종이투표에는 없는 명백한 문제를 갖고 있다. 먼저 컴퓨터 시스템들은 작동이 멈추거나 오작동할 수 있다. 둘째 내부 소프트웨어는 버그가 있거나 해킹당할 수 있다. 세번째 이러한 투표기들도 중간자공격(man-in-the-middle attack, 불법 프로그램이 컴퓨터 통신에 끼어들어 정보를 훔쳐내거나 임의로 수정하는 것)의 표적이 돼 투표 결과 조작에 이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상용이고 영업비밀로 보호되기 때문에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를 검증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다.
 
DRE의 가장 문제는 무엇보다 기록문서가 없다는 것이다. DRE로 투표를 했는데 VVPAT(Verified Voter Paper Audit Trail, 유권자 확인을 위한 종이 감사추적, 투표 결과를 기록한 일종의 영수증을 자동으로 종이에 출력해 신뢰도를 높이는 것)가 진행되지 않을 때 선거 이후 컴퓨터나 담당자의 실수로 재검토가 필요할 경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기기가 고장났는지 여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 투표 행위에 대한 기록문서가 있는 한 최악의 경우 이를 재집계할 수 있고 합리적으로 적절한 후보가 승리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DRE 방식을 사용하는 미국의 주들과 선거구들은 VVPAT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까. 검증된 투표를 바라는재단(Verified Voting Foundation), 러트거스 로스쿨(Rutgers School of Law) 등은 지난 여름에 각 주의 투표 기술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기록문서를 남기는지 여부, 기술 결함에 대한 대비 계획이 있는지, 선거후 감사(audit) 또는 개표와 조정 절차가 이뤄졌는가 여부 등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는 단독으로 혹은 종이투표와 함께 DRE를 사용하는 23개 주를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이들 가운데 16개 주가 '부적격'(inadequate) 판정을 받았다. 이는 DRE를 사용하는 주의 일부 혹은 전부가 VVPAT를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전자투표를 실시하는 주의 거의 절반과 이들 중 2/3가 기록문서를 남기지 않았다. 선거가 후보자간 초접전으로 흐르거나 오동작, 사기 관련 법적 다툼이 발생할 경우 투표결과가 오류없이 집계됐는지 되돌려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보고서는 종이투표가 그 대안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광학 스캐너는 동작을 멈추거나 오동작할 가능성이 있고 종이투표 조차도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선거 후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 사실 이 보고서는 종이투표를 실시하는 메사추세츠주에 대해 '개선 필요' 등급을 부여했다. 투표결과가 오류없이 집계됐음을 보증하기 위한 선거후 감사가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마도 머지 않은 시기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전자투표를 이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전통적인 종이투표가  전자투표보다 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ditor@idg.co.kr
 Tags 전자투표

회사명 : 한국IDG | 제호: ITWorld |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 등록번호 : 서울 아00743 등록발행일자 : 2009년 01월 19일

발행인 : 박형미 | 편집인 : 박재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