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때로는 더 많은, 더 풍성한 것을 원하게 된다. 긴 주말의 무료함을 날려버릴 방법을 찾거나 복잡하지만 방대하고 충만한 경험을 만끽하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명작 PC 게임 25종을 소개한다. 엔딩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그만큼 만족도가 높은 게임들이다. editor@itworld.co.kr
디비전(Division) 2
디비전은 출시 당시에는 그렇게 좋은 게임은 아니었다. 꽤 좋은 게임이 되기는 했지만, 몇 년의 시간과 수많은 업데이트가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유비소프트가 속편(Sequel)을 발표했을 때 “이번에는 제대로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그 대답은 ‘그렇다’이다. 디비전(Division) 2는 과거처럼 꽤 현실적인 게임이며, 특히 현대적인 밀리터리 리얼리즘 게임을 좋아한다면, 며칠은 빠져있게 될 것이다. 스토리를 끝내면 다시 스토리가 시작된다. 캠페인을 끝내면 자신의 캐릭터에 새로운 서브클래스와 새로운 팩션이 생기고, 게임 세계가 ‘리셋’되기 때문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두 번째로 워싱턴 DC를 되찾으면, 다시 ‘리셋’이 된다. 다음 번에도 마찬가지이다. 유비소프트는 게이머가 원할 경우 계속해서 영원히 디비전 2를 즐길 수 있도록 게임을 만들었다. 이미 8명으로 구성된 레이드팀을 포함, 새로운 엔드게임 액션을 배포하기 시작한 상태이다. 물론 여전히 AK-47과 무릎 패드보다 더 흥미로운 전리품을 원하지만, 디비전 2는 전작에서 교훈을 터득한 것이 분명하다.
세키로: 쉐도우 다이 트와이스(Sekiro: Shadows Die Twice)
다크 소울은 끝났다. 그러나 프롬 소프트웨어가 끝난 것은 아니다. 세키로: 쉐도우 다이 트와이스(Sekiro: Shadows Die Twice)는 프롬이 소울 시대 이후 처음 출시한 게임이다. 그래서 많은 측면에서 아주 유사하다. 세키로는 과거처럼 패턴을 외우고, 힘들 정도로 정교하게 전투를 하고, 수십 명의 작은 적들을 무찔러도 보스에게 패하고 마는 그런 게임이다. 아이템에 대한 텍스트는 여전히 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불섶이 가로막는 것도 여전하다.
그러나 몇 가지 중요한 부분에서 차이점이 있다. 조금 더 수직적인(그리고 더 기동적인)게임이다. 점프를 할 수 있고, 거는 고리를 이용해 돌아다닐 수도 있다. 세키로는 가능할 때마다 은밀하게 행동해야 하는 게임이다. 위에서 뛰어내리고, 수풀 속에서 은밀히 적을 찔러 죽이면서 조용히 적을 소멸시켜 나가야 한다. 여기에 실패할 경우, 패링(회피)에 능숙한 것이 좋다. 다크 소울은 구르고 피하는 게임이었지만, 세키로는 이렇게 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발을 땅에 붙이고 서서 검과 검을 부딪히면서 승리하기 바라야 하는 게임이다.
토탈 워: 삼국지(Total War: Three Kingdoms)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Creative Assembly)가 최근 출시한 워해머(Warhammer) 게임과 같은 '깊이’로 역사 게임인 토탈 워 게임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었다. 물론 깊이가 미흡해도 게임을 했을 것이다. 역사 게임인 토탈 워의 팬이기 때문이다. 워해머에는 난쟁이, 뱀파이어, 엘프 등이 등장한다. 그러나 토탈 워는 사람에 대한 스토리이다. 그리고 즐길 수 있는 창의적인 라이선스들이 아주 많다. 인터페이스와 유닛이 조금 바꾼, 또 다른 로마(Rome) II 같은 게임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토탈 워:삼국지는 그 이상의 게임이다. 삼국지 연의 시대를 바탕으로 모든 전투, 모든 정복, 모든 외교적 ‘기브 앤 테이크’를 과거 어느 때보다 유의미하게 만든, 시리즈에서 최고에 해당되는 게임 중 하나이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캐릭터를 모든 결정의 중심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XCOM, 그리고 크루세이더 킹스 II 모두에 효과가 있었던 방식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삼국’ 게임을 그 즉시 ‘클래식’으로 만들고 있다.
