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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에버노트, 성장하는 에버노트

이수경 기자 | ITWorld 2015.10.15
최근 에버노트를 둘러싼 잡음이 일고 있다. 지난달 2일(현지 시각) 한 해외 블로거가 ‘에버노트, 2015년 최초의 죽은 유니콘’이라는 논란의 글을 게재한 이후부터다. 국내외 언론에서는 이를 인용하며 해외 유료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에버노트의 재정상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매출감소에 따른 사업 규모 축소 의혹
에버노트는 올해 1월 인맥관리 앱인 헬로(Hello)와 암기 앱 에버노트 피크(Peek)를 종료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음식과 레시피를 기록하는 푸드(Food) 마저 종료했다. 이처럼 새로운 제품이 연달아 실패해 비용이 증가하게 되면 기업은 가장 먼저 ‘인력 감축’이라는 카드를 내세우기 마련이다.

지난 9월 30일 신임 CEO인 크리스 오닐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글로벌 사무실 3곳의 문을 닫고, 47명의 직원(13%)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0명의 직원을 해고한 데 이은 두 번째 인력 감축으로, 에버노트는 지금까지 총 18%의 직원을 내보냈다. 이는 ‘에버노트 위기설’에 불을 지피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프리미엄 사용자 확보가 어려워지고 목표 매출액에 도달하지 못하게 되자 비용절감 경영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에버노트는 매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발자, 디자이너를 주대상으로 하는 에버노트 컨퍼런스를 개최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이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재정문제로 생략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현재 에버노트는 사업제휴나 에버노트 마켓, 구독 서비스로 벌어들이는 전체 매출액에 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필 리빈이 언론에 공개한 수치를 근거로 대략적인 유료 가입자를 가늠할 수 있는 정도다. 지난 6월 뮤지컬리(Musically)와의 인터뷰 기사에 공개된 수치에 따르면 플러스(월 3,300원)와 프리미엄(5,500원)을 구독하는 사용자는 5%다. 현재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대략 750만에서 최대 900만 명일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지난 9월에는 전세계 에버노트 사용자를 대상으로 프리미엄 권장 팝업과 이메일 노출 빈도수를 과도하게 늘린 탓에 사용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무료 사용자를 귀찮게 해서 가입자 수를 확보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노트 필기와 연관성이 낮은 최신 기능들이 에버노트의 경쟁력을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에버노트는 2013년 9월에는 프레젠테이션 모드(Presentation Mode)를, 지난해 10월에는 연관 콘텐츠(Context)와 워크 챗(Work Chat)을 새로 도입했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들은 최신 기능의 효용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스캐너블(Scannable)과 같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거나 비즈니스 기능 출시에 치중하느라 에버노트가 본래 강조했던 노트 편집 기능이나 안정적인 서비스가 뒤로 밀렸다고 보는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insider)는 이를 두고 ‘잘못된 우선순위’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에버노트는 본연의 노트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위기’설’을 극복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사용자 기반이 탄탄하고, 기술 지원에 응대하는 개발자가 포진해있는 만큼 에버노트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집중과 선택
크리스 오닐은 지난 30일 블로그를 통해 “핵심에 집중하기 위해 47명 해고라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더 작은 조직, 핵심에 집중한 조직은 성장과 확장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사용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주요 기능을 위주로 제품을 개선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됐던 사업은 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곁가지 서비스(에버노트 푸드)나 제품의 가치 전달(마케팅)에 치중하기보다는 제품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해고 직원 가운데 7~80%가 마케팅 인력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에버노트 코리아는 개발이나 고객 지원 인력은 지금 수준을 유지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인원이 충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에버노트 코리아는 경영악화로 인해 직원을 해고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사측은 “전세계 에버노트 일간 신규 가입자는 10만 ~ 12만 명으로 사용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신규 프리미엄 전환율은 작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며, “신임 CEO가 분산된 자원(인력)을 최대한 모으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길 원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에버노트 코리아는 올해 개최하지 않은 개발자 컨퍼런스 관한 부분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사측은 “한국 유저 컨퍼런스가 비용대비 성과가 높았다는 점에서 본사에서 눈여겨보고 있었다”며, “개발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를 겨냥한 행사를 계속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품 사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지난 9월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제4회 유저 컨퍼런스가 열렸으며, 1,500명의 인파가 모여들었다.

