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아침 식사는 학교에서 학생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그 말이 아침에 특정 시리얼 상품을 먹는다고 머리가 똑똑해진다는 뜻은 아니다. 최소한 법원은 그렇게 판단했다. 화난 부모들이 허위 광고를 이유로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원고는 각각 15달러씩을 받았다. 문제의 광고를 한 기업 켈로그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아침 식사를 둘러싼 집단 소송이라니, 특이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유별난 집단 소송은 IT 업계에도 넘쳐난다. IT 업계의 재미있는 뒷이야기들 중에는 이상한 집단 소송 사례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제부터 집단 소송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editor@itworld.co.kr
2012년 구글 애드워즈(AdWords) 서비스를 사용해 광고했던 많은 사람들은 한 온라인 광고 대기업이 보낸, 몇 달러에서 몇 센트에 이르는 아주 적은 금액의 수표를 받았다. 왜 거대 기업이 편지 봉투에 붙이는 우표값보다도 적은 금액의 수표를 일일이 넣어 발송했을까? 많은 이들이 어떤 종류의 사기가 아닐까 의심했지만, 사실은 구글이 사용자의 의사에 반해 제 3자 사이트에서 마치 그 사용자가 광고 구매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이유로 집단 소송이 벌어졌고, 그 결과로 2000만 달러 규모의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일 뿐이었다. Image courtesy puuikibeach/Flickr
2009년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스타를 실패작으로 판단하고 윈도우 7 출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러나 당장 윈도우 노트북이 필요했던 로라 울프와 클레이 울프는 에이서 노트북을 구매했다. 그런데 미움을 받는 운영체제에 대해 나름의 경멸을 표시하고 싶었던 것인지, 에이서는 비스타 노트북에 마이크로소프트의 권장 최소 사양보다도 작은 용량의 RAM을 탑재해 판매했다. 물론 에이서는 톡톡히 그 대가를 치렀다. 4년 동안의 소송 끝에(그 사이 윈도우 버전 두 개가 나왔다) RAM이 부족한 에이서 노트북으로 인해 비슷한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RAM을 교체해준 것이다. 단, RAM 교체는 그때까지 끈질기게 문제의 노트북을 사용했던 사람들에게만 해당된 보상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10달러 수표 또는 16GB의 플래시 드라이브를 받았다. Image courtesy Scott Beale/Flickr
2005년 당시 넷플릭스(Netflix)의 주 사업은 우편을 통한 DVD 대여업이었다. 넷플릭스는 “무제한” 대여(과학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함), 그리고 “하루만에 배달”(우체국 사정상 역시 불가능함)이라는 광고로 홍역을 치렀다. 넷플릭스는 부당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무료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즉, ‘한 번에 DVD 3장’ 약정에 가입한 고객인 경우 4장 약정으로 높여준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무료 업그레이드에서 “무료”는 한 달만 해당된다는 사실이었다. 한 달 후에도 DVD는 계속 4장씩 배달됐고, 결국 고객은 직접 다운그레이드할 때까지 4장 약정에 해당하는 요금을 내야 했다. 법정에서는 패소했지만 그것을 고객의 지갑에서 더 많은 돈을 빼가는 영업 기회로 영악하게 활용한 사례다. Image courtesy Flickr/rachellynnae(c)
실수로 변기에 아이폰을 떨어트린다면 애플 정책상 보증 기간이라도 환불을 받을 수 없다. 변기에 빠트린 사실을 숨기고 교환을 시도해봤자 물에 닿으면 빨갛게 변하는 LSI(Liquid Submersion Indicator: 침수 표시기)로 인해 들통나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LSI는 설탕에도 반응했고 결과적으로 폰 고장의 원인이 액체라는 증거가 되지 못했다. 결국 애플은 부당하게 아이폰을 교환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53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했다. Image courtesy Flickr/kenseals
2000년대 게임 분야에서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사건은 바로 “핫 커피(Hot Coffee)” 모드다. 핫 커피는 그랜드 세프트 오토: 샌 안드레아스(Grand Theft Auto: San Andreas)에 숨겨진 미니 게임으로,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나온다. 이 모드는 사용자가 서드 파티 코드를 다운로드하지 않으면 플레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이 게임이 “성인 전용” 등급으로 판매되었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고, 많은 논란 끝에 록스타 게임즈는 섬뜩한 폭력은 좋아도 숨겨진 성적 묘사에는 분노하는 모든 게임 구매자에게 5달러~35달러를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실제 환불을 신청한 사람은 2,676명에 불과했지만 변호사들은 이 소송으로 거액을 손에 쥐었다.
