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신형 맥에서 윈도우를 사용하려면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통해 ARM 버전 윈도우를 써야 한다. 문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ARM 버전 윈도우를 M 시리즈 맥에서 쓰는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설사 기술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이 작동한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관련 기술지원 정책을 공식 변경했다. 즉, M1, M2 맥에서 패러렐즈 데스크톱 18(Parallels Desktop 18)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ARM 버전 윈도우 11 프로와 윈도우 11 엔터프라이즈를 사용하는 것을 공식 인증했다. 이는 특히 기업 환경에서 중요하다. 패러렐즈와 ARM 버전 윈도우를 기업 환경에 배포할 수 있고 사용자가 이를 사용하면서 문제에 부닥쳤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 인증을 발표하면서 해당 솔루션으로 패러렐즈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RM 버전 윈도우를 별도 제품으로 판매하지 않지만 패러렐즈를 통해 윈도우 11을 바로 다운로드해 설치할 수 있다. VM웨어 퓨전(VMware Fusion), QEMU 등 다른 가상화 소프트웨어는 ARM 버전 윈도우를 제공하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작동이 된다고 해도 이 툴로 만든 가상머신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증을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공개된 지원 문서 이외에 더 이상 공유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이외에 맥에서 윈도우를 인증된 버전으로 사용하는 유일한 방법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365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클라우드 PC를 실행하는 것뿐이다.
"부트 캠프 관 뚜껑 닫습니다"
부트 캠프는 지난 2006년 맥 OS X 레오파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2006년은 애플이 기존 모토로라 프로세서에서 인텔 프로세서로 변경한 첫해이기도 하다. 인텔 프로세서로 전환하면서 애플은 맥 하드웨어에서 네이티브로 윈도우(리눅스도 마찬가지)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비 맥 운영체제를 실행하는 맥 하드웨어, 이른바 해킹토시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애플의 M 시리즈 칩은 인텔 프로세서의 x86 아키텍처와 달리 ARM 아키텍처를 사용한다. 따라서 인텔 PC에서 실행되는 윈도우는 M 시리즈 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2020년 M1 프로세서로 전환한 후 애플은 M 시리즈 맥용 부트 캠프를 개발하지 않기로 했다. M 시리즈 맥에서 ARM 버전 윈도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자체적으로 관련 소프트웨어를 내놓지는 않았고 현재까지도 개발하고 있다는 징후는 전혀 없다. 설사 부트 캠프를 통해 ARM 버전 윈도우를 네이티브로 실행한다고 해도, 마이크로소프트의 ARM 버전 윈도우 라이선스 관련 자료에는 이를 지원하는 하드웨어 사양이 정확하게 표시돼 있으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증을 받을 수는 없다.
부트 캠프는 맥에서 다른 운영체제를 써야 하는 소수의 사용자에게 매우 편리한 해법이었고 이들은 꾸준히 애플에 부트 캠프를 부활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애플은 이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의 발표는 부트 캠프 신버전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마저 날려버리는 의미가 있다. 애플이 해줘야 할 바로 그 작업과 혜택을 패러렐즈를 통해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이제 애플은 부트 캠프 관련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패러렐즈를 사용하세요"라고 안내하면 그만이다. 더 이상의 논란도 의미가 없다.
애플은 인텔 버전 부트 캠프를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프리시전 터치패드(Precision Touchpad) 드라이버를 개선한 새로운 업데이트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인텔 맥은 단종됐고 사용자는 꾸준히 줄어들 것이므로 애플 역시 부트 캠프에 투입하는 개발 역량을 조만간 크게 줄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대부분 사용자는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야 한다. 부트 캠프와 비교하면 성능에서 다소 손해 봐야 하지만 이런 차이는 앞으로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윈도우와 리눅스를 꼭 네이티브로 사용해야 한다면 인텔 맥을 버리지 말고 계속 사용해야 한다. 혹은 PC를 한대 더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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