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질라의 사명은 ‘건전한 인터넷’을 조성하기 위해 ‘시민들을 규합’하고 ‘리더들을 연계’하며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무엇보다도 모질라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일보다는 훌륭한 브라우저를 만드는 일이다.
모질라는 파이어폭스의 시장 점유율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를 부실한 제품 때문이 아니라 외부의 사악한 비즈니스 관행에 있다고 오래전부터 결론 냈다. 최근에는 “모든 브라우저는 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모든 브라우저가 선하지는 않다”라는 내용의 옥외 광고판으로 여러 도시를 도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용자는 브라우저를 자선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선택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쓸 만한 브라우저를 원할뿐한다. 그런 쓸만한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이 구글의 크롬(Chrome)이다. 구글 크롬은 다른 브라우저보다 일관된 경험을 여러 장치에 걸쳐 제공한다.
모질라가 지금 하려는 노력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파이어폭스(Firefox)의 시장 점유율은 데스크톱과 모바일 두 분야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다. 이런 상황이 오는 것을 모질라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브라우저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가 지배했었다. 반독점을 관리하는 당국의 도움 덕분에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리는 이제 구글로 대체됐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운영체제의 영향력을 사용하지도 않고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필자는 2008년만 해도 모질라가 충분히 파이어폭스를 커뮤니티 기반의 웹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글을 썼다. 모질라는 비록 그런 기회를 잡지는 못했지만 러스트(Rust)와 같은 놀라운 혁신을 선물해 주었다. 이런 기술을 보면 분명히 모질라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있고 한계를 초월할 능력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그런 능력이 파이어폭스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보다. 경쟁 웹브라우저 덕덕고(DuckDuckGo)만 봐도 개인정보보호를 중시하는 검색 분야에서 상당한 규모의 틈새 시장을 개발해 키워가고 있다. 모질라는 비슷한 상황임에도 기반을 계속 잃고 있다. 왜 그럴까?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서 모질라는 브라우저를 선택할 자유가 다년간 억압되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나 개발자 또는 개방형 웹의 이익은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플랫폼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고 상업 행위를 벌이고 온라인 선택 아키텍처를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모바일 시장 진출을 하고 완전히 실패한 모질라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니 다소 신빙성이 떨어진다.
필자는 브라우저를 선택할 때 같은 브라우저를 다양한 기기에서 쓸 수 있느냐를 중요시한다. 모질라는 필자와 유사한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았다. 모바일 진출을 일찍 그리고 자주 망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안드로이드용 브라우저는 4년이나 늦게 출시했고 iOS 기반 브라우저 개발은 웹키트(WebKit)에 대한 반감으로 처음에는 아예 만들지 않았고, 저가형 스마트폰용에서 돌아가는 웹 위주 OS를 공략해 만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전략은 실패했다.
선한 기업을 자처하는 모질라의 집중력 부재는 나중에 컨텍스트 그래프(Context Graph)를 도입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컨텍스트 그래프란 웹 페이지에서 저자의 의도를 줄이고 사용자가 더 좋아할 만한 링크를 모질라가 생성해주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활용도가 낮은 기술이었다. 다음과 같은 데스크톱 및 모바일 점유율 차트를 보면 모질라의 시도가 시장에서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모바일 점유율에서 파이어폭스의 시장 점유율은 ‘기타’ 범주에 표시될 정도로 낮다. 모질라는 이런 사태에 대해 온갖 변명을 대고 있다. 진지하게 성찰할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모질라는 보고서에서 “데스크톱에서 브라우저 선택권은 다년 간 보장되지 못했고, 모바일 기기에서 브라우저 선택권은 애초에 주어진 적이 없다”라고 주장한다. 첫 부분은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IE 점유율 부분과 관련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구글 크롬의 부상은 설명하지 못한다. 구글은 2008년 심지어 윈도우 XP용으로 한정된 데스크톱용 크롬을 공개했고, 이어 2012년 출시한 안드로이드 및 iOS용 크롬을 출시했다. 그리고 출시된 직후 운영체제와 상관없이 인기가 급상승했다.
모질라가 보고서에서 지적하듯, 운영체제 및 제조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삼성, 블랙베리 등은 자사 브라우저에 특권적 지위를 부여했다. 하지만 모질라는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는 운영체제(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가 모든 컴퓨터의 운영체제에 자사 브라우저를 끼워 넣어 제공하기로 하면서, 타 브라우저들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었다”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구글은 그 특권을 주면서 설치된 브라우저를 모두 물리치고 있다.
모질라의 보고서는 똑같은 논리를 모바일에도 적용해 “모바일 스마트폰이 폐쇄적인 독점 운영 체제(구글과 애플)와 연결 기기(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와 함께 개발되고 각 운영체제가 저마다의 브라우저를 끼워 넣으면서 타사 브라우저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브라우저 끼워 넣기는 사실이지만 끼워 넣기의 결과는 모질라의 주장과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물론, 애플의 사파리(Safari)는 iOS 기기에서 많이 쓰인다. 하지만 그 이유는 다른 브라우저로 바꾸기가 번거롭기 때문일 것이다. 데스크톱에서는 여전히 구글의 크롬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 실제로 데스크톱에 크롬을 다운로드하여 설치하기가 더 쉽기도 하다. 모질라가 주장한 일부 내용은 애플 기술에 대입하면 어느 정도 사실이다. 가령 모질라는 “대안 브라우저를 찾아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많은 플랫폼들이 (1)자체 내장된 브라우저를 삭제하는 것 또는 (2)운영체제 기본값에서 해당 브라우저를 제거하는 것을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한다”라고 설명했는데, 필자는 그런 경험을 iOS에서 분명히 겪었다.
그래도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여전히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내 크롬을 설치하고 기본 브라우저로 설정한다. 구글은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본거지에서도 기본 탑재된 제품을 완전히 물리치고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모질라는 구글과 애플의 브라우저 위상이 비교적 탄탄하기 때문에, 혁신이 줄어들고 품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모질라 브라우저는 모바일 운영체제에서 그런 선두 브라우저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이 부분도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모질라의 논증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보고서를 보면 모질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실제로는 거짓으로 판명되더라도 이론상으로는 사실이었으면 하는 숱한 주장을 내세우며 헤매고 있는 듯하다.
요약하면, 모질라는 브라우저 경쟁에 대한 옥외 광고판과 보고서를 제작하고 관련 주장을 펼칠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브라우저를 만드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필자와 같은 소비자들이 크롬을 선택하는 이유는 바로 데스크톱과 모바일에 걸쳐 일관된 고급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모질라는 10년 전에 이미 심각하게 실패했고 그 대가를 계속 치르고 있다. 규제 당국에 호소한다고 해서 애초에 모질라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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