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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2077의 절치부심, '나쁜 선례' 되지 않길

Michael Crider  | PCWorld 2022.09.26
사이버펑크 2077이 출시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게임 역사를 되짚어봐도 가장 개발 기간이 긴 축에 속하고 그동안 입소문과 기대는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출시 직후에는 오류가 속출했다. 10년 간의 개발 기간을 거쳤는데도 버그투성이에 완성도도 낮았다. 오픈월드와 스토리 라인은 밀도 있고 인상 깊었지만 기술적 오류와 실행 문제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다.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PS4 버전의 다운로드 서비스를 잠시 중지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 CD Projekt Red

그러던 사이버펑크가 다시금 놀라운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 우연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스튜디오 트리거가 제작하고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사이버펑크 애니메이션 ‘엣지러너’가 극찬을 받고 있고, 9월 초 발표된 확장팩 ‘팬텀 리버티’를 많은 언론이 조명하고 있으며 고성능 그래픽 카드와 차세대 게임 콘솔의 공급난이 마침내 완화돼 많은 사용자가 실제로 사이버펑크 2077을 플레이할 환경을 갖추게 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사 CDPR이 1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버그를 찾아낸 후 게임 속 ‘넷 러너’한테 공격 받은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즉, 사이버펑크 2077은 이제서야 2년 전 출시 때 공개되었어야 하는 완성도를 갖추게 된 것이다. 자연히 비슷한 분골쇄신의 길을 걸은 노맨스 스카이나 파이널 판타지 XIV가 떠오른다. 판매 차트 순위도 다시 상승하고 있다. 기사 작성 시점인 9월 마지막 주에는 수십 계단을 뛰어올라 스팀의 베스트 셀러 게임 상위권에 올라 있으며(인기 게임인 콜 오브 듀티 선주문은 2위) 수많은 동시 접속 플레이어가 게임 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최신 모드를 적용하고 있다. 게임 속 배경인 나이트 시티에 드디어 서광이 비친 것일까?

좋은 선례이기도 하다. 오류투성이였던 출시 당시의 오점을 씻어낼 수는 없을 것이고 개발사 CDPR의 명성도 약간은 하락했지만 2020년 그때 기대했던 완성도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은 사용자도 아직 많다. 부활에는 단점도 있을 것이다. 게임 업계의 고질병이 다시 한번 강화됐다는 단점이다.
 
ⓒ CD Projekt Red

CDPR은 개발 인력의 노동 한도를 높여 의무적인 크런치 기간을 시행하고도 게임을 미완성 상태로 내놨다. CDPR보다 애호가가 적은 EA, 유비소프트, 블리자드 같은 개발사가 몇 번이고 지적받았던 바로 그 악습이다. 사이버펑크 2077이 개발 일정에 쫓겼을 수는 있다. 모든 공산품은 제조 일정이 있고 그 일정이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출시 일정이 밀리면 모두가 그 사실을 기억한다. 개발사가 용서받을 수는 있을지언정 말이다.

사이버펑크의 복귀와 서광을 우려하는 것은 대형 개발사가 CDPR에서 잘못된 교훈을 얻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출시일을 앞두고 개발 인력을 철야와 야근으로 내몰고 버그가 쏟아져도 나중에 인력과 마케팅으로 수정하면 된다는 교훈이다. 이것은 게임 산업의 노동 조건을 더욱 악화시킬 위험한 자세인 데다 올바른 해결 방법도 아니다.
 

“잘못 만든 게임이 좋아지기란 어렵다”는 통념

대부분의 경우 출시 때 받은 평가는 내내 그 작품을 따라다닌다. 출시에 나쁜 평가를 받았다면 그 평가는 계속 안 좋다. 게임계에는 에일리언 : 콜로니얼 마린(Aliens: Colonial Marines), 다이카타나(Daikatana) 같은 악명 높은 예시가 있다. 한참 지난 현재도 앤섬(Anthem)과 폴아웃 76(Fallout 76)을 보면 출시 전후의 평가가 이후 상황을 가른다. 그러나 사후 업데이트가 가능한 디지털 판매가 늘어나면서, 다년간의 로드맵을 세운 게임은 벼랑 끝에서도 마지막 동앗줄을 잡을 수 있다. 노맨스 스카이 같은 경우는 출시 후 여러 번의 업데이트를 거듭해 많은 게이머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 CD Projekt Red

그러나 노맨스 스카이와 사이버펑크는 어디까지나 예외지 일반론이 될 수 없다. 입소문이 잔뜩 난 대형 AAA급 게임일수록 서두르면 장엄하게 실패하기 마련이다. 실패의 수렁을 메꾸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사실 절약할 수 있었던 돈이다. 일반적인 실패 사례로 스퀘어 에닉스의 어벤저스(Avengers)와 듀크 뉴켐 포에버(Duke Nukem Forever)를 보면 된다.

전설적인 닌텐도 프로듀서 시게루 미야모토의 명언으로 종종 “일정이 늦어져도 완성도를 챙기면 좋은 게임이 될 수 있지만, 나쁜 게임은 영원히 나쁜 게임으로 남아버린다”라는 말이 회자되지만, 이제 사이버펑크 2077 같은 운 좋은 게임은 예외로 평가될 것 같다. 물론 완성도가 형편없는 게임을 출시한 다음에 추가 수익을 기대하는 경우는 장기적으로는 항상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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