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화

글로벌 칼럼 | 인텔이 단기간에 역기능적 문화를 바꾼 비결

Rob Enderle | Computerworld 2022.09.19
많은 IT 기업이 높은 연봉 못지않게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로 유명하다. “브로토피아: 실리콘 밸리의 남성 클럽 파헤치기(Brotopia: Breaking Up the Boys' Club of Silicon Valley)”, “잘못 나가는 기술: 성차별적 앱, 편향적 알고리즘과 기타 독성 기술의 위협(Technically Wrong: Sexist Apps, Biased Algorithms, and Other Threats of Toxic Tech)” 같은 책을 보면, 수십 년 동안 나쁜 관행이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 Getty Images Bank

이런 기업은 대체로 엔지니어 중심이다. 엔지니어 대부분이 백인 남성인데다 이들의 사회성도 일반적으로 부족하다. 이 문제는 GE의 잭 웰치가 만든 개념인 '강제 등급화(Forced Ranking)'를 연상시킨다. 강제 등급화의 원래 목적은 직원이 자신의 성과가 아닌 재직 기간, 직위, 인맥에 따라 평가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직원을 혹독한 경쟁으로 내몰면서 상호 협력하고 지속 가능한 작업 그룹을 형성하는 조직적 역량을 파괴했다. 직원이 다른 직원을 도우면 사실상 둘에 대한 평가가 모두 낮아졌다. 이는 직원 상호 간 중상과 책임 전가를 촉발했고, 협조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사람을 내몰면서 동료를 공격하고 상급자를 교묘하게 조종하는 직원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인텔의 난제

2021년 팰 겔싱어가 CEO로 선임되기 전 인텔 역시 직원을 편파적으로 대우하는 회사라는 평판이 있었다(참고로 인텔은 필자의 고객사임을 미리 밝힌다). 전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회사에 큰 상처를 입혔다는 비난을 받았다. IT 기업에서는 대체로 이런 유형의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랐는데, 필자는 크르자니크가 공공연히 인텔 임직원에 대해 험담을 하고 인텔 이사회를 조종해 자신을 CEO로 선임하도록 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크르자니크는 2018년 좋지 않은 모습으로 사임했다.

겔싱어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르자니크와는 정반대 유형의 CEO다. 과거 내쫓기기 전 인텔에서 가장 유능한 경영진 중 한 명이었던 겔싱어는 복귀하면서 인텔을 자신에게 자랑스러운, 직원을 지지하는 회사라는 자신의 비전을 반영한 회사로 되돌리는 데 목표를 뒀다. 직원이 동료를 깎아내리는 데 열중하는 대신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자리를 잡은 나쁜 문화를 다시 돌려놓는 것이 문제였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 필자는 수십 년 전 이와 비슷한 문제에 부닥친 IBM에서 일한 적이 있다. 당시 기억나는 것은, 한 임원 회의에서 나온 여성혐오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시행한다는 발표였는데, 발표 직후 한 영업 담당 임원이 자신만만하게 저속한 농담을 했다. 그 임원은 몇 분 후에 나타난 경비원 두 명에게 끌려 나갔고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해고됐다. 

그렇게 해서 악습이 끝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실제로는 은밀화됐을 뿐이다. IBM은 그 후로도 수십 년이 흐르고 여성 CEO를 선임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거쳐 비로소 '정말로'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됐다. 그러나 인텔에는 IBM 같은 수십 년의 여유가 없었다.
 

겔싱어의 해법

대신 인텔이 이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최근까지 언급을 자제해 온 비밀 무기, 바로 이스라엘 내 최대 고용 기업이기도 한 이스라엘 개발센터다. 적대국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필자가 연구한 다른 대부분의 국가보다 양성평등 수준이 높다. 이스라엘 사람은 서로 돕는 데 적극적이어서 다양한 업종에 걸쳐 여성에 대한 지원이 놀라울 정도로 잘 이뤄진다. 임원진 구성도 대부분 미국 기업에 비해 참신할 만큼 다양하다.

이 개발센터는 방대한 규모로 잘 지어졌으며 크기와 보안 측면에서 인텔 본사 사무실을 압도한다. 이 개발센터에서 하는 일은 제품 성능과 품질, 두 가지 모두에서 인텔이 이룬 역사적인 성공의 이유를 잘 보여준다. 동시에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관한 모범적인 원형이기도 하다. 협력적이고 서로 지지하는 국가적 문화가 미국 IT 업계를 대변했던 적대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기업 문화를 이긴 것이다.

겔싱어가 한 일은 이 개발센터를 인텔의 다른 부분이 본받아야 할 본보기로 삼아 실패에 대해 더 관용적이고 여성을 더 공정하게 대하고 제품 품질과 성능에 집중하고 고객을 중시하는 회사가 되도록 한 것이다(사족이지만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인텔 직원 중 한 명인 물리 에덴은 이스라엘 센터에서 일을 시작했다).

지금 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대화해보면 겔싱어가 주도한 전략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여성에 대한 지원이 개선됐고 직원은 다시 협력적으로 일하고 인텔은 전보다 훨씬 더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됐다. 또한 앞으로 출시될 제품에 관한 이야기에서 이 변화가 제품 자체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인텔은 앤디 그로브 시절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 추세를 계속 이어간다면 초창기 성공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효과적인 모범 사례

필자가 IBM에서 본 바와 같이 회사의 문화를 바꾸는 것은 어렵고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경영진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불합리하지만 투자자는 신임 CEO가 몇 년이 아닌 몇 개월 만에 상황을 바꿔주기를 기대한다. IT 기업은 문화적 문제를 해결하고 더 매력적이고 전반적으로 직원들, 특히 여성과 소수자를 지지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 이스라엘 개발센터와 같은 사업부든, 인수합병이든 회사 내 한 조직의 성공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 회사의 나머지 조직까지 신속하게 바꾼다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인텔이 이스라엘 개발센터를 활용한 방법은 혁신적이고 참신하며 수십 년이 아닌 몇 개월 만에 문화를 바꾸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겔싱어는 다른 방법으로는 오랜 시간이 걸렸을 성과를 단기간에 보여주고 있다. 다른 회사에서 이 방법을 사용하려면 겔싱어와 같은 진보적인 직원 중심의 CEO, 그리고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큰 사업부가 있어야 한다. 둘 중 하나를 충족하기도 어렵고 둘 다 충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텔은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제대로 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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