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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치독스 리전 프리뷰 : 테러리즘과 경찰폭력, 민감한 주제 다룬 독보적인 게임

Hayden Dingman  | PCWorld 2020.07.14
건설 노동자, 민간 용병,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술집 안으로 들어간다. 셋이 맥주를 마시고 다트를 한다. 전화기를 본다. 그리고 한 명씩, 사람들의 눈을 피해 “직원용”으로 표시된 문으로 몰래 들어간다.
 
여기서 핵심은 세 명 모두 비밀 저항군 요원이라는 것이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영국 사람은 적의 목을 부러뜨리고 권총을 쏘는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적당한 방향으로 살짝 끌어주기만 하면 된다. 필자가 요원을 갈아치우는 속도에 보조를 맞추려면 데드섹(DedSec)은 아주 많은 신규 요원을 모집해야 할 것이다.
 

영웅을 기다리며

두 개의 데모를 통해 확실히 드러난 점은 와치독스 리전(Watch Dogs Legion)의 성패는 캐릭터 시스템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새롭고 신선하고 잠재력도 풍부하다. 그러나 ‘게임 내의 아무 캐릭터로나 플레이하기’ 시스템(이 캐릭터 시스템에는 “드라이바타(Drivatar)”와 같이 조롱할 수 있고 입에 잘 붙는 명칭이 필요함)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세부적으로 정리하기 전에 잠시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일단 거창하다. 데모 중에는 아주 희미한 맛보기만 나왔지만 그럼에도 와치독스 리전이 정치적인가 아닌가에 대한 모든 질문을 확실히 잠재웠다. 당연히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리전의 배경이 군국주의적 경찰이 지배하는 근 미래의 런던이라는 점은 이미 알려져 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치적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단순히 거기까지만 지적하지 않는다.
 
이 변곡점을 바로 플레이하는 대신 첫 미션은 데드섹이 가이 포크스풍의 음모를 밝혀내는 내용이다. 누구가가 런던의 여러 명소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플레이어는 이 재앙을 막는 액션 영웅처럼 마지막 순간에 폭탄을 해체한다.
 
사실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이 공격을 감행한 자는 플레이어도, 데드섹도 속인 것이다. 음모는 알고 보니 위장 술책, 함정이었다. 폭탄이 터지고 당연히 데드섹은 집중 포화를 맞는다. 공포에 질린 런던 시민들은 사설 보안 업체인 알비온(Albion)에 안전을 맡긴다. 영국은 파시즘에 빠진다.
 
ⓒ IDG / HAYDEN DINGMAN

와치독스가 항상 비현실적일 만큼 계획한대로 착착 돌아가는 음모를 다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위장 작전은 새롭지 않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을 보자. 리전의 군국주의적 런던은 9.11 이후의 미국, 또는 바타클랑 이후의 프랑스를 연상시킨다. 게임 내 광고에는 영국의 반이민 정서와 브렉시트로 이어진 영국적 예외론이 엿보인다. 또한 길거리 디스플레이를 통해 재생되는 경찰의 폭력은 그 이상 시기적절할 수 없다.
 
리전이 이러한 주제를 제대로 다루는지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없다. 앞서도 말했듯이 거창한 주제다. 유비소프트(Ubisoft), 그리고 대부분의 개발사가 게임이 “정치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쉬운 길을 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시도했다가 실패할 경우 받게 되는 비판보다는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는 척하는 편이 훨씬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필자는 두 번째 데모 이후 리전의 스토리에 훨씬 더 흥미가 생겼다.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지만 와치독스 2에는 실리콘 벨리, 기술 기업, 소비자보호법 등에 대해 생각 이상으로 많은 내용이 나온다. 물론 이 게임 역시 거대 기업의 제품이고 최대한의 흥행을 목표로 설계됐지만 와치독스 2는 지금까지 나온 유비소프트 게임 중 가장 체제 전복적이기도 하다. 
 
