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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삼성과 애플이 주도하는 따분한 스마트폰 시대

Henry Burrell | PC Advisor 2023.02.03
2월 2일 공개된 신형 삼성 갤럭시 S23 울트라는 2022년에 나온 갤럭시 S22 울트라와 외관이 완전 똑같다. 일반 소비자라면 사진만 보고 차이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사각형 형태의 동일한 화면 크기, S펜 스타일러스, 후면의 5개의 원형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두 스마트폰은 사실상 같은 스마트폰이며, 삼성도 그것을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삼성 S22 울트라(왼쪽)과 삼성 S23 울트라 (오른쪽) ⓒ Dominik Tomaszewski / Foundry

물론 갤럭시 S23 울트라는 최신 스냅드래곤 8 2세대 칩셋, 200Mp 메인 카메라, 그리고 몇 가지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술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혁신이라는 단어보다 진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변화들이다. 그나마 S23에 컬컴의 특별한 스냅드래곤 8 2세대를 지원해 CPU 클럭 속도가 3.36GHz까지 높아진다는 특징이 있지만, 이런 요소는 소비자 입장에서 아주 특별하다고 느끼기 쉽지 않다. 결국 S23은 1년 전에 나온 이전 세대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앞으로도 계속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 같다. 

삼성뿐만이 아니다. 애플의 아이폰 14도 아이폰 13과 거의 똑같이 생겼다. 버전은 다르지만 사실상 같은 폰이다. 구글의 픽셀 6과 픽셀 7도 비슷한 상황이다. 삼성은 새로운 갤럭시 S23과 S23 플러스의 후면 카메라 디자인을 수정했다. 카메라 사양 관련 수치를 따져보면 S22 시리즈와 동일하다. S23을 케이스에 꽂으면 S22처럼 보이는데, S22는 S21처럼 보인다.

S23 울트라의 200Mp 센서는 영리한 픽셀 비닝을 수행하고, 저조도 성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사진 품질이 좋다. 하지만 울트라와이드 망원 렌즈는 작년과 같다. 만약 용량을 압축해 소셜 미디어에 사진을 올리고 나면 대부분 큰 차이를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다. 
 
갤럭시 S23 울트라(왼쪽), 갤럭시 S23 플러스(중앙), 갤럭시 S23(오른쪽) ⓒ Dominik Tomaszewski / Foundry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새 버전 개발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삼성의 스마트폰은 늘 많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와 비슷한 디자인의 스마트폰을 내놓아도 언제나 판매 수치는 비슷하거나 심지어 더 좋다. 유명 IT 전문 기자나 유튜버의 리뷰를 보면 새 제품은 4점 또는 5점 수준의 평가를 받는다.

이 영역에는 테크어드바이저도 포함된다. 테크어드바이저는 제품을 비교해서 리뷰하기 보다 제품 그 자체의 장점을 집중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 이전 세대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평점을 깎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비슷한 제품이라면 저렴한 것을 구매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아이폰 모델에 대해서는 14보다는 13을 사라고 강력 추천했다. 

이 논리는 삼성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S23 울트라가 마음에 들었다면, 필자는 거의 유사한 S22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S22 울트라와 S23 울트라는 비슷하지만 오로지 작년에 출시됐다는 이유로 가격이라도 낮다. 어차피 사용자 경험은 두 제품 비슷하다.
 
ⓒ Dominik Tomaszewski / Foundry

S23 및 S23 플러스도 마찬가지이다. 올해 업데이트된 디자인을 더욱 선호하지 않는 한 S22 또는 S22 플러스는 더 적은 비용으로 훌륭한 기능을 제공한다. 애플과 삼성은 출시 1년 후에 구입하는 스마트폰에 충분한 최소 4년간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반짝이는 새 제품을 사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 쉽지만, 이제 기념비를 세울만한 새로운 디자인을 갖춘 스마트폰이 나오는 시대는 지났다. 아이폰 4에서 아이폰 5로 넘어갔을 때 혹은 갤럭시 S5에서 갤럭시 S6로 넘어갔을 때 느꼈던 엄청난 놀라움을 제조사한테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애플과 삼성은 매년 거의 똑같은 스마트폰을 출시해 놓고 새로운 버전이 나왔다고 대대적인 마케팅만 펼친다. 물론 두 업체 사이 전략상의 차이는 있다. 2020년에 나온 아이폰 12는 여전히 새 제품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삼성은 2021년에 나왔던 S21, S21 플러스, S21 울트라를 공식적으로 판매하고 있지 않다. 

무엇이 더 나은 전략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는 매년 새 버전의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지만, 만약 애플과 삼성이 매년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페어폰(Fairphone)처럼 오래 이용할 수 있게 만들고 교체를 권장하지는 않는 방식을 따랐다면 시장은 어떤 모습이 될까?
 
페어폰4 수리 예시 ⓒ Henry Burrell / Foundry

이번 주 미국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 행사에서는 삼성은 S23 울트라가 S22 울트라 보다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부품이 더 많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진정한 친환경이란 충분히 계속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을 버리고 새 폰을 구매하라고 유도하기 보다, S22를 더 오래 쓸 수 있도록 배터리 교체 및 지원 기간을 늘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대형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더 오래 보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보다 1년에 한 번씩 새 제품을 출시하며, 새로운 스마트폰이 필요하다는 식의 착각을 유발시킨다. 하지만 명심하자. 비교적 최신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 반짝이는 새 아이폰 14나 갤럭시 S23 울트라와 기능적으로는 같다. 

새 휴대폰을 무작정 사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매년 굳이 새로 바꾸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성능의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실제로 이번 삼성 S23 시리즈에 대해서 과거와 달리 크게 주목할 만한 기능을 찾을 수 없다. 그저 매년 새 제품을 출시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이 구조가 스마트폰의 혁신을 막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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