데스티니(Destiny) 2
데스티니 2의 출발은 거칠었다. 기반 게임은 재미있고 중독성이 있었지만, 콘텐츠가 빈약했다. 번지(Bungie)는 이를 보강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첫 해의 커스 오브 오시리스(Curse of Osiris)와 워마인드(Warmind) 확장팩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2018년 포세이큰(Forsaken) 확장팩은 데스티니 2의 전작들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스토리를 제공한다. 게임을 시작하면, 번지가 출시 후에 게임을 쇄신하려 얼마나 많이 노력을 기울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제 임의의 속성을 가진 무기가 드롭되며, 크루서블(Crucible)은 6대6까지 강화된다. 이른바 ‘강력한’ 장비를 찾기가 더 쉬워졌다. 두 번째 해의 ‘시즌 오브 더 포즈(Season of the Forge)’, ‘시즌 오브 더 드리프터(Season of the Drifter(Season of the Drifter)’, ‘시즌 오브 오퓰런스(Season of Opulence)’은 모두 독특한 엔드게임 활동을 추가하면서 상황은 더 좋아졌다.
번지는 액티비전(Activision)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마침내 데스티니 2에 약간 지속성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쉐도우킵(Shadowkeep) 확장팩은 스팀에서 출시가 되며, 무료 베이스 버전도 추가된다. 오는 9월 관심이 또 한 번 증폭될 전망이다.
파이널 판타지 XIV
여기까지 온 것이 기적이다. 파이널 판타지 XIV는 처음 출시되었을 때 혹평을 받았다. 스퀘어 에닉스는 이를 죽여 묻어 버렸다. 그런 후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파이널 판타지 XIV: ARR(Final Fantasy XIV: A Realm Reborn)을 출시했다.
불명예스럽게 시작했지만, 어쩌면 현대 시대에 가장 뛰어난 MMO로 부상했다.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나온 최고의 파이널 판지 게임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의할 점은? 최고를 경험하려면 6년 동안의 스토리를 파악하기 위해 100시간 정도를 먼저 투자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점에서 이번 목록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지금 당장 캐릭터를 만들어 게임을 시작하기 바란다.
아노(Anno) 1800
아노는 공급망에 대한 시리즈 게임이며, 아노 1800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유일한 차이점은? 시대 배경이 빅토리아 시대이다. 플레이어는 유럽에 제국을 건설하는데, 여기에 온갖 복잡한 요소가 추가된다. 식민지로 철을 아주 느리게 실어 나르고, 이 철을 사용해 증류주 제조 시설을 건설한 후, 다시 럼주를 영국으로 보내 국민들을 계속 만족시켜야 한다.
실제보다 쉽게 들리도록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노 1800은 수십 종의 제품을 신대륙과 구대륙에 공급해야 한다. 수 많은 도시들을 갖기 전에 몇 개의 농장과 1개의 공장, 12개의 어장, 10여 개의 증류주 제조 시설 등을 운영하게 된다. 이 과정에 담배가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러면 담배 농장을 몇 개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게임을 하다 보면 잠 잘 시간이 몇 시간 지난 새벽 3시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도로 하나를 더 건설하기에 적절한 시간일지 모르겠다.
어새신 크리드: 오딧세이(Assassin’s Creed: Odyssey)
‘어새신 크리드: 오리진’은 대작이었다. 2018년에 출시된 ‘어새신 크리드: 오딧세이도 마찬가지이다. 아주 웅장한 오딧세이는 오리진의 이집트 사막 대신 그리스 다도해의 바위 많은 섬이 배경이다. 전작들보다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블랙 플래그(Black Flag)’를 더 닮았다.
