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우의 행복한 개발자 | 동료의 첫인상,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임철우 | IDG Korea 2009.03.18

AP13F4.JPG하루를 시작하면서 잠들기까지 하루에 몇 번이나 거울을 보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거울 속 자신을 보면서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거울은 누구보다도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조금 더 객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 중의 하나이다. 나르시즘에 빠지는 일만 없다면 말이다.

  

아무리 객관적이라지만, 대부분은 거울을 보면서 거울 속 자신에게 관대하게 점수를 준다. 자신이 아무리 살찐 상태라고 해도 조금은 날씬한 각도로 거울을 보면서 이 정도는 그래 조금만 빼면 될 거야 하는 생각을 하고 그 심각성을 그냥 넘기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볼 때는 어떤지 한번 생각해 보자. 아무리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라고 하자만 첫인상만으로 상대방을 판단하려고 들며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결론을 내려 버리는 일이 많다. 또는 얼마 동안은 지켜보더라도 첫인상이 계속 남아 색안경을 낀 상태에서 상대방의 모든 행동을 평가하며, 아무리 잘해봐야 저 정도는 누구나 하는 거야 하고 자신의 능력과 비교해서 평가해버린다.

 

그러나 이미 많은 경험을 쌓은 자신과 사회에 갓 입문한 신입이나 부하직원은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들이 맡은 일을 다했을 때, 자기와 비교해서 ‘그 정도는 누구나 다해’가 아니라 당연히 칭찬을 하고 격려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물론 개발자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고집이 없으면 안된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면, 밀고 나가는 고집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평가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면 조금 더 관용도를 올려주는 것이 좋다.

  

필자의 경험을 하나 들어보겠다. A 사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 되었던 솔루션을 다루는 업무를 맡았을 때 일이다. 매뉴얼이라고는 솔루션 업체에서 제공해 준 것이 전부였으며, 그 매뉴얼에서 분명이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구현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던 솔루션이었고, 전임자에게 한 달 정도 인수인계를 받고 운영하던 시절이다.

 

처음에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확산 프로젝트가 되면서 박사급들이 와서 다시 컨설팅을 하며 몇 마디 하고 가면 그것을 구현해야 되는 입장이 됐다.

 

처음에는 이런 박사급 컨설턴트들은 똑똑해 보이고 하는 말마다 청산유수여서 반드시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을 처참하게 깨트리는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된다고 하던 기능들이 구현이 불가능 한 사태가 발생되어 필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던 것이다.

 

외형적인 모습만 보고 믿었던 내 자신이 그렇게 싫었던 시절이 없었다. 분명히 그 당시 컨설팅을 해주던 사람들이 필자보다 많이 알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솔루션 업체에서 제공한다고 얘기했던 사항들을 암기하며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지, 정말 되는지는 모르는 상황에서 말만 그럴싸하게 얘기를 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동으로 된다는 것을 필자가 아침마다 수동으로 하나하나 처리를 해야 했으며, 피를 말리는 몇 달을 지내게 됐고, 나중에 2차 확산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까지 고생을 해야 했다. 컨설턴트들이 했던 얘기들에 대해서 요목조목 틀린 부분을 지적하고, 실제로 구현하면서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불가능의 주장했지만, 일개 대리가 하는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도저히 싸움이 안 되는 상황은 이해되지만 같이 있던 다른 개발자들도 컨설턴트 편을 들었던 것이 서운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서는 필자의 얘기를 듣게 됐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낭비한 시간이 정말 아까웠다.  

  

필자가 이 사건을 겪으면서 배운 것은 사람을 외형적인 것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덕분에 여러 개를 대충 아는 것 보다, 하나를 알더라도 깊이 있게 알아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하지만 반대로 처음부터 인색하게 방어적으로 상대방을 대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는 자신이 개발자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자신이 듣고자 하는 말만 듣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거울 속의 자신에게는 참 인자한 것이 사람이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것은 최소한 상대를 볼 때 바로 판단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자로 지내게 되면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기에 많은 사람과 교류가 있게 된다. 그때 첫인상이나 한가지 단편적인 상황으로 자신과 안 맞는 사람이야 하고 결론을 내리는 어리석은 판단을 하지 말자.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져보고 이건 기둥이야 하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저 잠시 스쳐가는 사람이라고 해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된다. 도움을 주고받은 사이라면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며, 누군가 나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좋게 답해 줄 것이다. 일하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지를...

  

행복한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조금 손해를 보게 되는 일이라도 피하지 말자. 돈이 드는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cess98@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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