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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6조원 정당" 구글 반독점 판결이 IT 업계에 미칠 영향

Charlotte Trueman | Computerworld 2022.09.20
지난 14일 (현지 시각) EU 일반 법원은 반독점 위반 혐의로 구글에 40억 유로(39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유럽위원회의 판결을 대부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다른 IT 기업에 광범위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 Etienne Ansotte/EU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EU 경쟁집행위원장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는 구글이 자사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이용해 경쟁사의 기반을 약화시켰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구글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배포 협정(MADA), 반분할 협정(AFA), 수익 배분 협정(RSA) 등 3가지였다.

소송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제조사는 구글의 MADA에 따라 플레이 스토어 이용을 위한 구글 검색 및 브라우저를 미리 설치해야 했고 구글의 AFA에 의해 대체 안드로이드 버전을 실행하지 말아야 했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업체와 스마트폰 제조사가 RSA에 의해 구글의 경쟁 검색 엔진을 미리 설치하지 않기로 합의할 경우 소위 ‘독점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EU 일반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구글의 MADA, AFA가 반경쟁적이라는 판단은 인용했지만, RSA와 관련된 위반 혐의는 기각했다. 이에 따라 구글이 납부할 벌금은 “위반 행위의 심각성과 지속 기간을 고려해” 43억 4,000만 유로에서 41억 2,500만 유로로 다소 줄어들었다.
 

역사상 최고 액수의 반독점 위반 벌금

그러나 이렇게 일부 줄어든 후에도 반독점 위반에 부과된 벌금 중 사상 최고액이다. 구글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별도의 수사 3건에 걸친 반독점 위반 혐의로 EU에 의해 총 82억 5,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베스타게르는 “매우 잘된 일이다. 이제 나온 두 번째 구글 판결은 우리의 집행 노력을 지지하므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구글은 경쟁사가 서드파티 웹사이트에 검색 광고를 싣지 못하게 하는 제한 규정을 서드파티 웹사이트와의 계약에 도입해 시장 지배적 위치를 남용한 혐의로 2019년 3월 부과된 14억 9,000만 유로의 벌금에 대해서도 현재 항소를 진행 중이다.

유럽 개혁 센터(CER) 선임 연구원 잭 마이어스는 이번 법원 판결이 IT 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특정 비즈니스 관행을 문제 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구글의 근본적인 비즈니스 전략, 즉, 안드로이드처럼 수익 창출은 하지 않지만 구글이 수익화할 수 있는 구글 검색과 같은 서비스로 소비자를 유도하는 것까지 문제 삼은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존, 메타와 같은 다른 여러 대형 IT 기업도 구글과 비슷한 상황이다. 수익 창출 서비스는 일부지만 상호 강화하는 서비스로 생태계를 만드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기업과 구글 사례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같은 혐의에 저촉되지 않도록 소송 절차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애플의 앱 스토어 규칙, 메타의 마켓플레이스와 데이터 사용, 아마존의 온라인 판매 및 시장 관행 등은 모두 유럽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디지털 시장법의 영향

마이어스는 구글의 항소와 관련해 어쩌면 항소 결과보다 EU 디지털 시장법이 미칠 광범위한 파장이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설사 유럽위원회가 이번 사건에서 패소한다고 해도 DMA로 인해 EU 내에 영업 중인 여러 대형 기업 플랫폼의 행동 변화가 여전히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022년 7월 유럽 의회에서 통과된 디지털 시장법(DMA)은 다양한 반독점 소송을 가능하게 한다. 이와 동시에 상호운용성 문제, 예를 들면 기기의 소프트웨어 제거 권리, 개인 데이터 접근 통제 확대, 광고 투명성 강화, 업체의 자사 서비스 선호 행태 금지, 개발자에게 제한을 가하는 특정 앱 스토어 요건 무효화 등을 다룬다.

마이어스는 “DMA는 대형 기술 플랫폼이 다양한 자체 서비스를 통합하는 것을 제한한다. 따라서 사용자는 처음 모바일 기기를 실행할 때 미리 설치된 하나의 기본 검색 엔진, 브라우저 또는 가상 비서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선택’ 화면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구글이 이 사건의 쟁점인 협정들로 하려고 한 것 중 많은 부분이 약화한다”라고 말했다.

단, 과거 사례를 보면 유럽위원회가 대형 IT 업체에 내린 조치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중요한 시장 변화를 끌어낸 적이 드물다. 실제로 반독점 위반 혐의로 유럽 위원회가 부과한 벌금에 이의를 제기한 IT 기업은 구글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1월 인텔은 델, HPE, 레노버 등의 업체에 AMD 칩 대신 인텔 칩을 구매하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12년 전에 부과된 10억 6,000만 달러의 벌금에 대한 항소에서 승소했다. 판정단은 “(유럽) 위원회의 분석은 불완전하며, 쟁점인 리베이트가 반경쟁 효과를 낼 수 있었거나 낼 가능성이 있었다는 필수 법적 기준을 확립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기업 퀄컴(Qualcomm) 역시 2019년 유럽 연합 규제 당국에서 부과한 9,970만 유로의 벌금 판결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이 벌금은 원래 2011년과 2016년 사이에 퀄컴이 애플에 아이폰과 아이패드 전 제품에 퀄컴 칩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대가로 수십억 달러를 지불한 것이 EU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유럽위원회가 부과한 것이었다. 그러나, 2022년 6월, 일반 법원은 “다수의 절차 위반이 퀄컴의 항변권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해 결국 유럽위원회의 조치를 무효화했다.

마이어스는 독점 리베이트 판결이 뒤집힌 것이 이번이 세 번째인 점을 감안하면, 법원 측이 이제 “독점 리베이트는 반경쟁적이다”라고 주장하는 유럽위원회의 결정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법원은 유럽위원회의 과정과 절차에 비판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번 주 판결에서도 유럽위원회가 구글 측에 공정한 해명 기회를 주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유럽위원회에 대한 이런 비난은 퀄컴 항소 중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마이어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유럽위원회는 디지털 서비스가 함께 묶여 있는 사건에 크게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사건 중 이 부분에서 법원 측은 유럽위원회의 분석을 인용했고 결국 벌금을 유럽위원회가 원하는 것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 판결로 다른 IT 기업의 불안감도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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