아주 이상하게도 위처 3를 더 닮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오딧세이에는 대화하는 나무가 있다. 파생되는 퀘스트도 있다. 위처 3를 줄인 게임이다. 그러나 유비소프트는 지난 몇 년 간 어새신 크리드에서 야심 찬 선택을 했다. 다음 방향이 어디인지 궁금하다. 또 출시 후에 배포되는 콘텐츠로부터 혜택을 누리는 게임이다. ‘레가시 오브 더 히든 블레이드(Legacy of the Hidden Blade)’와 ‘페이트 오브 아틀란티스(The Fate of Atlantis)’라는 확장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100여 시간을 투자해 공식 콘텐츠를 모두 경험한 후에는 어떻게 될까? 유비소프트는 오딧세이에 간단한 퀘스트 제작 도구를 추가했다. 무한대로 사용자가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II: 데드파이어(Pillars of Eternity II: Deadfire)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II: 데드파이어’는 게이머에게 배 한 척, 선원, 데드파이어 군도를 주고 탐험을 하게 한다. 최근 출시된 CRPG 중 최고 중 하나로 꼽히는 게임의 후속작은 도착지만큼 여정도 중요하다. 군도 곳곳을 항해해야 한다. 그 과정에 섬과 난파선, 괴상한 해양 생물들을 만나게 된다. 관리 능력도 조금 요구된다. 선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식량과 물, 의약품을 공급하는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또 데드파이어 군도에서 다른 선박과 조우를 하게 된다. 그러면 텍스트를 이용한 해양 전투 어드벤처 게임으로 바뀐다. 흥미로운 게임이다.
종종 문제에 직면하기도 하는데, 중간 부분은 목적이 없고, 버그도 많다. 그러나 중심 스토리는 아주 훌륭하다. 전작의 테마와 4~5가지 주요 세트피스 순간을 훌륭하게 계승하고 있다. 웅장한 장면도 인피니티 엔진 스타일 게임에서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RPG 팬은 데드파이어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인투 더 브리치(Into the Breach)
‘인투 더 브리치’는 FTL(Faster Than Light)의 개발사인 서브세트(Subet)가 새로 출시한 턴 기반 전술 게임이다. FTL만큼 길고 중독적이다. 인투 더 브리치는 인류의 멸망과 함께 시작된다. 지하의 거대 곤충 종족인 베크(Vek)가 지상으로 기어올라와 모든 사람들을 죽인다. 이것이 다이다. 파티는 끝났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기계 분대를 베크의 살상이 시작되던 시간대로 보낼 힘이 남아 있다. 인류에게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 마지막 기회이다. 이 시간대에서 실패를 하면, 모든 프로세스가 다시 반복된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이 된다.
새 기계 분대를 언록하고, 솔로 해적을 새로운 시간대(임의의 맵)로 보내는 것이 무한대의 재미를 선물한다. 일반적인 Civ나 XCOM 캠페인보다 훨씬 더 빨리 다음 번 게임 플레이를 끝낼 수 있다. 턴 기반 전술 게임이 녹아 있다. 다른 식이라면 제한되었을 수 있겠지만, 여전히 깊이 있고 복잡한 전투 시스템을 살려낸 작은 버전의 게임이다.
