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주재 미국 대사 브라이언 맥피터스와 말레이시아 주재 EU 대표 미할리스 로카스는 각각 서한을 통해 화웨이의 강력한 로비에 굴복할 경우 잠재적인 법적 문제와 국가 안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맥피터스는 “워싱턴의 고위 관리들은 기존 모델을 뒤집는 것은 새로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말레이시아의 5G 성장을 지연시킬 것이며, 기업 친화적인 말레이시아의 국제적 이미지를 해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네트워크 어느 부분에서든 신뢰할 수 없는 공급 업체의 접근을 허용하면 말레이시아의 인프라가 국가 안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라고 썼다.
서한을 보낸 이유는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가 에릭슨을 5G 네트워크의 유일한 주요 계약업체로 선택한 결정을 재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앞서 에릭슨은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25억 달러 규모의 입찰을 따낸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로카스는 서한을 통해 해외에 투자하는 유럽 기업들이 말레이시아 정부의 직선적인 정책 결정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화웨이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로카스는 “어떤 방식이라도 변화한다면 공개 입찰 개시 당시에 합의된 계약 조건에 부정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썼다.
말레이시아에 대한 외교적 압박은 화웨이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의 일환이다. 미국 행정부는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긴밀한 관계가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했으며, 다른 국가로 이에 따를 것을 촉구했다.
EU 회원국은 처음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이콧 요구에 저항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프랑스가 자국 통신사에 압력을 가하고 독일은 미국/영국 등 여러 나라에 이어 화웨이를 자국 네트워크에서 공식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EU 회원국 역시 하나둘 화웨이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미 국무부가 동맹국에서 화웨이나 ZTE 같은 업체의 장비를 사용하는지 감시하도록 의무화하는 ‘해외에서의 신뢰할 수 없는 전기통신에 대한 대응법(Countering Untrusted Telecommunications Abroad Act)’ 제정을 논의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2022년 9월 하원을 통과했고 현재 상원에서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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