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전자투표의 잠재적 위험

Robert McMillan | Network World 2008.11.05

전자투표(E-voting)는 오래 전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켜 왔다. 2000년 대선 때는 투표 기기의 오류로 인해 무려 150여 만 표가 삭제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대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대선으로 기억되고 있다.

 

2002년에는 미 의회가 새로운 선거 지원법(Help America Vote Act)를 통과시키면서 수많은 지역구들이 모두 수십 억 달러의 예산을 들여 새로운 전자 투표기기를 도입했지만, 이후 사용되지 않거나, 신뢰성을 검증 받지 못해 다수가 폐기처분 된 사례도 있다.

 

또 캘리포니아 주와 플로리다 주는 광학 스캔 기기를 도입, 전자 투표 기기를 대체하게끔 했다. 이들이 사용하는 기기는 투표 용지를 컴퓨터를 통해 스캔한 후 투표 현황을 기록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이후 오류 발생 시 수작업으로 재확인할 때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수작업 개표가 가능한 종이용지를 사용하는 투표 기기들이 사실 투표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있어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말한다.

 

실제로 올해 대선 투표 때는 2004년보다 더 많은 수의 광학 스캔 투표 기기가 활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표 상의 오류가 나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대선에서,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전자 개표 기기 상의 오류에 대해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기기 기능 장애

프린스턴 대학교 컴퓨터 공학과 교수 에드 펠튼(Ed Felten)는 선거 당일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기기 장애라며, “즉, 기기의 고장이 발생하거나, 기기가 표를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플로리다에서는 부재자 투표 과정에서 광학 스캔 기기가 종이 투표 용지를 읽어 들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투표자가 투표소에서 별도의 확인 없이 인쇄한 투표 용지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마 이번 대선 투표에서는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역구 별로 자체 광학 스캔 기기에 적합한 투표 용지를 사전 확인 후 사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이와 비슷한 문제가 다시 발생한다면, 전자 투표 기기 오류가 2008년 대선에서도 상당히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펠튼 교수는 “실제로 과거 전자 투표 기기 오류가 투표 행사 전체를 말아먹은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문제는 광학 투표 기기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성장통” 중 하나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존스 홉킨스 대학교 컴퓨터 공학과 교수 애비 루빈(Avi Rubin)은 이와 비슷한 문제가 화요일 날 또 다시 발생하더라도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빈 교수는 “투표율이 급격히 높아질 예정인데다, 상당수의 지역구에서는 이번이 새로운 광학 투표 기기를 사용하는 첫 선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플로리다의 광학 스캔 시스템은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이후 수작업 개표를 통해 오류를 정정할 수 있다. 반면 이전 전자 투표 기기의 경우에는 실수나 오류가 발생할 경우, 문제가 조금 더 심각해진다.

 

기존에 사용하던 전자 투표 기기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24개 주 중에서 10개 주는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투표 상의 오류에 대비하기 위한 그 어떤 조치도 의무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이들 10개 주들 중에는 접전 지역인 콜로라도, 네바다, 그리고 버지니아 등이 포함되어 있다.

 

터치 스크린 상의 에러

부재자 투표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문제가 바로 터치 스크린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이와 관련된 문제는 이전 선거들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

 

만약 터치 스크린 기기를 사용해 본 이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터치 스크린은 화면에서 직접 원하는 옵션을 선택하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스크린 상의 메뉴 구분이 뚜렷해야만 한다. 그러나 문제는 터치 스크린을 보는 각도에 따라 누르는 곳의 위치가 틀려진다는 점이다. 즉 키가 170cm인 사람과 180cm인 사람이 동일한 메뉴를 누를 때 서로 다른 부분을 누른다는 것. 이렇게 되면 실수로 자기가 뽑고 싶어했던 사람 대신 다신 사람을 뽑을 여지가 분명히 발생한다. 손가락 마디가 아닌 손톱으로 스크린을 클릭해도 이와 유사한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이미 이와 같은 문제는 텍사스, 웨스트 버지니아, 콜로라도, 그리고 테네시 등에서 진행된 부재자 투표에서도 발생한 바 있는데, 심지어 미국의 인기 만화 “심슨 가족” 에피소드에서도 다뤄졌다. 터치 스크린 문제로 인해 버럭 오바마를 투표하는데 결국 실패하는 심슨의 모습이 한 장면으로 등장한 것.

