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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만 놓아주자” 단종돼도 괜찮을 애플 제품 5가지

Jason Cross  | Macworld 2018.04.27
초창기에, 애플은 프린터를 만들었었다. 게다가 그 프린터라는 것이 꽤 괜찮았다. 사실 오리지널 레이저라이터(LaserWriter)는 가정용 데스크톱 퍼블리싱 분야의 획기적인 진보라 할 만 했다. 그 후 거의 제로 마진에 가까운 서드파티 프린터들이 시장에 넘쳐나게 되고, 이들이 충분히 맥과 호환되면서 애플이 자체적으로 프린터를 만드는 일은 그만 두었지만 말이다.


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설령 아무리 괜찮은 제품이라고 해도 필요에 따라서는 단종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변화하는 테크놀로지 지형을 재평가하고 제품 라인업에서 쓸모 없는 군살을 잘라 내어야만 기업의 강점은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린터 라인이나 Xserve 블레이드 서버에서 그러했듯 말이다.

애플이 점차 새로운 분야들로 진출하고 있는 지금(헤드폰, 스트리밍 TV프로그래밍, 심지어 자동차까지), 이쯤에서 작별을 고하면 어떨까 싶은 애플 제품 다섯 가지를 선별해 보았다.

에어팟 라우터(AirPort routers)
믿거나 말거나지만, 애플은 아직까지 3가지 무선 라우터를 판매 중이다. 에어포트 익스프레스(AirPort Express), 에어포트 익스트림(AirPort Extreme), 그리고 에어포트 타임 캡슐(AirPort Time Capsule)이 그것이다. 익스프레스는 802.11n만 지원하며 나머지 두 모델은 802.11ac를 지원한다. 처음 출시될 당시에는 세 모델 모두 경쟁력 있는 성능을 보여 주었지만 점차 비호감 인터페이스와 설정의 부재로 인해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들 제품은 나아진 부분이 없다. 그 동안 와이파이 네트워크의 세계는 802.11ad로 진화했고, 요즘은 가정용 메쉬 네트워크가 유행이다. 이제라도 네트워킹 분야에서 혁신을 시작할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기존 제품을 정리하고 시장을 뜨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2016년 애플이 무선 라우터 담당 부서를 완전히 없앴다는 루머가 있었다. 라우터 보안에 펌웨어 업데이트가 중요한 만큼(특히 엄청난 분량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타임 캡슐의 경우 더더욱) 개발 팀까지 사라진 상황에서 이 라우터 3종을 계속 판매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이기까지 하다.

사실, 라우터 자체가 ‘아름답고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만드는 애플의 핵심 역량과 잘 맞지 않는 제품이라는 생각도 든다. 라우터는 대개 눈에 안 보이는 곳에 감춰져 있으며, 설정은 쉬워야 한다. 또한 와이파이 활성화 된 제품들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급 설정에 액세스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은 모두 애플의 특기라고 할 수는 없는 것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애플이 이 라우터들을 모두 새로운 네트워크 스토리지 제품으로 교체했으면 한다. 라우터 대신에 적당한 가격에 컴팩트하고, 소음도 적으며, 에너지 효율적인 NAS(network attached storage) 기기를 만드는 것이 어떨까 싶다. 여기에 타임 머신 백업을 저장하고, 미디어 서버로 활용하며 영상 프로젝트와 같은 규모가 큰 저장 데이터에 빠르게 액세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오늘날 NAS 박스가 하는 모든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더넷을 통해 기존 네트워크에 연결 하기만 하면 네트워크 상에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제로 구성(zero-configuration)’ 방식을 얻게 된다. 현재 NAS 시장은 “이거 그냥 USB 하드 드라이브랑 똑같아” 라는 평가를 받는 단계를 벗어나 “용량이 얼마나 되고, 비용은 어느 정도이지?” 하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는다면 NAS가 가정용으로도 적합함을 소비자들에게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팟 터치 
분명 “안 돼! 아이팟 터치가 얼마나 좋은데!” 라고 소리치며 들어 온 독자가 있을 줄로 안다. 아이팟 터치는 최소한 어린 아이들에게 ‘아이폰 처럼 생긴’ 전자기기를 아이폰 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사 줄 수 있다는 장점이라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애플은 더 이상 아이팟 터치의 업데이트를 계속 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현재 모델은 매우 구식에 형편 없는 카메라를 부착하고 있으며, 거의 4년이나 지난 A8 프로세서와 홈 버튼을 가지고 있다. 터치 아이디도 아니고, 아직까지 ‘홈 버튼’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통신 기능도, 애플 페이도 안 되는 아이폰 6를 200~300달러 가량 주고 사는 것과 같다. 물론 아이들에게 함부로 데이터를 쓰게 해주었다가 데이터 요금 폭탄을 맞고 싶은 부모는 없겠지만, 그래도 비상시에 연락은 할 수 있어야 될 것 아닌가?

