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W3C가 승인한 것은 EME(Encrypted Media Extensions)이란 사양이다. EME는 기존 HTML의 확장 프로그램으로, 모든 웹 브라우저에 걸쳐서 재생 제한 기능을 표준으로 만든다.
W3C의 모순된 성명
이런 종류의 제약, 즉 DRM은 그 정의에 따르면, 단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 바로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보거나 듣거나 소비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 노래, 책, 이미지 등이 해당되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지리적인 위치 등에 따라 적용된다.
그럼 W3C의 강령 중 한 부분과 비교해 보자.
“웹의 사회적 가치는 인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커머스, 그리고 지식 공유의 기회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W3C의 주 목적 중 하나는 이런 혜택을 모든 사람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인프라, 언어, 문화, 지리적 위치, 물리적 혹은 정신적 능력과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W3C의 본질적인 임무가 DRM의 목적과 정확하게 반대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W3C가 DRM을 온전하게 수용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축복하고 표준으로 승인하는 디스토피아의 미래에 살고 있는 것이다.
EME가 문제인 이유
웹은 처음부터 정보와 콘텐츠를 지구 상의 모든 사람이 소비하고 공유할 방법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웹은 개방적이고 웹은 무료이다.
웹 상에서 폐쇄적인 무엇인가를 만들려는 그간의 노력은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낳았다. 플래시와 쇼크웨이브를 생각해 보라. 다양한 플랫폼에서 웹브라우저로 보는 것을 제한하는 그 어떤 것도 모두 몹쓸 짓이다. 그리고 W3C가 승인한 새로운 EME 사양이 바로 그렇다.
프리 소프트웨어 재단은 EME에 반대한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스도 EME에 반대한다. 전자프론티어재단도 EME에 반대하고, 리버오피스도 EME에 반대한다. EME에 반대하는 곳의 목록은 끝도 없이 이어질 것이다. 어떤 개인이나 단체라도 사용자의 권리를 지지한다면, 대부분 EME에 반대할 것이다. 사실 EME를 지원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곳은 딱 세 곳 뿐인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놀랄만한 사실은 EME 자체가 온전하게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DRM 적용 콘텐츠의 미래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콘텐츠를 제한하기 위해 제대로 승인된 표준을 만드는 것은 제한된 콘텐츠를 장려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자동차를 운전하기 쉽게 만들면, 더 많은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컴퓨터가 사용하기 쉬워지면, 더 많은 사람이 컴퓨터를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DRM 적용 콘텐츠를 구현하기 쉬워지면, 더 많은 DRM 적용 콘텐츠가 만들어질 것이다.
두 번째, DRM 적용 콘텐츠가 증가하면, 더 많은 콘텐츠가 특정 플랫폼에 종속될 것이고, 결국 사용자도 그렇게 될 것이다. EME를 구현하지 않은 브라우저는 금방 못쓰게 될 것이며, 윈도우나 맥 등의 전통적인 것이 아닌 플랫폼과 운영체제는 콘텐츠를 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건 정말 몹쓸 짓이다. 사용자 경험을 엉망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신생업체의 새로운 첨단 시스템 도입도 제한하는 짓이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마지막의 나쁜 일만 기억한다는 것이다. 닉슨 대통령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닉슨 대통령의 재임 중 업적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가 어떻게 대통령 자리에서 물어났는지만 기억한다. 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리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그가 이룬 수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이제 역사는 팀 버너스리를 “DRM을 웹 전반에 구현해 모든 것은 잠근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다.
이번 결정은 문화 유산을 파괴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제발 이 재앙에 가까운 결정을 재고하기를 바란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