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보다 확실히 디스플레이가 커지긴 했지만, 만약 위젯을 놓거나 앱 전체를 다 볼 수 있는 정도를 원한다면 여전히 Z 플립4의 외부 디스플레이는 작게 느껴질 것이다. 어떤 기업은 커버스크린 OS(CoverScreen OS)라는 앱을 출시했는데, 이 앱을 이용하면 강제로 작은 커버 스크린에 앱과 키보드가 노출되게 도와준다. 삼성도 비슷한 고민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현장에서 만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용자경험 부서의 홍유진 부사장은 1.9인치의 작은 커버 스크린에 대해 “현재로서는 가장 옳은 선택”이라고 밝혔다. 홍 부사장은 “1세대 플립에서 아주 작은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것은 나머지 디자인과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였다”라며 “삼성 산업 디자인 팀이 3세대 제품에 두 가지 색상을 적용하기로 결정 한 후, 전체적인 디자인과 어울리는 공간이 생겨 큰 화면을 도입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홍 부사장은 “스마트폰 앞면을 다 덮을 수 있을 정도의 큰 화면도 고려했지만, 몇 가지 요소 때문에 타협한 후 지금의 크기를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홍 부사장이 말한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일단 디자인이다. 홍 부사장에 따르면 삼성은 디자인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데, 특히 Z플립은 사용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목표하에 커버 스크린 배경을 바꾸거나 맞춤 이미지, GIF, 비디오를 추가하는 기능이 지원됐다. Z 플립은 사양의 변화가 스마트폰 디자인에 영향을 주는 제품이 아니다. 따라서 삼성은 앞으로 더 큰 커버 스크린이 어울리는 전체적인 디자인을 찾기 전까지는 계속 작은 디스플레이 크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요소는 배터리다. 사실 Z 플립3는 배터리가 너무 빨리 소모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올해 출시된 Z 플립4는 그런 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배터리 성능을 어느 정도 개선했다. 물론 배터리가 오래 가는 것이 중요한 사용자에게 Z 플립4는 다소 부족한 수준이긴 하다. 디스플레이는 배터리를 빨리 닳게 하는 데 큰 영향을 주므로, 만약 이번에 외부 디스플레이 화면을 더 키웠다면 배터리 성능을 개선한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 소프트웨어 지원과 관련한 문제가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여전히 새로운 형태다. 제대로 이용하려면 폴더블 폰에 최적화 앱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앱을 만드는 업체는 적다. 현재 커버 스크린은 삼성이 자체적으로 만든 앱이나 위젯만 띄울 수 있는데, 앞으로 다른 외부 업체의 앱도 커버 스크린에서 지원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삼성이 계속 디스플레이 크기나 비율, 화소 등을 변경한다면, 외부 개발자는 이에 맞는 앱을 만들기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더 많은 외부 앱 개발업체가 Z 플립을 위한 앱을 만들 수 있도록, 삼성은 같은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유지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홍 부사장은 “삼성 내부 개발팀조차 스마트폰 디자인이 계속 바뀔 때마다 적응하느라 고생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폴더블 스마트폰을 만드는 경쟁 업체는 어떤 전략을 쓰고 있을까. 보통 두 가지로 삼성과 같은 길을 가거나 아니며 아예 큰 사이즈를 선택하는 형태가 있다. 대표적으로 화웨이 P50 포켓(Huawei P50 Pocket)은 동그란 형태의 외부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는데, 그 크기는 갤럭시 Z 플립4보단 더 작은 수준이다. 반대로 모토로라 레이저 2022(Motorola Razr 2022)는 2.7인치라는 상대적으로 큰 사이즈의 외부 디스플레이를 지원했다. 하지만 크기는 크지만, 삼성보다 더 많은 기능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흥미롭게도 Z 플립의 외부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삼성에 따르면 미국 내 Z 플립 사용자는 스마트폰을 하루 평균 3.4시간을 사용하는 반면 S21 사용자는 4.7시간을 사용한다. Z 플립 사용자는 휴대폰을 굳이 열지 않고 외부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알림 등 필요한 정보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다. 폴더블 스마트폰 외부에 큰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는 것이 좋아 보일 수 있지만, 막상 그런 제품이 나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스마트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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