파파 존스의 피자를 좋아하는가? 휴대폰으로 파파 존스 피자를 주문했다가 이후 파파 존스 피자를 광고하는 스팸성 문자 메시지를 받은 적은? 이 문자 메시지는 미국 연방법 위반이다. 파파 존스는 문자를 받은 사람들이 문자를 받는 데 동의했고, 그 문자를 보낸 것도 가맹점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파파 존스 피자 쿠폰을 지급하기로 했다. 맛있게 먹자! Image courtesy REUTERS/Danny Moloshok
미국 미시간주의 맥도널드를 상대로 한 집단 소송은 당초 기술과는 상관이 없어 보였다. 시작은 치킨 맥너겟이었다. 이 지역에는 대규모 무슬림 커뮤니티가 있는데, 맥도널드는 이들에게 맥너겟이 할랄(무슬림 계율에 따른 도축)되었다고 홍보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문제의 맥도널드 가맹점은 불경스러운 너겟을 먹은 사람들에게 환불해주는 대신 아랍-아메리칸 역사 박물관에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합의했는데, 현지 활동가인 마헤드 모니는 이에 분노하여 자신이 관리하는 미시건 주 디어본 지역 페이스북 페이지에 관련 글을 게시했다. 결국 법원은 모니에게 과격한 표현의 게시물을 내리고, 대신 법원의 승인을 받은 자료를 게시하도록 명령했다. 이 명령은 온라인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대대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Image courtesy Kaj17/Flickr
2007년 당시 소니가 3,000달러에 판매한 그랜드 베가 SXRD 후면 프로젝션 TV는 1080p 해상도를 내세운 최첨단 TV였다. 그런데 너무 앞서갔는지, 컴퓨터나 블루레이 플레이어 또는 실질적으로 HD 비디오를 생성하지 않는 어떤 것을 연결할 경우 1080p 해상도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 TV가 나온 지도 6년이 지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이 아마 새 TV를 구입했겠지만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다면 60~80달러의 소니 전자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선물 카드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60달러짜리 소니 전자제품이 있긴 있나? 값비싼 TV의 아주 작은 부품 하나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Image courtesy courtfkizer/Flickr
달리거나 걸을 때 또는 단순히 팔을 움직일 때 손목에 찬 기기에서 칼로리 소모량을 알려주는데, 이 수치가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면 충격을 받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이키+ 퓨얼밴드가 제공하는 걸음 수나 칼로리 소모량은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나이키는 120달러짜리 나이키+ 퓨얼밴드를 구입한 사람에게 25달러 상당의 상품권, 또는 15달러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Image courtesy Peter Parkes/Flickr
러스트 컨설팅(Rust Consulting)은 여기서 다룬 것과 같은 집단 소송 합의를 위한 지급 절차를 수행하는 회사로, 여러 계좌에서 수백만 달러의 돈을 취급한다. 그런데 이 회사의 컴퓨터 결함으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지급된 수표가 은행에서 거부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문제의 수표를 받은 사람들은 이미 은행으로부터 부당하게 집을 담보로 잡히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고, 애초에 그 사건이 바로 이 수표 지급의 원인이 된 집단 소송의 발단이었음을 감안하면 그 사람들에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