디비니티: 오리지널 씬(Divinity: Original Sin) 2
첫 번째 '디비니티: 오리지널 씬'은 깊이 있고 체계적인 전투 시스템 덕분에 2014년 최고의 PC 게임 중 하나로 선정됐다. 2000년대 초반에 번창했던 아이소메트릭 CPRG 게임 장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디비니티: 오리지널 씬 2’는 모든 면에서 전작을 능가한다. 위처 3와 함께 최근 10년 간 출시된 최고의 롤 플레잉 게임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오리지널 씬 2는 첫 번째 게임의 XCOM 같은 메카닉이 강화되어 있다. 그러나 진짜 강화된 부분은 스토리이다. 첫 번째 게임의 경우, 내러티브가 추가적인 요소라고 말하는 것도 부족할 정도였다. ‘디비니티: 오리지널 씬 2’에서는 이 부분이 강화되어 있다. 주목할 대화와 라리안(Larian)의 상징인 메카닉 중심의 접근법을 결합했다. 다섯 가지 프리셋 오리진 캐릭터 중 하나를 플레이하면, 종족과 양육 같은 캐릭터 고유의 특징에 따라 모든 퀘스트, 대화, 상호작용이 갑절로 바뀐다. 80시간 이상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게임이다. 자신의 캐릭터를 배치하고, 파티의 캐릭터와 순환하고, 심지어 4명이 협력하는 플레이에서 모든 캐릭터를 플레이할 수 있는 기능이 반복해 즐겨도 많은 재미를 준다.
PUBG(Player Unknown's Battlegrounds)
PUBG(Player Unknown’ s Battlegrounds)의 멀티플레이어 액션은 결코 실망스럽지 않다. 그러나 조금 놀라움을 주는 부분이 있다. 이 게임의 배틀 로얄 같은 전투가 꽤 단순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플레이어가 큰 맵 두 곳 중 한 곳에 공중 투하된다. 여기에는 고정된 건물과 전리품(무기, 갑옷, 헬스 부스트, 차량, 무기 액세서리 등)이 숨겨진 지역들이 가득하다. 원 형태로 플레이 할 수 있는 지역이 줄어들며, 밖에 위치한 플레이어들에게 피해를 준다. 또 서로 무자비하게 경쟁을 시킨다. 플레이어 모드에 따라, 마지막에 남는 한 사람, 또는 4명의 한 팀이 승리한다.
중요한 것은 이 게임이 아주 단순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작위로 주어지는 전리품, 긴장감, 경쟁자 99명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스릴'을 제공하며, 이 게임의 고유한 특징이다. PUBG 정도로 몰입감 높은 게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스팀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된 게임이기도 하다. 심지어 도타(Dota) 2와 카운터-스트라이크(Counter-Strike)를 앞지른다. 많은 게이머가 수백, 수천 시간을 이 게임에 투자했다. 그리고 블루홀(Blueholes)은 새로운 게임 모드와 제한된 시간 동안 제공되는 맵 테스트로 새로운 재미를 선물했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Rainbow Six Siege)
이번 콘솔의 세대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다. 필자는 레인보우 식스 시즈가 ‘차세대’ 분위기를 충분히 구현한 유일한 슈팅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PUBG도 해당될 것이다. 둘은 서로 대척점에 위치한 게임이다. PUBG는 아주 큰 맵과 많은 플레이어 수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집이나 술집 등에서 12명이 서로 싸우는 게임이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작은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필자가 플레이한 가장 긴장감 높은 멀티플레이어 게임 중 하나이다. 공격자와 방어자가 어느 순간 뚫고 지나가 폭발을 시킬 수 있는 ‘사선’을 놓고 경쟁한다. 총을 쏴서 벽을 뚫을 수도, 벽을 완전히 날려버릴 수도 있다. 시즈에서 가장 ‘웅장’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폭발 사이의 순간들이 더 긴장감 있다. 숨을 죽이며 “발자국인가? 어디에서 오는 거지?”라고 궁금해한다. 그러다 죽을 수도 있다. 몇 년을 플레이해도 ‘마스터’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시즈는 필자가 더 플레이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도록 만든 멀티플레이어 게임이다.
