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과거 운영체제별 개발과 배포를 검토하면서, 락인 현상에서 오는 딜레마를 마주했다. 모든 플랫폼에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여러 API 계층과 OS 에뮬레이터를 이용하다 보면, 결국 모든 플랫폼에 조금씩 부족한 기술이 나온다. 반대로 특정 플랫폼에 특화된 기능을 활용해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면, 맞춤형 소프트웨어가 나오며, 구축 시간도 줄어든다. 벤더 락인 현상을 피할 수 있는 있지만 포기해야 할 부분도 생기는 셈이다. 락인 현상은 클라우드 업계에서도 핵심 문제가 되고 있다.
클라우드 업체 상당수는 운영체제, 프로세서, 데이터베이스는 물론 운영 및 보안 도구까지 똑같이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락인 현상은 발생한다. 결국에는 특정 기술에 특화된 보안, 코드형 인프라, 서버리스 시스템 등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네이티브 기능을 제공하는 퍼블릭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기능이 많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할수록, 네이티브 기능을 활용하게 된다. 네이티브 기능을 이용하면 해당 클라우드 서비스 혹은 그 클라우드 서비스의 하위 플랫폼에 종속되기 시작한다. 현재 다른 대안이 없다면 이런 종속성에 익숙해지는 편이 더 낫다.
락인을 선택했다는 것은 결국 특정 서비스에 의지하겠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 해당 업체가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것이고, 예산은 클라우드 서비스 정책에 따라 휘둘리게 될 수 있다. 고객입장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안전성 영역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경쟁 기업에 인수되거나, 파산하는 형태 같은 문제를 만들까 봐 두려울 수 있다. 이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지만, 그 확률은 매우 낮다.
필자는 기업에게 출구 전략을 함께 가져가라고 조언한다. 출구 전략은 위기 상황에서 어떤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고, 어떻게 옮길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이런 출구 전략을 실행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번거로움과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가치가 있는 전략이다. 문제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기에, 기업은 위험을 사전에 완화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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