기능 강화 : 노트, 동기화, 검색
에버노트는 대량의 파일과 사진을 넣어 보관하는 소비자도 만족할 만한 검색, 노트, 동기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서비스는 접고 ‘에버노트’에만 올인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월 필 리빈이 내세운 5개 중요 개선 분야 가운데 ‘탐색’과 ‘협업’은 제외됐다. 에버노트 헬로와 피크, 푸드의 핵심 기능이나 솔루션들이 모두 에버노트로 통합됐거나 에버노트 API를 이용한 서드파티 앱이 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에버노트 코리아는 “앱을 하나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최소 5명의 인원이 필요하다”며, “분산됐던 자원을 모아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동기화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플랫폼에서 동일하게 노트를 편집할 수 있는 에디터 개발에 막바지 작업 중이다”고 말했다.

올 연말 출시될 커먼 에디터(Common Editor)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커먼 에디터가 도입되면 안드로이드에서도 표를 편집할 수 있게 되는 등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는 노트 편집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해진다.

에버노트 코리아는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모바일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에 종속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과거의 목표였다면, 지금은 여러 장치를 자유롭게 전환하면서 에버노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주안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스랩 홍순성 소장은 “에버노트에서 가장 핵심인 기능은 바로 노트다. 하지만 지금까지 플랫폼에 상관없이 동일한 형태로 노트를 편집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며, “커먼 에디터는 플랫폼 간의 장벽을 허무는 데 상당히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기화 문제도 계속해서 해결되고 있다. 최근에 수정한 노트를 가장 먼저 동기화하는 등 일부 로직을 변경해 동기화 안정성을 높이고, 속도를 개선했다고 에버노트는 설명했다.

고객 정보와 프리미엄
에버노트는 고객의 정보로 ‘장사’하지 않는 대신 신규 또는 기존의 무료 사용자가 유료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필 리빈은 뮤지컬리(musically)와의 인터뷰에서 에버노트가 프리미엄 정책 구상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전체 사용자 가운데 85%가 유료로도 가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제품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지난 9월 전세계 유료 및 무료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료 가입 권고’ 팝업을 내보냈다는 것이 에버노트 코리아의 설명.

필 리빈에 따르면, 처음 가입자 가운데 0.5%, 1년 뒤에는 5%, 가입한 지 6년 된 사용자 가운데 30%가 유료로 전환한다. 무료 가입자가 에버노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유료로 전환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필 리빈은 가디언(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돈을 내게 하는 것보다 더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버노트는 지난 5월 플러스 요금을 신설하고 현재 3가지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에버노트의 COO인 린다 코즐로스키는 새로운 가격 옵션으로 향후 2년간 연간 매출이 2배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매셔블(Mashable)에 말했다.

기업공개
에버노트는 매출액보다는 성장 가능성을 평가받아 IPO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은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상장하기 직전까지는 적자를 냈지만, 시장을 파괴할 만한 잠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상장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매출이 당장 크지 않아도 좋다. 앞으로 얼마나 크게 성장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포인트다”고 설명했다.

임 센터장은 덧붙여 “에버노트가 지금보다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본 서비스의 품질을 먼저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수익화에 관한 부분은 그다음 문제로 논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필 리빈은 제너럴 캐탈리스트(General Catalyst)의 제너럴 파트너로 합류한 상황에서도 제품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에버노트 집행역 회장 지위를 그대로 유지한 이유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IPO까지는 1~2년이 소요될 수 있으며, 더 많은 자금을 모아야 한다”며, “7차 투자 유치를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금액은 7억 6,500만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 오닐 CEO(좌)와 필 리빈 집행역 회장(우)

한편, 크리스 오닐은 애플 생태계를 중심으로 구동하던 에버노트의 DNA를 안드로이드와 윈도우로 이식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 출신 크리스 오닐이 다양한 플랫폼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플랫폼에서의 일관된 에버노트 경험을 전달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이고 있다. 

한편, 에버노트는 기억력 강화 서비스 기업을 발판 삼아 ‘제2의 두뇌’, 그리고 현재 개인과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워크플레이스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 editor@itworld.co.kr

Updated: 2015년 10월 15일 19:00 일부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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