노 맨스 스카이(No Man’s Sky)
‘노 맨스 스카이’는 사전 출시를 기다릴 만한 게임은 아니었다. 그런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여기에 가까운 성과를 일궈냈다. 특히 2018년의 '노 맨스 스카이: 넥스트’ 업데이트가 그랬다. 멀티플레이어 게임으로 더욱 정교해졌고, 기본적인 구조가 완성되었다.
이 게임을 다시 평가하면서 느낀 점은, “’와!’하는 커다란 감동의 순간을 기다리면서 이 무한대의 우주를 탐험하면 그런 순간을 마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노 맨스 스카이에는 앞선 세대의 부족한 부분이 그대로 남아있다. 우주 맵에서 같은 나무, 같은 바위 등의 오브젝트를 보게 될 것이다. 이런 요소가 타코 벨 메뉴의 비디오 게임 버전 같이 새롭게 조합, 재조합 되어 있다.
실제 플레잉은 출시 후에 많이 개선되었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평화롭게 탐험을 할 수 있는 엘리트 댄저러스(Elite Dangerous)나 스타 시티즌(Star Citizen) 같은 빛 공간 심 게임을 찾고 있다면, 특히 2016년에 구입해놓고 아직도 스팀 라이브러리에 놔두고만 있다면 다시 살펴볼 가치가 있다. 분명 그런 사용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킹덤 컴 딜리버런스(Kingdom Come Deliverance)
이번에 선정된 게임 목록에는 스카이림(Skyrim)과 엘더 스크롤(Elder Scrolls)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베데스다의 걸작은 대부분 게이머가 플레이한 적이 있는(최소한 들어본)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픈월드 웨스턴 RPG 팬이라면 킹덤 컴 딜리버런스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신성 로마 제국을 배경으로 한 스카이림의 현실 버전으로, 정확성에 크게 의지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대장장이의 아들이다. 1400년 대 계급 사회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신분 상승을 계획한다. 처음에는 하루 종일 숲에서 토끼를 사냥하게 될 것이다. 첫 검을 얻는 데 걸리는 시간만도 몇 시간이다. 독서에도 스킬 레벨 업이 요구된다.
깊이 있는 게임이지만 베데스다의 게임 답게 질이 좋지 않다. 그러나 킹덤 컴 딜러버런스의 놀랍도록 야심찬, 그리고 독특한 미적 요소에 집중하면 거친 단점을 느낄 수 없다. ‘킹덤 컴: 딜리버런스’는 틈새 게임이며, 그것이 더 큰 장점이다.
위처 3 : 와일드 헌터(The Witcher 3: Wild Hunt)
수년 간의 홍보 영상과 소문 끝에 2015년 5월 위처 3가 출시됐고, 바로 RPG 매니아라면 반드시 해봐야 할 게임이 되었다. 3부작의 마지막인 위처 3은 먼지투성이의 현실적인 분위기와 완전히 다르지만 스카이림을 생각나게 하는 광대한 오픈월드를 혼합해 냈다. 흔들리는 나무부터 해지는 지평선으로 몰려오는 폭풍우까지 위처 3의 대륙만큼 생생하게 세계를 구현한 게임은 없었다. 대륙을 돌아다니다 보면 50~200시간은 금방 지나가 버린다. 게임성 역시 뛰어나다.
XCOM 2
XCOM 2는 오리지널 리부트 게임보다 긴장감을 더 높인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공격자가 된다. XCOM은 외계인이 정복한 세상의 게릴라 군대이고, 이들에게 목숨을 걸고 전선에 나가 위협을 극복하라고 명령해야 한다. 그런데 아주 어렵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특공대원 한 명이 죽는다고 가정하자. 이 특공대원은 계속 죽은 상태로 남으며, 힘들게 축적한 경험치도 모두 사라진다. 완전히 플레이를 잘못한 경우, 지휘하는 부대에 베테랑보다 신참들이 넘쳐나면서 게임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전술적인 턴 기반 전투는 아주 어렵다. 모든 전투에서 맵과 적이 무작위로 등장한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움직임(대응법)을 생각할 많은 시간을 준다. 작전 간 전략 단계의 경우, 조직 관리에 손을 대야 한다. 재무 관리, XCOM의 영향력 확대, 새로 발견한 외계 기술 연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서 외계인을 공격하고, 동시에 반격을 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희소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아주 재미있는 게임이다.
