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신형 AMD 라이젠 3000 칩의 코어 개수, 클럭 속도, 내부 구조까지는 알려졌다 해도 이 칩의 정확한 속도를 확인하는 독립적인 테스트는 아직 없다. 정확한 성능은 CPU가 판매되는 7월 7일이 되어야 알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NBA나 슈퍼볼 결승전을 앞둔 시점에는 늘 별 의미도 없는 각종 스포츠 통계가 쏟아져 나오는 데서 영감을 받아, 본지에서도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어 어느 CPU와 어느 회사가 더 높은 가격 대비 가치를 제공하는지 따져 보기로 했다.
측정 기준은 CPU 성능을 이끄는 세 가지 핵심 요소, 즉 코어와 스레드 수(또는 CPU 코어의 수), 그리고 클럭 속도(MHz)다. 몇 년 전에 클럭 속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건 거짓말이다. 클럭 속도는 중요하다. 물론 CPU의 가치를 결정하는 또 다른 축인 가격도 빼놓을 수 없다.
AMD 또는 인텔: 최고의 멀티 스레드 가치
멀티 스레드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AMD의 기존 라이젠 메인스트림 칩 라인업을(참고용으로 스레드리퍼도 2개도 함께) 인텔의 현재 CPU 및 AMD의 새로운 라이젠 칩과 비교했다.가격의 경우 새로운 라이젠 3000 CPU에는 MSRP를 사용했고, 라이젠 2000과 스레드리퍼, 코어나 제온 CPU에는 뉴에그나 아마존의 실제 판매 가격을 사용했다.
놀랍게도, 스레드당 비용 차트 중간에 가로로 선을 그리면 선의 위쪽, 즉 가치가 높은 쪽에는 AMD CPU가, 아래 가치가 낮은 쪽에는 인텔 CPU가 몰려 있다. 측정 결과는 다음과 같다.
AMD의 멀티 스레드 가치는 그냥 좋은 것도 아니고 압도적으로 좋다. 스레드당 가격 측면의 가치가 워낙 출중해서 AMD 본사 건물 앞에 “스레드를 모두 써야 합니다!”고 쓰인 풍선 인형이라도 세워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가장 가치가 높은 멀티 코어 제품은 AMD의 라이젠 2000, 그 중에서도 6코어 라이젠 5 2600이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조금 더 비싼 가격에 8코어 16스레드의 성능을 제공하고 전력 효율성도 높은 라이젠 7 2700이 더 나을 수도 있다.
AMD의 라이젠 5 3600 역시 좋은 선택이다. 전력 효율성과 뛰어난 컴퓨팅 효율성이 결합된 이 CPU는 라이젠 2000 칩에 비해 전체적으로 가격 대비 가치가 더 높다.
AMD의 새로운 라이젠 3000 라인업으로 올라가면 코어당 가격이 큰 폭으로 뛰는 것을 볼 수 있다. 6코어 라이젠 5 3600X, 8코어 라이젠 7 3700X, 12코어 라이젠 9 3900X 모두 스레드당 가격은 약 21달러다. 흥미롭게도 새로운 16코어 라이젠 9 2950X의 스레드당 가격은 23달러로, 라이젠 제품군 중에서 멀티코어 가치가 가장 낮은 8코어 라이젠 9 3800X의 스레드당 25달러보다 약간 더 나은 수준이다. 라이젠 9 3800X의 스레드당 가치는 32코어 스레드리퍼 2990WX와 사실상 동일하다.
AMD와 달리 인텔은 스레드당 가치가 낮은 데 개의치 않는 듯하다. 가장 근접한 인텔 CPU는 8코어 코어 i9-9900으로, 스레드당 가격은 27달러다. 그러나 이 CPU는 65W 저전력 칩이므로 클럭 속도 성능은 그만큼 낮다.
인텔의 가치가 떨어지는 주된 이유는 중급 6코어 칩에 하이퍼 스레딩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하이퍼 스레딩의 성능 강화가 없는 8코어 코어 i7-9700K의 비용은 스레드당 51달러까지 치솟는다. 이 스레드당 가격은 무려 1,200달러짜리 코어 i9-9920X CPU보다도 더 높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그렇게 많은 코어가 필요한가이다. 비디오를 편집하거나 CPU 사용량이 높은 다수의 작업을 동시에 하거나 3D 렌더링을 한다면 많은 코어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AMD CPU에서 얻는 이 “가치”는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당연히 500달러를 주고 12코어 라이젠 9 3900X를 사는 것보다는 더 저렴한 가격대의 라이젠 칩을 선택하는 편이 현명하다.
