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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네스트의 리볼브와 망가진 사물들의 인터넷

Steven J. Vaughan-Nichols | Computerworld 2016.04.07
구글의 네스트가 2014년 리볼브(Revolv)를 인수했을 때, 사물 인터넷의 로제타 스톤처럼 생각되는 합병이었다. 리볼브는 프로토콜에 관계없이 사용자와 여러 업체의 장비를 함께 연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블루투스부터 와이파이, 지그비, 지웨이브 등 다양한 프로토콜을 지원했다.

리볼브의 300달러 짜리 기기를 구매한 소비자는 네스트가 리볼브를 인수하자마자 먼저 기존 제품을 단종하자 일말의 불안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사태는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네스트는 5월 중순부터 남아 있는 리볼브의 제품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네스트 설립자는 리볼르의 웹 사이트를 통해 “더 이상 리볼브에 자원을 할당할 수 없어서 서비스를 중단한다”며, “2016년 5월 15일부터 리볼브 허브와 앱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실 업체들은 언제나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 하지만 2년밖에 안된 값비싼 디바이스를 벽돌로 만드는 것은 정도가 심하다.

궁극적으로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내렸을 이 결정은 필자는 이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리볼브를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들 대안이 있고, 이런 방법으로 네스트는 상처없이 리볼브 지원을 끝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이번 일처럼 고객을 화나게 하는 것은 사업에도 좋아 보이지 않으며, 세상에 대고 사물 인터넷은 사기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지극히 근시안적인 일이다. 리볼브 고객인 알로 길버트가 한 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길버트는 “소유권의 개념을 끝장내는 사물 인터넷의 시대인가? 우리가 고의로 잠깐만 사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구매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 느낌이다. 나는 아직도 잘 돌아가는 코모도어 64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질문이다. 필자의 대답은 이렇다. “사실이다. 사물 인터넷은 디바이스 소유권의 종말을 가져온다. 그렇다. 하드웨어는 일시적인 것이다. 2016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리볼브는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훨씬 더 폭넓게 사용된 디바이스인 아이폰 4를 보자. 길버트는 “만약 애플이 새로운 정책을 세워 결함 있는 디바이스를 바꿔주지 않을 뿐 아니라 구매 후 12개월 후에 아이폰을 실질적으로 벽돌로 만들어 버린다고 상상해보라”라고 했다. 사실 상상할 필요도 없는 것이, 애플은 이미 어느 정도는 이런 일을 하고 있다. 비록 아이폰 4가 실질적으로 벽돌이 되는 데는 12개월보다는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렸다. 아이폰 4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iOS 8 이상의 버전을 구동할 수 없다. 만약 아직도 아이폰 4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해커로부터의 안전을 위해 절대 네트워크에 연결하지 말라고 하겠다.

리볼브 디바이스는 유용한 사물 인터넷 프로토콜 번역기에서 아무 데도 연결할 수 없는 독특한 모양의 장식품으로 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네스트가 중단한 클라우드 서비스와의 별개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필자가 언급한 대안은 무엇일까? 필자의 동료인 제이슨 펄로우는 DMF(Dead Man Firmware)란 개념을 좋아한다. 한 업체가 제품을 단종시킬 때, 오픈소스 펌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출시해 사용자들이 클라우드 서비스 없이 독립적인 디바이스로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DMF는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에테르(Aether)와 연동 클라우드 서비스 리도(Rido)를 중단할 때, 에테르는 최종 펌웨어 업데이트를 발표해 스트리밍 스피커인 에테르 콘(Aether Cone)을 블루투스 스피커로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최소한 사용자에게 아무런 쓸모없는 디지털 디바이스를 남겨놓지는 않는다.

좋건 싫건 우리는 모두 사물 인터넷 디바이스와 클라우드 서비스에 점점 더 의지하게 될 것이므로, 업체에 진정한 지원 보증을 제공하라고 주장해야 한다. 유럽연합에서는 “유럽연합 내의 소비자 상품 판매자는 계약을 통해 제품 배송 이후 2년 간 제품의 적합성을 보증해야만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용은 물론 기업용 사물 인터넷 디바이스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보호하는 이런 종류의 법률이 필요하다.

법률도 좋지만, 필자는 기술을 더 신뢰한다. 현재 필자는 그렇게 많은 디바이스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보호가 필요하다. 디렉션즈 온 마이크로소프트의 리서치 담당 부사장 웨스 밀러가 제시한 다음과 같은 최소한의 개방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모든 디바이스는 개방형 API나 오픈소스 펌웨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 모든 디바이스는 표준 기반의 입출력(블루투스 4.0, 와이파이)과 앱으로 인터넷 연결 없이도 동작할 수 있어야 한다.

완벽한 보호는 아니지만, 최소한 자신의 사물 인터넷 디바이스를 진정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사용자 자신이나 소속 기업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개방형 표준을 살펴봐야만 한다. 이제는 이들이 진정한 소유권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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