무한대로 반복해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기본 시스템에 싫증이 날 수도 있다. 이 경우, 2개의 모드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워 오브 더 초즌(War of the Chosen)’은 파이랙시스(Firaxis)의 공식 확장팩으로, 수 많은 새로운 팩션, 적, 스토리라인, 무기 등이 추가되어 있다. 반면 ‘롱 워(Long War) 2’ 토탈 컨버전 모드는 게임 시간이 크게 늘고, 전략 맵과 자원 기획의 중요성이 강화된 게임 모드다. 둘 모두 재미있다.
스텔라리스(Stellaris)
패러독스는 역사의 사슬을 벗어나, 대 전략 게임을 우주로 옮겨 튼튼한 토대 하나를 만들었다. 스텔라리스(Stellaris)에서 확장이 되는 그런 토대이다.
스텔라리스는 느슨하게 정의된 샌드박스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스타 트랙, 배틀스타 갤럭티카, 파이어플라이, 바빌론 5, 기타 생각할 수 있는 다른 공상과학 고전들을 상기시키는 내러티브 즉, 야심이 숨겨진 복잡한 세계이다. 은하계의 새로운 탐험자들과 연구 및 조사 결과를 기꺼이 공유하고 싶어하는 친절한 새 종족을 만날 수도 있다. 또는 저물고 있는, 그러나 여전히 강력한, 그리고 소유한 몇 개의 스타 시스템에 매달린 제국의 잔재와 조우할 수도 있다. 로봇 노동자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면서 균형이 깨어져 머신이 지배하는 새로운 제국의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인류가 우주 곳곳으로 흩어질 수도 있다.
게임에서 일부 부분은 조금 미흡할 수도 있다. 또 스텔라리스의 초반부 게임이 중반부보다 훨씬 더 낫다. 그러나 몰입할 요소들이 아주 많다. 또 패러독스는 출시 후 배포하는 콘텐츠로 부족한 부분들을 잘 보강했다. 결론적으로 아주 재미있는 게임이다.
GTA V
PC에 등장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GTA V는 기다린 보람이 있는 게임이다. GTA V의 PC 버전은 이 게임의 결정판으로, 맞춤 동영상을 위한 편집기와 게임의 배경이 로스 산토스의 모습을 사용자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설정과 슬라이더를 제공한다. 대도시 환경만이 아니라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교외와 수많은 도시 근교, 마을, 황야까지 해야 할 것이 차고 넘친다. 이 놀이터는 말 그대로 “막대하다.” 그리고 이전 시리즈와는 달리 이 광대한 무대가 처음부터 완전히 개방되어 탐험을 기다리고 있다. 1인칭 모드에서 사람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며칠 정도를 보낼 수 있으며, 중독성 강한 GTA 온라인에 발을 담그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엘리트 : 데인저러스(Elite: Dangerous)
아미가 게임기 시대에 많은 사랑을 받은 엘리트(Elite)의 후속작으로, 한 마디로 “대대적이다.” 이 거대한 게임은 플레이어를 터무니없이 큰 우주 한가운데로 던져 놓는다. 무려 4000억 개의 개별 항성 시스템과 각각의 혹성과 우주정거장, 소행성 등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것들이 언제나 추가되고 있다. PCWorld 리뷰에서는 시작 지점에서 지구를 찾아 여행하는 데만 대략 30시간이 걸렸다. 엘리트 : 데인저러스는 잘 만들어진 서장의 튜토리얼이 도움을 주긴 하지만, 막대한 크기와 범위에 있어서 그 어떤 게임도 이 살아 숨쉬는 세상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템템
‘포켓몬’은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PC판으로 출시된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올해 초 평가판으로 출시된 ’템템(Temtem)‘은 포켓몬에 대한 애정을 담은 오마주 같은 게임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소송을 당하지는 않는 선에서 최대한 포켓몬과 비슷하게 구현한 모방 게임이라는 의미다.
