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ㆍAR / 퍼스널 컴퓨팅

“주변 전체가 업무 영역” 공간 컴퓨팅의 이해

Jason Cross | Macworld 2024.02.06
애플은 신제품 '비전 프로(Vision Pro)'가 가상현실 헤드셋으로 불리지 않도록 상당한 공을 들였다. 심지어 증강현실, 혼합현실 등 '현실'이라는 이름이 붙는 것도 경계했다. 하지만 업체의 이런 노력과 달리 이들 용어는 애플 비전 프로를 설명하는 데 어느 정도 유효하다. 물론 기존 헤드셋과 다른 점도 있지만 말이다.
 
ⓒ Apple

애플은 비전 프로를 공간 컴퓨터(spatial computer) 혹은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 기기라고 부른다. 이는 천장을 뚫어버린 너무 비싼 가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교활한 마케팅 전략이거나, 혹은 뒤늦게 이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의 새로운 제품 정의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합리적인) 의심을 잠시 내려놓고 공간 컴퓨팅 용어에 집중해 보자. 이것이 기존 가상/증강/혼합 현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정답은 그 모두에 어느 정도 해당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용자 기기로써 애플 비전 프로는 VR과 AR을 오가는 다이얼이 달린 혼합현실 헤드셋이다. 동시에 공간 컴퓨팅 기능도 지원한다. 여기서 공간 컴퓨팅은 대부분 AR/VR 뿐만 아니라 다른 것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용어다.
 

공간 컴퓨팅의 정의

공간 컴퓨팅에 대해 널리 통용되는 정의는 없지만, 위키피디아가 좋은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전통적인 컴퓨팅은 컴퓨터 내부에서 처리되고 그 안에 제한되는 특징을 보인다. 예를 들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보면 화면 안쪽에서 구현된다. 사용자는 이 경계에서 상호작용한다. 즉 화면을 탭하거나 화면에서 커서를 조작하거나 화면에 글자를 입력한다. 컴퓨터가 생성하는 모든 것은 오직 컴퓨터가 만들어 낸 다른 것들과 상호작용한다. 

반면 공간 컴퓨팅은 이 모든 것이 사용자가 있는 주변 모든 공간에서 일어난다. 거실 혹은 책상이 작업 공간이고 심지어 사용자를 둘러싼 가상의 3D 환경도 마찬가지다. 손 혹은 다른 제어기기를 이용해 이들 공간 내에서 물체를 터치, 탭, 잡기, 꼬집기, 옮기기 등의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평평한 화면이 아니라 사용자 주변의 모든 공간에서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눈 앞에 보이는 것은 평평한 화면일 수 있지만, 상호작용하는 영역은 사용자를 둘러싼 공간 전체다. 여기서는 컴퓨팅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 주변의 공간과도 상호작용한다. 즉, 테이블 위에 놓거나 벽에서 튀어 나올 수 있고 심지어 사용자가 주변을 움직일 때마다 해당 요소의 다른 면을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정의에 따르면, 최신 가상현실 경험 대부분은 공간 컴퓨팅이다.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매직 리프(Magic Leap)는 이미 2020년에 공간 컴퓨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애플 비전 프로가 등장하기 3년전이다.

하지만 공간 컴퓨팅이 곧 VR, AR인 것은 아니다. 이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사례가 애플이 자주 강조하는 공간 오디오(spatial audio)다. 소리가 사용자 주변 공간에서 나온다면, 즉 사용자가 고개를 움직일 때도 소리가 일정한 공간을 점유하고 유지하는 것처럼 들리고, 그것이 컴퓨팅 입출력 시스템의 일부라면 역시 공간 컴퓨팅으로 볼 수도 있다. SF 영화에서 이와 비슷한 홀로그램 책상을 볼 수 있다. 주인공이 떠다니는 그래픽을 보여주며 다른 사람과 대화한다. 헤드셋이나 헤드폰이 필요 없지만 공간 컴퓨팅인 것은 분명하다. 스타 트렉(Star Trek)의 유명한 홀로데크(Holodeck)도 마찬가지다.
 
공간 컴퓨팅에 헤드셋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지 현재 기술에서는 헤드셋 형태로 구현된 것일 뿐이다. ⓒ Disney
 

애플 비전 프로와 공간 컴퓨팅

따라서 공간 컴퓨팅은 꼭 VR이나 AR 헤드셋으로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현재 기술로는 기본적으로 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일 뿐이다. 애플 비전 프로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혼합현실 헤드셋이다. 다양한 거대 센서와 고화질 영상 패스스루 덕분에 가상현실 콘텐츠는 물론 증강현실 콘텐츠까지 즐길 수 있다. 손 동작과 시선 추적을 통해 사용자 주변의 3D 공간 내에서 여러 요소와 상호작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메타의 퀘스트 등이 이미 사용하던 기능을 한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 바로 비전 프로라고 하면 가장 정확하다.

단, 설사 그렇다고 해도 공간 컴퓨팅을 과장 광고 혹은 마케팅 용어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 메타 퀘스트 3 역시 공간 컴퓨터가 분명하지만 혼합현실 헤드셋으로 팔고 있다. 반면 애플은 7배나 더 비싼 비전 프로를 퀘스트 3과 같은 종류의 기기로 포지셔닝하지 않고 다른 기기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공간 컴퓨팅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꽤 영악한 마케팅이다. 동시에 공간 컴퓨팅 용어는 애플이 이 기기를 통해 지향하는 곳을 정확히 알려준다.

궁극적으로 애플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의 시대를 꿈꾸고 있다. 과거의 컴퓨팅은 고정된 컴퓨터 내에서 이뤄졌다. 이후 등장한 포터블 컴퓨팅은 이를 다른 곳으로 쉽게 옮길 수 있게 해줬고, 모바일 컴퓨팅 시대가 도래하면서 실제로 이동하며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사용자의 위치가 기기와 상호작용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이제 공간 컴퓨팅을 통해 사용자는 컴퓨터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즉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주변 공간 전체가 컴퓨팅 영역이 된다.

혼합현실 헤드셋은 이런 변화를 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앞으로 증강현실 경험을 크게 개선한 글래스가 더 나오겠지만(참고로 구글 글래스는 AR이 아니라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더 가까웠다), 공간 컴퓨팅에 적용된 프레임워크와 기술, 개발 관련 요소들은 홀로그램 같은 더 미래지향적 개념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컴퓨팅의 토대이자 진화이다. 우리는 앞으로 수십년간 그 발전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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