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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를 넘어서…” 전통 설치물과 기술의 만남

Cassandra Khaw | TechHive 2013.01.28

2010년에 필자가 처음으로 뉴욕에서 열린 베이비캐슬(BabyCastles)이라는 행사에 갔을 때, 그곳의 사람들은 게임을 연구하고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게임을 즐기며, 그리고 게임에 대해서 인터뷰를 했다. 당시 필자의 옆에 있던 딥 씨(Deep Sea)의 사운드 및 인터렉티브 크리에이터인 로빈 아노트는 아직 정리가 덜 된 무대 위에 놓여있는 관을 보며 흥분했다.
 
아노트는 “정말 같고 싶다. 딥 씨 플레이어들이 저 관 안에 들어가서 게임을 하면 엄청 몰입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딥 씨는 ‘감각 차단’을 적용한 실험적인 게임으로, 인간과 괴물이 해저에서 전투를 벌인다는 익숙한 게임 내용을 익숙하지 않은 툴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통적인 마우스나 키보드, 콘솔 컨트롤러 대신 눈 가리개가 달린 가스 마스크, 잡음 제거 헤드폰, 예스러운 조종기를 사용하고, 플레이어들이 서로의 숨소리도 들을 수 있다.
 
로빈 아노트가 SXSW 2011에서 딥 씨를 시연해보이고 있다.
 
이것은 게임의 모든 요소를 몸소 느끼는 것과 같다. 숨이 막힐듯한 분위기, 인위적인 암흑, 헐떡 거리는 숨소리… 굉장하다. 딥 씨는 우리가 공포스러워하는 것들을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담요 밑으로 몸을 숨기고, 귀를 막고, 공포에서 달아나게 만든다.
 
이것은 새로운 것도, 3류 비전가들만 매달리는 분야도 아니다. 모양과 크기는 다르지만 딥 씨와 같은 장치들은 또 있다. 
 
프랑스 파리의 한 빌딩에는 방문객들이 “듣고, 냄새를 맡고, 느끼고, 볼 수 있는” 게임 관련 전시가 열렸었다. 뉴욕의 MAD(Museum of Art and Design)은 방 하나를 거대한 3D 팩맨(Ms. Pac-Man) 게임장으로 변신시키기도 했다. 아방가르드 게임 디자이너들이 아타리 2600(Atari 2600) 컨트롤러와 트램폴린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 전시물을 선보인 사례도 있다. 또 대형 브랜드들이 아케이드 게임기를 광고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이런 사례들에 공통점이 있을까? 딱 하나가 있다. 청중과 예술 프로젝트 사이를 감각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2차원이 아닌 다양한 감각적 체험을 제공하는 설치물들이다. 이는 구경꾼들을 참여자로 탈바꿈시킨다.
 
그냥 간단히 정리하면 물리적 설치물이다. 그러나 사람을 흥분시키는 설치물이다.
 
게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런 인터렉티브 설치물들은 게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도처에서 이런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뉴욕시 5번가의 까르띠에 매장 쇼윈도에는 지겔바움+코엘료(Zigelbaum + Coelho)가 개발한 리치(Reach)가 설치되어 있다. 첨단 센서와 기술이 접목된 보석 상자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손 움직임에 반응해서 열리고 닫히면서, 반짝이는 보석들이 나타난다. 


 
지겔바움+코엘료의 공동 대표인 제이미 지겔바움은 “보석 디스플레이와 윈도우 디스플레이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매장 안에 직접 들어가야 확인을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매장 밖의 사람들이 유리 안으로 몸을 집어 넣는 것과 같은 체험을 통해 보석을 확인할 수 있는 개념을 착안했다”라고 설명했다.
 
서부에는 레오 빌라리얼이라는 예술가가 샌프란시스코 베이 브릿지(San Francisco Bay Bridge)의 일부를 3.2km짜리 조명 쇼장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베이 라이트(The Bay Lights)라고 불리는 이 조명은 다리의 지지 케이블에 LED 조명을 설치한 것으로, 오는 3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굉장히 많은 사례가 있지만, 미디어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가 기능에 치중한 프로젝트들이기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로빈 아노트는 “억지로 짜맞춘 주장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렇다. 도처에서 이런 설치물을 찾아볼 수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나 인터내셔널 게임페스티벌(International Games Festival)에서는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Xbox 360이 설치물이다. 우리는 이 중 어떤 것에서는 기존과 다르기 때문에 신기하다고 느낀다. 딥 씨도 (수익 창출, 고객 유치 등) 게임의 일반적인 목표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신기하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미래 제품의 프로토타입이라고 생각하면, 연구 개발의 결과로, 덜 신기하게 보인다”라고 말했다.
 
 
  
 
신기함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네바다 블랙 록 디저트(Black Rock Desert)에서 매년 일주일간 개최되는 버닝맨(Burning Man)이 독특한 작품과 제품으로 수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노트는 "버닝맨에 대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은 다차원적인 실험이 이뤄지는 행사라는 것이다. 버닝맨은 일시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해 자유로운 표현을 평가하고 보상하는 행사이다”라면서, “이는 인간 본성, 인간 본성과 공동체가 연결되는 방식, 공동체를 만드는 방법, 공동체가 형성되는 방법에 대한 실험이다. 딱 일주일간 계속되는 공동체는 기존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제거 또는 대체한다. 우리는 이런 가운데 겸양을 터득한다. 무언가를 완벽히 터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규칙이 바뀐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과 사랑은 변하지 않고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판 버닝맨 행사가 베이비 캐슬이다. 일부는 인디 예술 전시회라고 지칭을 하고 있지만, 베이비 캐슬을 기획한 쿠날 굽타는 아직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상업적인 매체로서 인기를 중시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게임들을 일종의 틈새 예술에서 독립시켜 좀 더 참여적이고 더 많은 사람들,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개된 것으로 독립시키는 의도로 기획했다. 이런 관점에서 이 게임들은 일종의 대부분 완료된 기한이 정해진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쿠날은 이런 설치물을 '작업의 광장'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방식과 이유이다. 컨트롤 같이 단순한 것들도 큰 중요성을 갖는다. 이런 설치물들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프로젝트이다. 그 동안의 연구와 작업을 개념화해, 사람들이 직접 상호작용,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로 구체화한 것이다. 이는 게이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게임을 다른 스크린 기반 작품과 차별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 무언가를 제시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비 캐슬 같은 기관들이 성장을 하고 있다. 또 이를 지원하는 기관들도 많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과 뉴욕의 'Eyebeam Art + Technology Center'가 대표적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이런 매체에서 더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게임 설치물이 어디로 나아갈지 상상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사회적인 고립의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수동적으로 화면을 응시하는데 그치지 않는 게임 설치물은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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