불만은 없다. 콘스탄티노스 교수를 찾아가서 템템 참가 선수 셋 중 하나를 선택하고, 공이 아니라 카드로 누군가를 처음 잡는 게임의 내용이 약간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게다가 원작보다 2대2 전투의 난이도와 깊이가 나은 면도 있다. 지금처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는다면 좋았겠지만 평가판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콘솔이 아닌 PC 게임 중에서는 가장 그럴 듯한 ‘포켓몬’ 복제품에 가깝다.
배틀 로얄 게임
특정 게임이 아니라 장르의 추천에 가깝다. ‘배틀그라운드(Playerunknown’s Battlegrounds)‘가 이 목록에 오른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이제는 배틀 로얄 장르의 나머지 게임에도 기회를 줄 때가 온 것 같다. ‘포트나이트(Fortnite)‘, ’에이펙스 레전트(Apex Legends)‘ ’콜오브듀티: 워존(Call of Duty: Warzone)‘는 모두 어떤 섬에 100명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떨어져서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펼치는 게임이다. 이 중에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까?
그냥 간단하게 ‘친구들이 하는 게임’을 고르면 된다. ‘배틀그라운드’는 이 장르를 대중화한 최초의 게임이지만 느리고 복잡하다. 그 이후에 나온 모든 게임은 ‘배틀그라운드’를 거의 다 능가했다. 반면, ‘포트나이트’는 정반대의 특징을 갖추고 있다. 좀 만화 같고 정신 없이 복잡하면서도 야심 찬 일회성 이벤트가 많다.
중간 지점에 있는 것이 ‘워존’과 ‘에이펙스 레전드’다. 둘 다 ‘배틀그라운드’보다는 빠르지만 ‘포트나이트’에 비해서는 차분하다. ‘워존’과 ‘에이펙스’는 각각 ‘콜오브듀티’와 타이탄폴(Titanfall)’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어느 쪽을 택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대체로 ‘워존’과 ‘에이펙스 레전드’가 무난하다. 총격도 훌륭하고 루트 시스템도 간소화되어 있으며 커뮤니티도 활발하다. 직접 해 보자. ‘배틀그라운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무료다.
레드 데드 리뎀션 2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은 록스타(Rockstar)의 방대한 오픈 월드 서부극 게임이 마침내 PC에 상륙했다. 콘솔판이 처음 나온 지 1년이나 지난 시점이지만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 PC용 ‘레드 데드 리뎀션 2(Red Dead Redemption 2)’ 는 완벽한 게임이다. 옵션도 많고 그래픽 효과를 전부 활성화하면 지포스 RTX 2080 Ti도 무리할 수 있을 만큼 세밀하고 방대한 게임이다.
최근작 중에서는 엔딩까지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할 것이 많아서 더 풍부해졌다. 주요 스토리도 좋지만, 그저 방대한 경관 속을 돌아다니면서 사냥하고 아서 모건의 콧수염에 바를 포마드를 사고 말을 돌보는 것이 더 매력적이다. 록스타에서 제대로 구현해 낸 이 살아 있는 세계 속에 푹 빠지고 싶을 정도다. 특히 사진 촬영 모드가 아주 훌륭하다.
디스코 엘리시움
‘디스코 엘리시움(Disco Elysium)‘은 ‘플레인이스케이프 토먼트(Planescape Torment)’와 같다. 단, 기억상실증에 마약 중독인데다가 살인 사건을 수사하다가 술을 진탕 퍼 마신 후에 깨어나고 있는 상태의 경찰관 입장이 되어야 한다. 게다가 같이 논 상대는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서로 다투고 있는 목소리와 감정들이다. 그리고 전투는 없다.