기본적인 결과는 멀티코어 가치 측면에서 AMD가 인텔 칩을 계속해서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멀티코어 성능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현재 AMD가 인텔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 대비 가치를 제공한다.
이것이 AMD가 더 빠르다는 의미는 아니다. AMD의 최신 칩을 실제로 테스트하기 전까지는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전의 AMD 라이젠 2000 칩을 근거로 가격과 스레드의 이점을 감안해서 생각해 보면 AMD가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AMD 대 인텔: 가격 대비 클럭 속도
앞서 언급했듯이 막강한 멀티코어 칩에 큰 돈을 투자하는 것은 그 칩을 온전히 활용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낭비다.게임을 즐기고, 브라우저 창 몇 개를 열어놓고 이용하거나 일반적인 생산성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는 대부분 CPU의 가치와 성능을 판단하는 데 있어 CPU의 클럭 속도가 더 중요한 기준일 수 있다. 다만 각 CPU의 클럭은 부하와 냉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가격 대비 멀티 스레드 차트는 스레드를 많이 사용하는 실제 작업에서도 차트의 순위가 비교적 그대로 반영되지만 클럭 속도의 경우 차트와 실제 체감이 꽤 다를 수 있다.
어쨌든 가격 대비 MHz가 높은 CPU를 살펴보는 것도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여기서는 각 CPU의 공식 터보 부스트 또는 부스트 클럭 속도를 사용했다. 단, AMD의 프리시전 부스트(Precision Boost)는 조건에 따라 변화가 심해서 포함하지 않기로 했으며, 대신 AMD의 공식 최고 부스트 클럭을 사용했다.
MHz당 비용을 잘 살펴보면 인텔 칩이 드디어 경쟁권에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도 승자는 AMD, 구체적으로는 라이젠 6 2600과 2600X 프로세서다.
그런데 클럭당 가치 순위에서 3위 항목을 보면 MHz만으로 칩을 판단할 경우의 문제점을 잘 알 수 있다. 라이젠 5 3600은 저전력 칩이지만 공식 클럭은 고전력 칩인 라이젠 5 2600X와 동일한 4.2GHz까지 올라간다. 라이젠 5 2600X 대비 겨우 20달러의 가격 차이에 AMD의 최신 7nm 공정까지 감안하면 더 신형인 라이젠 5 3600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또한, 클럭 속도를 기준으로 생각할 때는 컴퓨터 사용 방법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텔 CPU도 여전히 적당한 가격대에서 괜찮은 클럭 속도를 제공하지만 이 경우 하이퍼 스레딩을 포기해야 한다. 3D 렌더링, 비디오 인코딩과 같이 더 많은 수의 스레드가 필요한 작업에서는 클럭 속도 대비 체감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오로지 클럭 속도만으로는 인텔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AMD의 메시지를 보면 이번에는 인텔을 거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가격 대 MHz의 가치도 AMD의 승리지만 이 평가는 기존 CPU를 근거로 했다는 점에 유의하라. AMD의 새로운 라이젠 3000 칩이 출시되면 가격대비 MHz 경쟁은 예상보다 근접한 싸움이 될 것이다. 솔직히 코어 대 라이젠 3000만 두고 보면 무승부라고도 할 수 있다.
무형적 요소
이번 실험은 재미있고 각 칩의 가격 대비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적인 감도 제공하지만 여기에는 무형적인 요소가 상당수 빠져 있다. 가격 대비 가치를 고려할 때는 모든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AMD에는 RGB와 같은 인기 있는 기능을 갖춘 고품질의 쿨러를 기본 품목으로 제공한다는 이점이 있다. 인텔의 경우 고급 칩에는 보통 기본 팬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팬이 포함된 제품이라 해도 극히 기본적인 기능만 하는 팬이다.또 한 가지 고려할 점은 CPU를 장착할 마더보드의 가격이다. 지금은 AMD가 인텔 기반 마더보드에 비해 비용 측면에서 약간 더 유리하지만 새로운 라이젠 3000 칩이 나오면 비교적 고가의 x570 마더보드로 인해 그 우위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x570 마더보드에는 인텔 CPU에는 없는 PCIe 4.0 지원이 포함된다.
통합 그래픽을 사용한 비디오 인코딩이나 디코딩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인텔이 계속해서 앞서 있다. GPU에 내장된 인텔의 전용 하드웨어인 퀵싱크(QuickSync)가 마침내 무시할 수 없는 기능으로 발전했는데, 정작 인텔의 최신 “KF” CPU에는 IGP가 비활성화되기 때문에 그 이점이 사라진다.
최선은 별도의 테스트 결과가 나온 후 확인하고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AMD가 멀티 스레드 가치 측면에서 여전히 앞서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싱글 스레드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차이가 훨씬 더 좁아진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