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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 블로그 | “작은 스마트폰으로의 회귀” 작은 크기가 가져온 큰 변화

JR Raphael | Computerworld 2016.11.21
오랜 시간 우리는 “크기가 중요한 문제인가”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해 왔다. 이에 관한 필자의 입장을 확실히 하자면, 크기는 분명 중요한 요소다.

작년 11월 필자는 ‘내가 대형 스마트폰 열풍에 항복한 이유’라는 글을 통해 그간 대화면 스마트폰을 피해 왔던 이유와 마침내 넥서스 6P를 구매하며 대형 폰 열풍에 굴복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좀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필자가 수긍한 대상은 ‘넥서스 6P’와 그것을 둘러싼 맥락이었다. 당시 글을 일부 인용해 본다.

“자, 크기가 작은 “5P” 모델이 내게 옵션일 수 있었을까? 물론, 충분히 그렇다. 휴대폰의 크기는 ‘받아들일 수 있는’ 특성이지 ‘환호하게 하는’ 특성은 아니다. 필자가 원하는 기능성을 충족시키는 모델이라면, 그것의 크기는 그렇게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다. 6P를 선택한 이유는 그것이 필자를 만족시키는 기기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필자는 타협을 한 것이다. 필자는 최적의 사용자 경험과 적절한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고급형 스마트폰을 원했고, 그 기준을 충족하는 옵션은 당시로서는 6P뿐이었다. 필자가 원하는 모든 특성을 충족하는 모델을 찾은 상황에서, 평소 선호하던 크기보다 조금 크다는 사실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항이었다.

6P는 크고(!) 아름다운 스마트폰이었다. 다만 주머니를 가득 채우는 크기는 항상 신경 쓰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청바지를 입을 때는 그나마 조금 거슬리는 정도였지만, 정장을 입을 때면(무슨 이유에서인지 정장의 바지 주머니는 모두 여유공간이 없게 만들어진다) 휴대폰의 존재가 상당히 두드러졌다. (미끄러운 소재에 주머니는 더 작은) 운동복을 입는 날에는 아예 답이 없었다.

6P를 이용하며 필자는 처음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부분을 타협해야 했다. 들고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아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외출하는 날도 잦았고(우연한 발견이지만, 때론 휴대폰이 없는 시간도 꽤 즐겁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격한 운동 도중 6P를 몇 차례 떨어뜨린 후 피트니스 센터에 갈 때에는 아예 2014년 사용하던 소형 휴대폰을 음악 감상용으로 챙기곤 했다.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한 번은 옷장의 바지들을 전부 ‘업그레이드’할까 고민한 적도 있다.

고민 끝에 올 여름에는 2013년형 모토 X(Moto X)를 다시 사용하며 필자에게 맞는 것은 거대한 컴퓨터가 아닌, 인체공학적 모바일 기기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 그리고 올 가을 5인치 크기의 구글 픽셀(Google Pixel) 폰 출시 기사를 보고는 운명적 만남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필자가 원하는 사용자 경험을 구현하면서 형제격인 픽셀 XL(5.5인치 모델)과 비교해 실질적인 단점도 없는, 이 작지만 강한 기기는 단숨에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구매한 픽셀을 사용한지도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작은 스마트폰으로의 회귀는 필자에게 처음 예상한 것 이상의,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왔다. 필자는 여러 해 동안 많은 휴대폰들을 ‘업그레이드’해 왔다. 하지만 실제 사용 경험에 있어, 이번 6P에서 픽셀로의 업그레이드만큼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 적은 단연코 한 번도 없었다.

기기의 사양 자체도 대부분 만족스러웠지만, 6P와 비교해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실제 사용과 관련된 특성들이었다. 가장 큰 차이는 휴대와 이용의 편의성이다. 몇 mm의 크기 차이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실제 경험해보면 그 차이는 확연하다. 휴대폰에 입을 맞추며 “오늘은 어디에 데려 가줄까?”라고 묻고 싶을 정도다!

개인적으론 지금까지 사용해 온 고사양 기기들 가운데 픽셀만큼 한 손으로 들고, 조작하기 편했던 기기가 없었다. 픽셀은 필자의 요구를 만족스럽게 충족했으며, 기기 변경 후 별도의 적응 기간도 필요치 않았다. 육안으로는 눈에 띄게 작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그밖에 특별히 놀라운 점도 없었지만, 그러한 점이 오히려 기기를 돋보이게 만들어줬다.

이따금 서랍장을 열어 6P를 꺼내 볼 때면(픽셀 구매 후 전원을 켜 본적은 한 번도 없다) 차이는 더욱 확연히 느껴졌다. 이것을 어떻게 1년이나 썼는지 의아할 정도다. 가장 큰 차이는 단연 크기다. 6P를 사용하던 당시에는 몇몇 아쉬움 속에서도 만족하는 부분 역시 많다고 느꼈지만, 이제와 생각하면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어떤 이들은 대형 스마트폰을 선호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충분히 합당한 취향이다. 하지만 그런 사용자 가운데 상당수는 그저 더 나은 선택권이 없어 그 크기를 감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 역시 주변으로부터 휴대폰을 건조기에 돌려 수축시키고 싶다거나, 아무리 기능이 좋아도 거대한 기계를 들고 다니지는 못하겠다는 불평을 드물지 않게 들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기능성과 크기 사이에 타협을 하지 않아도 된다. 혹 이미 대형 스마트폰에 익숙해졌다 하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더 작은 기기를 한 번쯤 손에 쥐어보길 권해 본다. 거추장스럽지도, 버벅거리지도 않는 선택지가 마침내 등장했으니 말이다. 장담하건대 그 그립감을 느낀다면 다시는 거대한 스마트폰에 눈을 돌리지는 못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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