오랜만에 등장한 훌륭한 RPG이자 2019년 최고의 PC 게임이다. 사용자를 중심으로 진행돼서 어떤 기술을 선택하는지, 또 어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지, 충동에 따를지 아니면 게임을 정직하게 해 나갈지에 대한 결정에 따라 게임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 기사에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내용이 거칠고 플레이 시간도 길다.
CRPG에 바탕을 둔 ‘디스코 엘리시움’보다는 좀더 ‘폴아웃(Fallout)’ 같은 심도 있는 롤플레잉 게임을 찾는다면 옵시디안(Obsidian)의 ‘아우터 월드(The Outer Worlds)’를 추천한다. ‘폴아웃: 뉴 베가스’의 정신적 후계자격인 재미있는 게임이다.
플래닛 주
‘플래닛 주(Planet Zoo)‘는 위험한 게임이다. 이 글을 쓰다가 스팀 스토어에 잠깐 들러서 요즘 새로 나온 것들을 둘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부금 모금함도 열어보고 맞춤형 꽃꽂이와 각종 울타리, 파충류 집도 살펴보고 ‘우와, 누가 맥도날드 가게도 지었네?’ 하면서 놀다 보니 거의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프론티어가 개발한 게임들은 보통 어마어마한 건설 세트가 핵심이다. ‘플래닛 코스터(Planet Coaster)‘가 그랬고 이제 ‘플래닛 주’가 그렇다. 전시품의 세세한 것 하나 하나, 식물과 돌, 물의 특징 하나 하나까지 디자인하고 싶다면 ‘플래닛 주’보다 좋은 게임은 없다. 물론 그냥 시뮬레이션이 진행되는 것과 동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을 때도 매우 좋다.
플레이하다가 끄려면 늘 슬퍼지는 그런 종류의 게임이다. 오늘 밤 스팀 워크샵을 둘러보고 나니 이제 다시 플래닛 주를 시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더 롱잉
사실 ‘더 롱잉(The Longing)‘ 진도를 많이 나가지는 못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험과 나태를 함께 즐기는 색다른 게임’이라고 소개된 ‘더 롱잉’은 기다림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게임이다. 지하의 안락의자에 앉아서 왕이 다시 한번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엔딩까지는 무려 400일이 걸린다.
게임만 하면서 인생을 보내고 싶다면 ‘더 롱잉’을 하면 된다. 동굴을 탐험하고 시간이 빨리 가도록 뭔가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더 롱잉’이 선사하는 외로움에 푹 빠져들어도 된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더 셰이드(The Shade)는 초반에 이런 말을 한다. “서두를 것 없어. 걸을 시간은 충분하니까.” 모두에게 플레이할 시간이 충분하기를 바란다.
야쿠자(Yakuza) 시리즈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마침내 야쿠자 게임의 PC 버전이 출시되었다. 초기작부터 세 게임이라 도입부이기는 하지만, 야쿠자 0, 키와미(Kiwami), 키와미(Kiwami) II까지 100시간 이상 플레이를 해야 할 것이다.
야쿠자 시리즈는 시간을 투영할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야쿠자는 다른 시리즈보다 우아하게 ‘바보 같음’과 ‘연속극’ 같은 분위기를 오간다. 놀라기 전에 웃음을 터뜨리게 될 게임이다. 이런 두 갈래가 매력적이다. 또 카주마 키류나 마지 등 등장 인물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갈 수록 더 재미있어지는 게임이다. 도시 자체도 캐릭터이다. 키류의 작은 도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진화를 했다. 새 빌딩이 등장하며, 과거의 빌딩은 사라진다. 간헐적으로 키류의 행동은 회복되지 않을 상처를 도시에 남긴다. 아주 훌륭한 대작 게임이다. 세가가 가능한 빨리 남은 게임들의 PC 버전도 출시하기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