 

훈련 상의 문제

기기가 이상이 없어도 투표소 직원 또는 봉사자들의 미숙함이 실수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스캔 문제도 부분적으로 따지자면 직원들의 탓도 있다 말할 수 있다.

 

단기간 내에 투표 기기와 방법이 자주 바뀌는 바람에 정작 투표소에서 투표를 돕는 이들조차 이들을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결국 사람들의 실수를 유발하고, 선거의 판도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시쿼이아(Sequioia)의 AVC 어드밴티지 투표 기기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는데, 그 결과 투표 기기가 치명적인 디자인 상의 오류가 있음이 밝혀졌고, 이 때문에 투표소 직원들이 버튼을 잘못 누르는 횟수가 더 잦아졌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이런 실수들이 모여 결국 투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이로 인해 몇몇 시민들은 자신의 투표권을 타의에 의해 박탈 당하거나 왜곡되는 것이다.

 

투표 기기들은 모두 연방 정부에 의해 인증 받은 것들이지만, 인정 과정에 인터페이스를 테스트하는 항목은 없기 때문에, 결국 선거 때가 되어서야 그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터져 나오는 것이다.

 

투표자의 실수

사전 훈련을 충분히 받는 투표소 직원들도 실수를 하는데, 투표자라고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 또한 투표에 실패할 뻔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윈프리는 시카고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장을 찾았지만, 터치 스크린 사용 미숙으로 결국 투표에 실패할 뻔 했다고 자신의 TV쇼에서 밝혔다. 윈프리는 “전자 방식의 투표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마 X표시를 충분히 하지 않았거나 너무 오래 눌렀던 것 같다. 내 실수를 되돌리려 했지만, 결국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윈프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성공했고, 그녀가 원하는 후보를 선택해 성공적으로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컴퓨터 공학과 교수 데이빗 와그너(David Wagner)는 “만약 연방 정부가 투표 기기 인증 작업의 일환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했더라면 이와 같은 투표자들의 실수는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와그너 교수는 또 “향후 새로운 투표 방식을 도입할 때에는 반드시 사용자 편의성 및 실수 가능성에 대해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으로 언제 새로운 투표 방식이 도입될 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투표자 등록 데이터베이스 문제

데이터베이스 문제 또한 이번 선거에서 불거질 수 있는 주요한 이슈 중 하나다. 상당 수의 지역구들은 올해 들어서야 중앙집중식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관한 HAVA의 가이드라인을 맞췄다. 실제 규정에 의하면 이와 같은 작업은 2006년 1월에 이미 끝났어야 했다.

 

데이터베이스로 인한 문제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실제 투표가 진행되면, 자신의 이름이 투표자 명단에 들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쓸쓸히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역구들은 HAVA의 요구사항 준수라는 명목으로 각자의 기준에 맞춰 투표자 명단을 대대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특히 플로리다 주와 같은 지역에서는 투표자 명단 포함 가능 조건을 보다 어렵게 설정해 둔 것.

 

와그너 교수는 화요일 하루 동안 과연 이들 데이터베이스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와그너 교수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나 또한 아직 예측할 수 없다”며, “별다른 문제가 부각되지 않을 수도 있는 반면, 실제로 투표자 명부에 누락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황당해 할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악성 공격

실제로 가장 위험한 문제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소 과소평가되고 있는 문제다. 그러나 실제로 악성 공격이 발생할 여지는 충분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투표 결과에 대한 해킹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

 

캘리포니아 주와 오하이오 주는 지역구의 투표 기술에 대한 철저한 사전 감사를 받은 바 있는데, 그 결과 테스트에 참여한 모든 투표 기기들이 잠재적인 해킹에 취약점을 드러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펠튼 교수는 “기술적인 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다 해킹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펠튼 교수는 이전부터 다이볼드(Diebold), 그리고 시쿼이아 투표 기기에 대한 보안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물론 각 지역구 마다 사용 중인 투표 시스템이 다 다르기 때문에 미국 대선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해킹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지역구들이 해킹 방지를 위한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우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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