요즘처럼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아이팟’이라는 기기에 음악을 담아 다닌다는 발상 자체가 좀 낡게 느껴진다. 만일 아이들을 위해 통신 기능 없이 앱만 사용할 수 있는 애플 기기가 필요하다면, 차라리 아이패드 저가 모델을 사주는 편이 훨씬 낫다. 아니면 데이터 사용이 제한적인, 리퍼 받은 오래된 아이폰을 사 주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물론 애플이 자녀 안심 기능을 더 개선시킨다면 말이지만).

맥 미니(Mac mini)
맥 미니는 규모는 작지만 열성적인 ‘다이 하드’ 팬덤을 보유한 기기로 이들 중 대다수가 맥 미니의 인기를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다이 하드 애플 팬들은 ‘겨우’ 500달러에 맥을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듯하다. 이들은 맥 미니를 구매하여 스트리밍 미디어 서버로 사용하거나, 컴퓨터 사용에 서툰 부모님들께 이메일 확인용으로 선물하기도 한다. 그건 알겠다. 다만 그러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기기가 반드시 맥 미니일 필요는 없고, 게다가 애플 측에서도 요즘에는 맥 미니를 크게 신경 써주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맥 미니는 낡은 데다가 가격도 지나치게 비싸다. 유물이라 불러도 좋을 만한 프로세서에 쥐꼬리만한 RAM과 스토리지에 지불하기엔 너무 비싼 가격이다. 게다가 기본적 설정 외에 키보드나 마우스, 터치패드, 모니터 등을 사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면 더욱 그렇다.

맥 미니를 미디어 및 스토리지 서버로 사용하려 한다면 요즘 나온 NAS 기기가 더 적합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상기 에어포트 라우터 참조). 특히 맥 미니의 스토리지 용량은 1080p와 4K 영상이 흔해진 요즘 같은 세상에는 너무 작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맥을 원한다면, 애플이 다음의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완전히 현대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기(인텔 NUC의 애플 버전과 같은 기기)를 내놓는 것이고, 둘째는 이동성에 있어서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인텔의 컴퓨트 스틱(Compute Stick)을 기억하는가? 컴퓨터 스틱은 상당히 훌륭한 아이디어였지만,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요즘처럼 애플이 무선 주변 기기 및 클라우드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시기라면 더더욱 이 아이디어를 잘 활용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필자가 맥 미니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단지 지금 있는 맥 미니에 제대로 된 투자를 해서 단순히 스펙만 좀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혁신의 결과물을 내놓든지, 아니면 아예 단종하라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잡고, 아니면 미끼를 놓아 주어야 한다.

아이패드 미니 
마지막으로 출시 되었던 아이패드 미니 모델이 3년 전 나온 아이패드 미니 4였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이제 누가 아이패드 미니를 쓸까 싶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아이패드 미니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제품이었다. 4인치 디스플레이를 지닌 아이폰 5는 책을 읽거나, 영상을 시청하기에는 화면에 너무 작았다. 아직까지 큰 스마트폰이 유행하기 이전의 일이다. 갤럭시 노트는 출시 1년밖에 안 되었으며 여전히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중이었다. 핸드폰은 너무 작고, 아이패드는 너무 커서(그리고 무거워서) 한 손으로 간편하게 들고 책을 읽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이제 시절이 변했다. 요즘 나오는 폰은 모두 크기가 상당하다. 아이폰 8 플러스는 5.5인치 디스플레이를 자랑한다(이는 아이패드 미니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 되었던 갤럭시 노트 II 만큼의 사이즈이다). 아이패드 미니의 8인치 디스플레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9.2인치 아이패드를 구매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9.7인치 아이패드는 2012년형 아이패드보다 무게는 훨씬 적으며 애플 펜슬을 지원하기 때문에 아이폰과도 차별화 된다.

애플은 현재 아이패드 미니 4 중에서도 128GB 모델만 판매하고 있다. 그보다 훨씬 나은 9.7인치 아이패드의 시작가보다 가격은 70달러나 더 비싸다.

