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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애플 아이메시지 UX는 실패했다

Jason Snell | Macworld 2022.01.24
발표된 지 10년이 넘은 아이메시지(iMessage)가 돌연 다시 화제에 올랐다. 시작은 월스트리트 저널의 수상 쩍은 기사였다. 아이폰이 젊은이 사이에서 성공을 거둔 비결이 '또래 압력'이라고 분석했다.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룹 대화에서 아이메시지가 아님을 나타내는 녹색 말풍선 때문에 또래 친구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는 것이다.
 
ⓒ Michael Simon/IDG

그 기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유치했다. 파란 말풍선에 끼지 못하는 두려움이 현실이라고 해도, 그런 이유로 사람들이 아이폰 원한다든가, 애플 제품이 신분 상징물이기 때문에 구매한다는 것은 착각이다. 오늘날 아이메시지는 세계를 지배하는 '거물급' 메시지 서비스가 아니다. 오히려 아이메시지의 지난 10년은 전 세계적인 확산 정도, 사용자 경험, 혁신의 측면에서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깝다.
 

승부는 이미 결정됐다

누가 봐도 분명한 사실부터 살펴보자. 아이메시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들은 미국인 뿐이다.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아이메시지는 비주류다. 국가별로 구체적인 순위는 차이가 있지만 위챗(WeChat), 왓츠앱(WatsApp), 페이스북 메신저(Facebook Messenger)처럼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채팅 앱이 주류라는 것은 공통된 현상이다.

애플이 이런 흐름에 대처할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운 건강 문자 비용 때문에 전통적인 문자 메시지 기능이 더 빨리 외면 받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애플은 너무 늦었다. 애플이 경쟁에 뛰어들고 싶었다면 안드로이드용 아이메시지 앱을 만들어야 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결과 사람들은 다른 앱을 선택했다.

애플이 안드로이드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은 사실 아이메시지를 미국 외 국가에서 지배적인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로 경쟁시킬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애플의 목적은 통신업체가 통제하는 오래된 SMS 문자 메시지 시스템에 더 이상 의존할 필요가 없도록 애플의 운영체제를 바꾸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 기준으로 보면 애플은 성공했다. 아이폰(그리고 맥, 아이패드, 애플 워치) 사용자는 기본적으로 SMS를 사용하지 않고 아이메시지를 사용한다. 통신업체를 거치지 않고 애플의 서버를 통한다. 이것이 성공인가 싶겠지만 구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구글은 채팅 서비스를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이에 대한 억울한 감정은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에 대한 구글 임원진의 반응에서 잘 알 수 있다.

아이메시지의 역할은 아이폰이 애플 생태계 외부인과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SMS 메시지와 (보조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애플 생태계용의 견실한 종단간 암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역할은 효과적으로 수행 중이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구글이 그 동안 시도한 것보다는 나을 뿐,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 Michael Simon/IDG
 

애플의 UX 실패

필자가 아이메시지를 성공보다 실패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특히 왓츠앱과 위챗과 비교했을 때 느린 개발 속도와 부실한 선택권이다. 사실 애플은 이들 앱과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시점에 알아차렸다. 그 결과가 아이메시지 앱 스토어의 도입이다. 애플은 아이메시지 앱 스토어가 틀림없이 전 세계를 사로잡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실패작이었다. 조준 사격은 했지만 완전히 빗나간 셈이다.

아이메시지 앱 스토어의 문제는 아이메시지 채팅 안에서 피자를 사는 방식이 호응을 얻지 못하고 스티커 앱도 대세로 자리 잡지 못한 것이 아니다. 아이메시지 앱 스토어의 실패에 대해 애플이 (좋게 말하면) 무관심으로 반응한 것이 문제다. 애플은 앱 스토어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애플은 실패를 진단하고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대신 실패작에는 흔히 그렇게 하듯이 그냥 녹슬다가 조용히 사라지도록 방치했다.

애플은 최근에 아이메시지에 대한 답장과 멘션 기능을 도입했다. 그다지 대단한 기능은 아니지만 시도는 높이 산다. 필자는 애플이 더 개선된 사용자 경험을 위해 기능을 새롭게 수정 중이기를 바라지만 그 기능도 그냥 손을 떼 버리는 바람에 그냥 영원히 개선되지 않은 채 방치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렇다고 해서 애플이 아이메시지로 성공을 거둔 적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애플 페이 캐시(Apple Pay Cash)(이것도 미국에서만 쓸 수 있다!)는 필자가 늘 사용하는 멋진 기능이다. 또한, 탭백(Tapback)은 애플이 놓은 최고의 아이메시지 기능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설령 애플이 확실히 멋진 아이메시지 기능을 내놓아도 결국 엉망이 돼 버린다. 아이메시지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탭백은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탭백 번역 기능을 추가했을 정도로 매우 불편하다. 애플은 이모티콘 스타일로 6가지 반응이 가능한 기능을 도입했지만 그 후에는 다시는 그 기능에 손대지 않았다. 왜 탭백에 반응을 더 많이 추가하지 않을까? 왜 탭백에 아무 이모티콘이나 즐겨 찾는 이모티콘을 골라서 사용할 수 없도록 했을까? 아무런 대답이 없다.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녹색 말풍선 해결 방법

몇 년 전 미국 통신업체가 힘을 합쳐 RCS(Rich Communications Services)를 만들었다. 전통적인 SMS 문자 메시지 기능을 대체하는 서비스로, 안드로이드용은 구글이 지원한다. 반면, 애플은 아직 RCS를 지원하지 않으며 앞으로 지원할 조짐도 전혀 없다.

많은 사람이 애플의 이러한 행태가 아이메시지 이외의 것은 사용하기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어서 아이메시지에 계속 집중하게 하려는 목적의 일환이라고 믿고 있다. 필자도 애플이 바로 그러한 이유로 RCS 지원을 우선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메시지 앱을 RCS에 연결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기술적인 이유도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애플은 RCS를 지원해야 한다. 물론 RCS는 매우 좋은 표준은 아니다. 통신회사가 설계한 시스템이다 보니 더 휴대성 높은 ID가 아닌 전화번호 중심이고 종단 암호화도 안됐다. RCS가 아이메시지를 대체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고 메시지 앱의 SMS를 대체하거나 개선하는 정도겠지만, 그 부분에서는 확실한 업그레이드이다.

애플이 RCS를 (녹색 말풍선으로 또는 새로운 색상의 말풍선으로) 지원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잇다. RCS가 더 완전한 기능을 갖춘 프로토콜이므로 여러 플랫폼이 섞인 환경에서 아이폰 사용자나 안드로이드 사용자나 똑같이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기가 지금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안드로이드에서만이 아니라 아이폰에서의 사용성 문제인 것이다.

아이메시지와 메시지 앱의 관리자로서 애플의 비타협적인 자세를 감안하면 이것 역시 언제 실현될지 알 수 없다. 설령 애플이 이미 다른 채팅 앱과의 경쟁에서 패배했고 아이메시지의 성공은 오직 애플 생태계 채팅 서비스로서만 한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아이메시지는 여전히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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