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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서드파티 쿠키의 종말, 답은 ‘제로파티’ 데이터에 있다

Paul Gillin | Computerworld 2021.09.13
온라인에서 잔디 깎는 기계를 사려고 제조사 홈페이지와 쇼핑몰을 몇 군데 클릭하고 나면, 몇 분 뒤 방문하는 모든 웹사이트에서 잔디 깎는 기계에 대한 광고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런 기습적인 광고는 며칠간 이어진다.
 
ⓒ Getty Images Bank

이머커스 기술 업체 RPOS 판매 전략 부문 부사장 존 브루노도 마찬가지 경험을 했다. 브루노는 몇 년 전 온라인에서 약혼 반지를 구매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아내가 될 사람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기기에서 일일이 광고를 숨겨야 했다”라고 말했다.

조금 오싹할지도 모르는 이런 사례는 사용자의 쿠키로 인해 발생한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쿠키는 컴퓨터 내부에 깊숙이 숨겨져 있어 사용자 대부분은 어디서 쿠키 파일을 찾아야 하는지조차 모른다. 하지만 웹 서버는 알고 있다. 스토커처럼 사용자 주변을 맴도는 광고는 바로 이 쿠키에 포함된 정보 때문이다.

마케터 대부분은 큰 노력 없이 대규모로 개인화가 가능한 쿠키를 선호한다. 하지만 서드파티 쿠키는 이제 사라지고 있다. 온라인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사용자 우려가 커지자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IT 대기업이 서드파티 쿠키 제한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미 브라우저에서 서드파티 쿠키 추적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오는 2023년 말이면 쿠키의 가치가 무너질 것이라는 사실은 거의 확실하다.


뒤집어진 사용자 데이터 시장

브루노는 서드파티 쿠키 이용 제한에 대한 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했다. 브루노는 “서드파티와 맥락 데이터(contextual data) 시장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서드파티 쿠키에 접근할 수 없게 되면 기업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에 집중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 리서치가 ‘제로파티(zero-party)’라고 부르는 바로 그 데이터다.

그렇다고 해서 쿠키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플랫폼 업체 엠파티클 대표 마이클 카츠는 “사용자 동의 없는 크로스 도메인 활동에 대한 서드파티 쿠키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 여전히 방문자의 기기에서 쿠키를 수집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용자 동의가 필요하다. 최근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이 사이트는 쿠키를 사용합니다’라는 알림창이 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부 마케터는 아쉬워하겠지만, 쿠키의 종말은 승자나 패자를 만들지 않는다. 업무 방식을 바꿀 뿐이다.

브루노는 “쿠키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을 때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사용자가 쿠키 수집을 허용하면 그때 다시 클릭과 페이지 정보, 체류 시간을 추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차이는 실제 업무에 활용할 데이터만 수집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기본에 충실한 마케팅으로 회귀한다. 차별화되고 즐거운 경험을 만들어 고객의 재방문을 끌어내는 것, 선도 기업에서는 이미 하고 있는 마케팅 방식이다. 브루노는 “앞으로 성과를 낼 기업은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가는 기업이다. 이는 결국 판매 상품에 대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는 기업과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기업, 두 종류로 귀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츠도 이에 동의했다. 카츠는 쿠키가 종말을 맞은 이후 시대에서 승리자는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만드는 기업이 될 것이다. 고객에 대해 더 잘 알고, 퍼스트파티 데이터 전략에 더 많이 투자할수록 성과가 좋아지는 플라이휠 효과가 생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더 나은 고객 관계

규칙이 바뀌면 부수적인 충돌이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기업은 고객 참여 전략을 다시 세우게 된다. 카츠는 “소비재를 판매하는 많은 기업은 수년간 고객 관계를 소매업체에 위탁하고 있었다. 이런 문화도 변하고 있다. 고객 관계를 직접 관리하며 이를 강화할 수 있는 기업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테슬라 모터스는 고객 경험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개인 딜러 판매를 금지하고 직영점 위주로 판매하다가 100%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브루노는 “단 한 명의 고객만을 위한 제품은 값을 매기기 나름”이라며, 활발하고 개별화된 거래를 위해 가격 전략도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년 전 PROS가 구매 전문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3가 실시간으로 개별화된 가격을 제공하는 업체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5%까지 추가 비용을 지급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브루스는 “가격이 적당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고객은 자신들이 협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식상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서드파티 쿠키 종말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사용자다. 웹 광고가 조금 잠잠해지고, 기업도 고객 데이터를 투명하게 관리를 할 수 있다. 물론 사용자가 일종의 상품이었던 과거에는 무료로 얻었던 정보에 대해 이제는 비용을 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잔디 깎는 기계를 평화롭게 구매할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환영할 만한 변화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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