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앱스토어’가 넘어야 할 장벽은?
SK텔레콤이 휴대폰용 애플리케이션의 유통 오픈마켓인 ‘앱스토어(가칭 오픈마켓플레이스)’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그 성공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와 전세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대상의 오픈마켓의 등장으로 인해 더 이상 폐쇄형 콘텐츠 유통 방식을 고수할 수 없게 됐다. 콘텐츠 개발 업체들은 국내 통신사 의존형 사업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개별 개발자들도 전세계 오픈마켓을 활용해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생기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이통사들은 기회와 위기를 함께 맞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의 태도가 이전과는 180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오픈마켓의 성공 요인이 개발자와 개발회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달려 있는 만큼 기존까지의 행보로는 어떤 성과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모바일게임 개발에 종사하다 최근 온라인 게임 개발쪽으로 전환한 업체의 한 사장은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는 성공 신화가 이곳 저곳에서 터져 나왔지만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는 손을 꼽을 정도다. 온라인 게임 1위는 매출이 3천억원 정도지만 모바일 게임 1위는 고작 매출 300억원 정도”라고 전하고 “이런 차이는 개방성 때문이다. 통신사들이 정작 망을 개방했더라면 관련 업체는 물론 수많은 개발자들이 이 분야에 종사했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음이 떠난 개발자들을 잡을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다양한 콘텐츠 수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 개발 업체의 쌍두마차인 게임빌과 컴투스의 행보는 그런 면에서 국내 통신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임빌은 지난해 200억원 가량, 컴투스는 300억원 가량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애플의 앱스토어 매출의 50% 이상이 게임 분야라는 점도 이들에게는 국내 이통사 중심의 매출 구조를 다변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이 발간한 2007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전세계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2007년 46억 8800만 달러에서 2008년 59억 2300억달러, 2009년 71억 25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 규모는 2006년 2390억원(전체 게임시장 규모 대비 3.2%)이었고, 2007년엔 2518억원(4.9%)이었다. 국내 시장이 상당히 정체돼 있는 상황이었던 것.
게임빌은 ‘베이스볼 수퍼스타 2009(Baseball Superstars 2009)로 국내 모바일 게임사로는 처음으로 애플의 앱스토어 톱 10에 진입했다.게임빌은 자사의 ‘Baseball Superstars 2009’가 인기 게임 ‘TETRIS’를 제치고 전체 게임(All Paid Games) 중에서 8위를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게임빌 송병준 대표는 “경쟁력 있는 타이틀이라면 세계가 경쟁하는 시장에서 한국 모바일게임사가 주도적으로 활약할 수 있다. 특히,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애플 앱스토어 등 차세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국이 빠르게 그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빌은 2006년 미국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해외 통신사와의 협력은 물론 오픈마켓 시장 개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윈도우 모바일용 게임부터 애플 앱스토어용, 구글의 안드로이드용으로 출시했다.
게임빌 마케팅실 김용훈 팀장은 “2004년부터 미국 AT&T 모빌리티를 통해 야구 게임시리지를 제공해 왔는데 다양한 오픈마켓이 생기면서 많은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전하고 “올해도 이미 상반기에 안드로이드용 4개, 애플용 1개 등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컴투스도 지난해 12월 애플 앱스토어에 아이폰/아이팟터치용 게임 3종 서비스를 시작했고, 올해 내 10여 개의 게임을 더 선보일 계획이다. 해외 진출이 빨랐던 만큼 해외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들의 개설하는 오픈마켓에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도 SK텔레콤의 앱스토어 오픈 전에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세계 오픈마켓의 특성상 전세계 개발자나 게임 개발회사들은 간단한 등록 절차를 거쳐 손쉽게 콘텐츠를 유무료 형태로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유료 게임을 판매하려면 게임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게임등급위원회가 유료 게임에 대해서는 등급 심사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료 게임을 판매하거나 서비스하려면 게임 제작업 등록증이 있거나 배급업자 등록증이 있어야 한다.
SK텔레콤의 앱스토어를 이용해 자신이 개발한 게임이나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려고 할 때 관련 등록증이 없으면 유료 판매가 불가능하다. 이미 한단계 진입 장벽이 마련돼 있다. 한국 시장이 전세계 시장에 비해 매우 작더라도 국내에 판매하고 싶은 외국계 개발자도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해외 개발자들이 참여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또 게임등급 심의 때마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개인 개발자들이 매번 게임을 만들면서 이런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통신사가 개방형 구조를 가져가더라도 현재 게임 유통 전반의 사회적인 시스템이 개발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게임물등급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오픈 마켓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완전한 프로세스가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하고 “현재 관련 대책들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시장 규모 자체가 너무 작아 개발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3개의 이동통신사들은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 영국 이동통신회사인 O2가 웹스토어인 Litmus(www.o2litmus.co.uk)를 개설했지만 이 회사는 스페인의 텔레포니카에 인수돼 있다. 텔레포니카는 전세계 24개 지역에서 2억 2천명 가량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활동하는 이통사와 적극 협력하더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고작 2~3000만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개발자들이 앞다퉈 뛰어들 매력이 하나도 없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들과 일해봐야 한국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것은 또 업체의 몫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할 것 같으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SK텔레콤은 오는 6월 베타 서비스를 오픈하고 9월 정식으로 사이트를 오픈한다고 밝혔다. 떠나간 개발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려놓을지 오는 4월 13일 열릴 사업 설명회 개최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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