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의 CEO 앨런 멀러리는 자신이 스티브 발머를 대신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장에 오를 것이라는 보도를 대수롭지 않게 치부했지만, 최소한 한 곳 이상의 언론에서 그를 최고의 적임자라고 지목한 사실은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가 차기 CEO로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찾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의도는 지난 주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투자자 세 곳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현재 회장인 빌 게이츠가 현직을 떠나줄 것을 바라고 있다는 로이터를 통해 더 확실해졌다. 보도를 보면 그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 5%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서, 현재 빌 게이츠가 보유한 4.5%보다 약간 많다. 당연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여기에 대해 공식적인 논평을 하지 않았다. 한때 회사의 49%까지 보유했던 빌 게이츠는 매년 수백만 주를 ‘계획대로' 매도하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2018년에 (최소한 재정적으로는) 회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빌 게이츠는 지금 당장 떠나선 안 된다. 사실 그는 발머와 새로운 최고경영자 사이의 성공적인 인계과정을 관장해야 한다. 디렉션 온 마이크로소프트(Directions on Microsoft)의 애널리스트 웨스 밀러는 “빌 게이츠는 새로운 CEO를 찾는 작업에 연계되어 있는데, 그가 새 CEO의 위치가 확고해질 때까지 회사의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아마도 발머와 게이츠의 시대는 끝날 것이다. CEO로서의 발머는 일 년도 채 남지 않았고 (그보다 더 짧을 수도 있다), 이미 퇴임 과정에 들어갔다. 최근 애널리스트 회의에서 보여준 발머의 프레젠테이션에도 어느 정도 작별을 고하는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투자자들은 오래전부터 발머를 회사에서 내치고 싶어했다. 2012년 5월 포브스는 스티브 발머를 세계 최악의 CEO로 지목했다. 그렇다, 발머는 여전히 갈 길을 잃은 윈도우 8의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었다. 물론 빌 게이츠는 인터넷의 파괴력을 간과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공격적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우와 결합해 그 추세를 따라잡았다. 이런 과거를 볼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실수를 저지르곤 했지만, 더 빠르게 그 실수를 수정하곤 했다.
필자는 발머의 퇴진으로 인해 그가 지난여름 도입한 ‘원 마이크로소프트’(One Microsoft) 기업 조직 재편 전략도 잠재적으로 폐기될 것이라 예상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기와 서비스 전략에 맞춰 기업을 탈바꿈해 왔고, 운영 체제를 개별 제품으로 두는 대신 다양한 그룹과 공유하는 식으로 핵심 기술의 소유권을 분산시켜왔다.
필자는 발머의 비전을 높이 평가한다. 하드웨어 파트너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들의 사업 영역으로 침범해 들어오는데 이를 갈겠지만, 엑스박스, 서피스, 그리고 곧 나올 루미아(Lumia) 휴대폰은 새로운 고객들을 마이크로소프트 생태계로 끌어들일 잠재적인 ‘후광' 제품들이다 (비록 그 후광 효과가 아직 밝게 빛나고 있진 않지만). 궁극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드웨어 협력사들에 기준점을 제시했고, 발머는 그들의 기준을 높이 설정하는데 필요한 열정을 보여주었다. 그는 CEO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열정과 열의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 모두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
빌 게이츠는 떠나야 한다
발머의 미래는 그렇다 치고, 필자는 이제 빌 게이츠가 없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상상해본다. 한때 발머와 게이츠가 없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다른 길이 보인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 안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게이츠 그 자신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극소수의 국제 기관들(세계은행이나 UN?)만이 빌과 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and Melinda Gates Foundation)의 잠재적 영향력, 헌신, 자금에 영향력을 미친다. 빌 게이츠는 세계적 리더들과 의료복지와 교육을 주제로 논의할만한 정신적 깊이를 넓히는 와중에도, 웨어러블 컴퓨터에 대한 전략을 냅킨에 끼적여왔다. 그러나 그래선 안 된다. 빌 게이츠는 말라리아를 퇴치해야 한다. 그것이 웨어러블 컴퓨터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주들과 고객들은 회사의 도전과제들을 전적으로 고민할 이사회가 필요하다. 그렇다, 공식적으로 오직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이사회라도 말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정하다. 게이츠가 집중하면 이 회사가 제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의 자선사업 재단 일이 그의 머리 속에 맴돌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확답을 할 수가 없다. 최소한 빌 게이츠 그 자신이 몇 가지 어려운 질문에 대답해야 할 것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두 가지 주요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다음 10년과 그 이후를 내다본 비전을 만드는 것과, 여기에 맞춰서 이를 실행하는 것이다. ‘원 마이크로소프트’ 비전은 그 계획이었다. 이제 실행이 남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진 역동적인 CEO를 찾을 수도 있지만, 만약 발머의 계획을 실행하고자 한다면 진정으로 관리적 CEO를 찾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때가 되면 최고 경영진 중 누군가에게 다시 기업의 방향을 바꾸라는 요청이 들어갈 것이다.
빌 게이츠는 이런 전환 과정을 도울 수 있다. 물론 그가 인터넷에는 실패했지만, 스마트 워치와 태블릿 PC로 웨어러블과 태블릿 트렌드를 예측한 것이 역시 바로 빌 게이츠다. 그리고 과거의 방식을 포기하기 꺼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도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 게이츠는 이 일을 수행하는데 적임자가 아닐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현재 상황은 좀 엉망이다.
어쩌면 마이크로소프트는 타협해야 할 수도 있다. 중간적으로 빌 게이츠를 명목상 최고위치인 경영 회장으로 임명하면서 실질적인 경영권 없이 그의 유산만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 같은 인물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를 더는 붙잡아둘 수는 없다. edito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