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황의 법칙' 포기하나>

편집부 | 연합뉴스 2008.09.11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 지난 해 3월 대만에서 열린 삼성모바일솔루션(SMS) 행사장.

 

   삼성전자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현 기술총괄 사장)은 '황(黃)의 법칙은 계속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2006년에 32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는 등 미세화와 대용량화를 계속해왔다. 그러나 미세화에는 한계가 있고 앞으로 미세화의 속도는 늦어질 것이다."

이는 미세화 공정 문제로 일정시점에는 황의 법칙이 지탱하기 어려워질 것임을 스스로 내비친 것으로, 불과 1년 전 같은 자리에서 "60년이라면 모를까 6년은 크게 자랑할 만한 것이 못된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지난 해 10월 세계 최초로 30나노 공정으로 64기가비트 낸드플래시를 개발, 8년 연속 황의 법칙을 입증해 보였다.

 

   황의 법칙이 최초로 공개된 것은 200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회로학술회의(ISSCC) 총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 사장이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반도체 메모리 집적도가 1년에 2배씩 증가한다"고 선언한 것.

 

   그의 발언은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1965년 발표한 무어의 법칙(반도체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씩 좋아진다)을 능가하는 '뉴 메니페스토'로서 곧바로 큰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황의 법칙을 선언하기 3년전인 1999년 256메가비트(Mb)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 513Mb ▲2001년 1GB ▲2002년 2Gb ▲2003년 4Gb ▲2004년 8Gb ▲2005년 16Gb ▲2006년 32Gb ▲2007년 64Gb 등 매년 용량이 2배로 향상된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에 성공했다.

 

   이런 개발 사실들을 근거로 황의 법칙은 37년간 이어져온 무어의 법칙을 대체하는 새로운 정설로 인정받게 됐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황의 법칙을 해마다 증명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제조공정을 미세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2001년 100나노(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 미터) 공정기술을 개발하며 '나노시대'를 연 삼성전자는 2002년 90나노→2003년 70나노→2004년 60나노→2005년 50나노→2006년 40나노→2007년 30나노 순으로 매년 더욱 미세한 제조공정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나노기술 진화이 진화할수록 기술적 어려움도 커져만 갔다.

 

   반도체 회로 선폭이 원자 몇 개 수준인 수십 나노미터대로 얇아지면서 셀(Cell)간 간섭현상이 발생해 낸드플래시가 오작동하는 기술적 어려움에 봉착한 것이다.

 

   황 사장이 "미세화의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고 우려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원래 데이터는 기록돼야 할 곳에는 기록되고, 지워져야 할 곳에는 지워져야 하는데 셀간 간섭현상이 생기면 기록되지 않아야 할 곳에 기록이 될 수도 있고, 지워지지 말아야 할 곳의 데이터가 지워질 수 있다. 즉 제품 성능이 불안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30나노 64Gb 낸드플래시 개발 이후 업계에서는 "더이상의 미세화 공정은 불가능하다"며 황의 법칙이 수년내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11일 "128Gb 제품 개발을 위한 '3차원 셀스택'이라는 신기술 개발을 완료했으나 양산기술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황의 법칙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음에도, 일각에서는 미세화 공정에 따르는 기술적 어려움으로 황의 법칙을 결국 포기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이번 결정은 시장경쟁이 최고조에 이른 현 메모리업계 상황에서 후발주자를 확실히 따돌리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인 결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반도체 시장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첨단 기술 리더십은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해 향후 황의 법칙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짙은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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