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홍보 메일의 문제점은 클라우드, 랜섬웨어 등 홍보 대상과 주제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비트코인, 블록체인(Blockchain)을 홍보하는 내용이 많다. 때론 PR 내용이 너무 기발하고, 트렌디한 기술 '용어'들과 불일치해 실소를 짓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그림과 같은 PR 메일을 받았다. 지나치게 포장을 한 것이다. 블록체인이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로메인 상추나 달걀의 대장균 감염과 식중독 유발로 인한 리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참 대단하다. 이 PR 전문가의 이름을 계속 기억할 듯싶다. 그러나 좋은 의미로 기억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블록체인, 모든 상황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는 없다
적합한 도구를 이용해 어려운 상황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와 동시에 상황에 따라 적합하고 적절한 도구가 다르다. 블록체인은 아주 위대한 '디지털 발명품'이다. 적합한 분야에 활용하면 세상을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든 디지털 보안 상황에 적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그런 도구는 아니다. 블록체인이 감염을 유발하는 식품 리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비용과 투자 측면에서 모든 공급업체, 유통업체,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 전국적인 시스템을 구성할 가치가 있을까? 질병 확산의 위협이 있고, 사람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에도 그럴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
기본 구성요소를 감안했을 때, 블록체인은 모든 트랜젝션을 암호화해 서로 연결시키는 트랜젝션 장부에 불과하다. 암호화가 아닌 '무결성'이 중요한 것이다. 관련 당사자가 쉽게 확인할 수 없도록, 암호 알고리즘을 규정하고 적용해 트랜젝션 '위조'를 아주 어렵게 만든다. 단순하지만 혁신적인 개념이다.
2017년 초,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는 블록체인은 토대가 되는 기술이며, 경제와 사회 시스템을 위한 새로운 토대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2017년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에는 글로벌 GDP의 약 10%가 블록체인이나 블록체인 관련 기술에 '보관'될 전망이다. 따라서 블록체인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면, 이에 대해 학습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반드시 블록체인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정 집단의 트랜젝션에 아주 튼튼한 무결성이 요구되고, 보호와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비용(가치, 시간, 효과적인 리소스 활용)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에만 블록체인을 고려해야 한다.
- 필요한 '보호' 수준을 구현하는 능력, 이에 대해 지불할 수 있는 능력
- 블록체인과 동일하거나 나은 '보호' 수준을 제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활용하는 비용
-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않을 때 피해가 초래될지 여부(가능성)
빠진 내용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핵심 요구사항들이다. 이런 요구사항이 충족된다면, 블록체인이 필요한 솔루션이 될 수도 있다.
블록체인의 비용과 이익
식품 매개 질병 보호에 블록체인을 활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사람의 생명은 돈보다 소중하다. 사람의 생명에 금전적 가치를 책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우리는 거의 모든 보호 및 방어 시나리오에서 사람의 생명에 '가격표'를 붙인다.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위험한 자동차, 자동차의 고속 주행을 계속 허용하고 있다. 자동차 주행 속도를 5마일로 제한하고, 고무로 자동차를 만들면, 매년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크게 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두 다리를 이용한 달리기 속도보다 느린 자동차를 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즉 사회가 절충을 한 것이다. 위험한 자동차를 빠르게 주행하는 대신 적지 않은 수의 교통사고 사망자를 감수하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와 주행 안전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 방식으로 자동차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특정 시나리오에서 사람의 생명은 얼마나 큰 가치가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항상 이에 대해 결정을 내린다.
식품 매개 질병에서, 오염된 식품으로 인한 질병 감염자와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얼마나 투자를 할 수 있을까?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추정에 따르면, 매년 미국의 식품 매개 질병 감염자 수는 약 4,800만 명, 이 가운데 입원을 하는 사람은 12만 8,000명, 사망자는 3,000명이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식품 매개 질병에 감염되고, 심한 경우 목숨까지 잃는다. 수십 년 간 계속 그랬다. 식품 매개 질병 예방 및 대응에 투입하는 재원이 크게 줄어들었고, 식품 관련 질병 감염 및 발병은 아주 느리게 개선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해, 매년 식품 매개 질병에 감염되고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아주 많지만, 이에 대한 조치는 아주 느리다는 의미다. 누구나 식품 매개 질병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할 의지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금액'이 얼마일까? 질병에 감염될 위험이 현저히 낮은 식품에 2배의 대가를 지불할 의지가 있을까? 아니면 3배? 또는 4배?