4인치에서 12.9 인치까지 다양한 크기의 iOS기기가 필요한 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폰 크기가 점차 커지고, 베젤은 얇아 지는 가운데 굳이 아이패드 미니가 끼어 들어 캡을 메울 필요가 없어졌다. 아이패드의 전반적인 사이즈와 무게를 줄이면서 디스플레이 사이즈는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 말로 애플의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이튠즈 
잘못 본 것이 아니다. 필자는 정말로 아이튠즈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튠즈는 느리고, 버그투성이에, 이리 저리 꼬인 난장판이 되고야 말았다. 스토어이면서 동시에 음악 관리 및 플레이 앱이고, 인터넷 라디오이면서 팟캐스트 관리까지 맡는다. 그 뿐인가? 영상 재생 및 기기 관리자 역할까지 하고 있다. 심플한 음악 스토어로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너무나 많은 기능들을 수행하게 되어 제 풀에 지쳐가고 있다. 이제는 이런 아이튠즈를 고이 보내 줄 때가 왔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튠즈 기능들을 다 폐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기존의 아이튠즈를 보다 집중도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iOS는 어떻게 아이튠즈를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아이튠즈는 뮤직, TV, 아이튠즈 U, 팟캐스트, iBooks, 그리고 음성 콘텐츠 및 영상 콘텐츠를 구매하는 용도인 아이튠즈 스토어 앱 등으로 그 기능이 나뉘어져 있다.

맥의 경우, 아이튠즈 기능을 전반적인 기능은 같으면서도 로컬 백업 및 펌웨어 로딩을 할 수 있는 디바이스 매니저 기능을 더한 앱들로 쪼개어 놓을 필요가 있다. 물론 음악 추가 기능을 레거시 아이팟 디바이스에 넣어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그리고 아이팟이 연결될 때에만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다). 윈도우에 있는 모든 iOS및 맥 앱들을 다 복제할 필요는 없다. 뮤직, 스토어, 그리고 디바이스 매니저 기능만 있으면 된다.

맥에서 iOS 앱 수트를 그대로 가져 오는 게 플랫폼 간 전환이 쉽고 직관적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는 거의 불가능해 진 핸드오프(Handoff) 시나리오가 가능해 질 지도 모른다.

오리지널 비디오 콘텐츠 분야에 뛰어들고 싶어 하는 애플의 야심은 누구나 알고 있다. 애플은 아마도 보다 본격적인 영상 앱이 필요할 것이다. iOS와 애플 TV에서는 그냥 TV 앱을 리브랜딩, 리디자이닝 하면 될 지 모르지만, 데스크톱에서는... 글쎄, 지금 아이튠즈에 애플 프로그래밍 중 무엇을 봐야 할지의 선택까지 더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아이튠즈의 콘텐츠 검색은 끔찍한 수준인데 여기에 문제를 하나 더 늘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이튠즈를 없앤다는 건 분명 매우 중대한 결정이 될 것이다. 일부 인기 있던 기능들도 새로운 앱에서 사라질 수 있고, 하드코어 팬들의 불만에 찬 트윗이 연일 올라올 것이다. 그렇지만 기존 사용자들에게 미치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 적어도 헤드폰 잭을 없애는 것보다는 훨씬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용감무쌍하게’ 헤드폰 잭을 없앤 애플이 아이튠즈라고 못 할 것도 없다.

과평가 된 문구, ‘캘리포니아, 애플 제작(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사실 이것은 틈새 시장용 문구고, 규모도 작기에 언급할 가치가 없어 보이는 제품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 애플의 이미지가 다소 실추되었다면, 그것은 애플이 그 동안 보여온 과도할 정도의 자아도취적 태도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애플은 절대 실수를 하지도, ‘무결점 아트’가 아닌 제품은 내놓지도 않는다는, 결코 사실이 아닌 기업 이미지를 일부러 조장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러나 애플 마우스만 써 본 사용자라도 이러한 이미지가 말도 안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애플도 좀 겸손해지는 법을 배워야 할 때가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그저 예쁜 제품 사진 몇 장을 실어 놓고 (사이즈에 따라 다르지만) 200~300달러에 달하는 아트북을 제작하는 행보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진마다 설명 같은 것도, ‘이 제품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렇게 제작 되었다’는 글귀도 보이지 않는다.


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비싼 책은 마치 “우리 제품은 너무 위대해서 그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수백 달러어치의 기쁨을 줄 수 있다”고 외치는 듯 하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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