ⓒ IDG / HAYDEN DINGMAN

리전에서 유일하게 걸리는 부분은 테러리즘과 경찰 폭력에 대한 암울한 스토리라인과 런던에 있는 아무 캐릭터나 플레이하는 리전의 게임 방식상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익살과 상충한다는 점이다. 현실 세계의 온갖 문제가 담긴 무거운 스토리를 만든 다음 정작 마케팅의 초점은 지갑에 소형 권총을 숨긴 80살 할머니 암살자에 둔다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실제로 그런 모양새다.
 
다시 게임 내의 아무 캐릭터로 플레이는 시스템으로 돌아가 보자. 앞서 말했듯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리전의 성공을 좌우할 가장 큰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전 데모에서 필자는 여러 명의 80세 여성으로 플레이하면서 런던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똑같은 방식으로 두 번 플레이한다면 별로 재미있는 기사가 되지 않을 것이므로 이번에는 좀더 다양한 캐릭터를 선택해서 건설 노동자인 크리스 라이트, 그래피티 벽화 아티스트인 누 트랜, 그리고 데모 후반부에서는 알비온 멤버인 윌리스 그린으로 플레이했다.
 
ⓒ IDG / HAYDEN DINGMAN

리전의 성패가 이 플레이 방식에 달려 있다고 말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비소프트가 이들을 조종하는 끈을 얼마나 잘 숨길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데모 이후의 느낌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는 정도다.
 
실제로 캐릭터로 플레이를 할 때는 단절감이 거의 없다. 주 스토리 미션에서 나누는 대화는 아주 자연스럽다(다만 데드섹 용병들이 기술에 대해 극히 무지하다는 점은 의외지만). 또한 캐릭터별 특징도 마음에 든다. 예를 들어 각 캐릭터마다 적합한 무기가 있어서, 건설 노동자는 렌치로 공격하고 아티스트는 페인트볼 총으로 공격한다.
 
소셜 스텔스 요소도 있다. 초기 어쌔신 크리드(Assassin’s Creed) 아니면 히트맨(Hitman) 에이전트 47에서 차용했을 법한 기술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플레이한 알비온 내부자는 다른 사람에게 너무 가까이 가지만 않으면 보안 검사대를 통과해 제한된 구역으로 들어가더라도 경보가 울리지 않는다. 와치독스 2의 경우 액션이 총격전으로 귀결되는 부분에서 매우 실망스러웠는데, 리전에서는 그런 경우가 덜 발생하기를 바란다.
 
ⓒ IDG / HAYDEN DINGMAN

이 시스템의 몇몇 측면은 부자연스러운데, 그중 최악은 요원 모집이다. 보통은 길거리에서 누군가에게 다가가 큰 목소리로 “나는 데드섹 소속입니다” 같은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길목마다 카메라가 있는 국가에서 테러리스트 조직의 일원이라고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것은 상당히 무모하다.
 
대화의 시작도 부자연스럽지만 결국 같은 양상으로 대화가 흘러가는 경우도 너무 많다. 낯선 사람들이지만 몇 가지 하찮은 일만 해결해주면 바로 데드섹에 가입한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데드섹은 악명높은 테러리스트 조직이다).
 
이런 순간에는 리전이 매우 복잡한 무대에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이며 합판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세트에 불과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물론 모든 비디오 게임이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환상이 깨지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리전에는 이 깨지는 부분이 아주 많다.
 

결론

와치독스 리전의 최종 결과물의 품질에 대해서는 솔직히 확실히 말할 수 없다. 와치독스는 독보적인 게임이다. 대담하고, 대형 퍼블리셔의 뒷받침이 없으면 불가능한 유형의 프로젝트인 동시에 위험이 너무 커서 퍼블리셔가 승인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유형의 프로젝트다.
 
적어도 필자에겐 그 부분이 흥미롭다. 필자는 대작과 망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게임이 좋다(앤체스터(Ancestors), 알파 프로토콜(Alpha Protocol)). 개발자에게는 두려운 일이겠지만 이런 게임이야말로 게임이라는 매체의 진전을 이끈다. 또한 그런 게임이 10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리전이 성공을 향한 올바른 방향을 잡기를 바란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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