사람들은 식품 가격이 25%만 올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농부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다. 식품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난리가 난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구현하려면 정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식품을 필요한 수준으로 적절히 추적하기 위해서는 중앙화된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현해야 하고, 수확 장비와 농가, 집하 시설, 운송 시설 및 업체, 상점의 구매자 모두가 블록체인 기술을 지원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모두에 새로운 컴퓨터 시스템과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그런데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농가가 많다. 사용해도 블록체인을 즉시 도입할 수 없는 구형 컴퓨터를 사용한다.
또한 더 단순한 질문이 제기된다. '블록체인이 필요하고 적절한 보호 수준을 제공할까?'라는 질문이다. 블록체인은 분명히 식품 공급망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그런 값 비싸고, 아주 튼튼한 보호 수준이 정말 필요할까? 일반적인 전국적인 데이터베이스로 충분하지 않을까? 과거처럼 주 정부와 CDC 수준에서 존재했던 더 큰 규모의 재원을 복원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아마 충분할 것이다.
현재 식품 공급망 추적에 있어 문제는 무엇일까? 식품 추적 데이터베이스의 무결성이 불충분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전체적인 생산과 분배 공급망 전반에 걸쳐 연결이 미흡한 것이 문제다. 수많은 생산자와 유통자가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입력한 내용을 변경, 책임을 회피하거나 기소를 피하려 시도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 전반에 걸쳐 기본적인 식품 추적에 필요한 시스템이 없는 것이 문제다. 또 위반자를 추적할 조사 담당자가 불충분한 것이 문제다. 식품 시스템에 완벽하게 블록체인을 구현해도, '재원 조달'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질병 감염자가 줄어들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보안 메카니즘의 블록체인 활용
칼럼의 원래 계획과 달리 식품 매개 질병 방지에 대한 내용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사실 앞서 관련 요구사항을 설명했듯, 컴퓨터 보안 시나리오에 대한 접근법을 다루려 했다. 먼저 보안 솔루션이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대부분의 솔루션은 판매자의 주장과 다르게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음에 물어야 할 중요한 질문은 해당 솔루션이 정말 필요한지 여부와 비용이다.
RFID 차단 지갑(RFID-blocking wallets)을 예로 들자. RFID 차단 지갑은 범죄자들이 '보호 장치'가 없는 지갑에 들어있는 신용카드 정보를 빼내는 것을 막는다. RFID 보호 기술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이런 종류의 범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보호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시키려 한다.
앞에서 요구사항을 보면 알겠지만, 이런 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아주 중요하다. 지금까지 이런 보호 체계가 장착된 지갑으로 방지할 수 있는 RFID 범죄가 실제 발생했다는 증거가 없다. 즉 투자 가치가 '제로'라는 의미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소셜 엔지니어링을 이용한 기업 데이터 침해 사고가 많다. 버라이즌의 '2018 버라이즌 데이터 침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셜 엔지니어링이 관여된 데이터 침해 사고가 전체의 93%에 달한다.
애드웨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데스크톱에 등장하고, 진짜 피해가 발생하기 전 안티바이러스 소프트웨어가 위협을 제거하는 악성코드 프로그램도 아니다. 포렌식 조사가 필요하고, 자본과 자원을 아주 많이 투입해 대응해야 하는 데이터 침해 사고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런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다. 따라서 지출 규모와 지출 대상(게이트웨이 필터, 데이터 유출 보호 도구, 교육, 기타 도구 등)만 결정하면 된다.
마지막 사례다. 전통적인 방화벽을 사용해야 할까? 방화벽은 네트워크나 호스트가 사전에 규정한, 또는 미승인 네트워크 시도를 차단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수십 년 간 그 장점과 가치가 입증된 도구다. 하지만 현재 전통적인 방화벽으로 저지할 수 있는 공격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전통적인 방어벽은 패칭을 하지 않은 시스템, 잘못 구성한 시스템 방어에만 유용하다. 이런 문제가 없다면, 전통적인 방화벽도 불필요하다. 유입되는 인터넷 트래픽이 아주 많지만, 더 이상 방화벽을 활용하지 않는 대기업을 많이 알고 있다. 방화벽이 되려 트래픽 속도를 늦추는 경우가 많다. 또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
보안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보안 메카니즘이 모두 적합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구 구현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와 비용이 필요하고, 위험이 최소한 아직까지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계속해서 보안을 평가해야 한다. 식품 매개 질병이나 자동차에 대한 사례에서 설명했듯, 아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안을 '완성'하는 비용을 정당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블록체인과 식품 매개 질병을 연결한 홍보 자료를 이메일로 보낸 PR 담당자는 필자의 실소를 자아냈다. 필자는 이런 내용을 담은 답장을 보냈다. 다행히 PR 담당자가 이를 담담하게 수용했으며, 덕분에 필자와 새로운 관계를 체결했다. 이 PR 담당자는 어느 정도는 의도한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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