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이 시작한 3PAR 인수전이 최초 인수가격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24억 달러를 제시한 HP의 승리로 결정되면서 과연 성공적인 인수합병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P가 제시한 인수가는 3PAR 시가 총액의 세 배, 그리고 지난 해 3PAR 수익의 11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타네자 그룹의 대표 컨설턴트 아룬 타네자는 “기업들은 언제나 인수전에 뛰어 들고, 최후의 승자는 인수 대상이 된 기업이다. 3PAR의 CEO 데이빗 스콧은 주주들이나 직원들처럼 웃으며 앉아있다”며, “문제가 있다면, HP가 3PAR를 얼마나 활용할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HP의 주가는 3PAR 인수 후 하락했으며, 이는 투자자들이 보기에 3PAR 인수가 과잉 투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HP에 근무하면서 2002년 이뤄진 HP와 컴팩의 합병을 주도한 존 벤더는 HP의 3PAR 인수가 과잉 투자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또한 CEO 마크 허드가 소란 끝에 회사를 떠난 상황이라, 이런 승리가 필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클라우드의 가능성 감안, “충분한 가치 있다”
현재 벤더 컨설팅을 운영하고 있는 벤더는 “델은 3PAR를 인수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과 엔터프라이즈 데이터센터 공략을 강화할 목적이었던 한 반면, HP의 3PAR 인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현재 HDS(Hitachi Data Systems) 솔루션을 재판매하는 것으로 감당하고 있는 하이엔드 스토리지 기술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었으며, 두 번째는 무엇보다 델에 대한 정책적인 견제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벤더는 많은 전문가와 투자자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클라우드의 수익성이라고 지적했다. 벤더는 “만일 3년, 5년, 10년 후에 클라우드의 실체를 보게 된다면, HP의 투자가 얼마나 소규모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 HP는 지금부터 어디로 가야 하는가? HP는 3PAR가 실리콘 밸리에 근거를 둔 회사이기 때문에 직원과 제품을 통합하기에는 텍사스에 있는 델보다 훨씬 쉽고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PAR의 본사는 HP의 팔로 알토 본사에서 샌프란시스코 베이까지 22마일을 날아가면 되는 거리에 있다.
HP의 엔터프라이즈 서버 및 스토리지, 네트워킹 사업의 총괄 책임자인 데이브 도나텔리는 3PAR가 HP의 컨버지드 인프라 전략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며, 특히 가상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에 부문을 강조했다. 또 “우리는 3PAR의 주주로서 기술에 대하여 장기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PAR의 CEO 데이빗 스콧은 HP와의 합병으로 3PAR가 전 세계의 새로운 고객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PAR의 InServ 스토리지 서버는 자체적으로 프라이빗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엔터프라이즈급 기업들을 위한 하이엔드 스토리지 솔루션일 뿐만 아니라, HP가 일반 기업에 대여해 줄 수 있는 자체 퍼블릭 클라우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인프라는 기업에 직접 판매할 수도 있으며, 아니면 여기에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를 통해 임대해 사용할 수 있도 있다.
제품과 기술 통합이 성공의 관건
타네자는 HP가 과거에 인수한 제품을 통합하는 데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통은 제품들이 사라지는 것으로 결론이 나고, 관련 제품의 이름을 다시 듣지 못하게 된다는 것.
하지만, 전임 EMC 임원인 도나텔리와 톰 조이스가 3PAR 통합을 맡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MC는 데이터 중복제거 전문업체인 데이터 도메인을 비롯해 과거 수많은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처리한 경험이 있다.
도나텔리는 지난 해까지 EMC의 스토리지 부문 최고 임원이었으며, 조이스는 올해 초까지 EMC의 스토리지 플랫폼 마케팅 부사장이었다. 조이스는 HP에서도 같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MC는 업체를 인수할 때 인수 업체의 제품에 대한 판매와 지원을 계속해 기존 고객을 그대로 유지하고, 단계적으로 자사의 제품과 인수한 제품을 통합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타네자는 “만약 내기를 한다면, HP가 3PAR 제품이 자사의 하이엔드와 미드레인지 제품이 되는데 3년 정도의 시간 계획을 잡고 있다는 데 걸 것”이라며, “HDS 제품에서 벗어나 이전을 하는데 그 정도의 시간은 걸린다. 이 시간도 이전 작업을 훌륭하게 해냈을 때의 시간이다”라고 설명했다.
오라클과 썬의 이전 관계처럼 HP도 현재 HDS의 USP V(Universal Storage Platform V)를 공급하고 있다. USP V는 프론트엔드 멀티벤더 디스크 어레이가 가능한 하이엔드 스토리지 플랫폼이다.
3PAR의 기술이 HDS와 다른 점은 그리드 기반의 아키텍처로, 어레이에 추가된 새로운 각각의 쉘프 덕분에 용량과 프로세싱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단일 인터페이스를 통해 관리자에 의해 관리된다.
3PAR의 InServ 어레이는 멀티 테넌시 아키텍처로, 동일한 운영체제 S인스턴스와 애플리케이션을 회사 내 여러 조직에서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애플리케이션들이 필요로 하는 용량만큼만 컴퓨팅 자원을 점유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비저닝 기술을 제공한다. 어레이는 프리셋 정책에 기반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공간은 자동으로 재배치된다.
벤더는 HP가 3PAR의 제품과 EDS의 서비스를 통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벤더는 “HP는 그 날로부터 생각하고 있었을 것으로 믿는다. 프로페셔널한 서비스 여부를 떠나 EDS의 막강한 네트워크로 비즈니스 유닛에 완벽하게 안착하게 될 것이며, 아마존처럼 비즈니스와 제품 간의 완벽한 임베디드 구조가 완성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델에게 남은 과제
델은 지난 2년간 여러 스토리지 업체를 인수했다. 2008년에는 iSCSI 스토리지 전문업체인 이퀄로직을 사들였으며, 2월에 NAS 전문업체인 엑사넷(ExaNet)과 최근에 데이터 압축 전문업체인 오카리나(Ocarina Networks)를 인수했다.
델에게 3PAR는 완벽한 데이터센터용 제품군을 갖추기 위한 필수 요소였다. 이외에도 컴펠런트, 컴볼트, 아이실론, 데이터다이렉트, 필라 데이터 등의 업체들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들 업체는 3PAR와는 달리 SMB쪽을 공략하고 있었다. 3PAR는 이미 포츈지 선정 1000대 기업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델은 HP의 서비스 업체 시장을 겨냥해 지난 해 페롯 시스템을 인수했다. 이번에 3PAR 인수에 성공했다면, 페롯의 서비스와 긴밀하게 통합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었다.
벤더는 “델은 현재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제 3PAR에 투여하려고 했던 돈으로 관련 역량을 자체 개발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델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외부 협력업체가 필요하고, 다른 업체와의 기술적인 협력도 모색해야 하며, 체계적인 인수 합병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이밸류에이터 그룹의 분석가 랜디 컨즈는 델이 또 다른 업체의 가상화 스토리지 어레이를 이용해 자체 클라우드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dito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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