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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어제는 신기술, 오늘은 골칫거리

Steven J. Vaughan-Nichols | Computerworld 2015.12.22
윈도우 3.1 컴퓨터 한 대가 오작동하는 바람에 파리 공항이 폐쇄되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필자는 말 그대로 귀를 의심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었다. 딱히 안정적이라 할 수는 없는, 23년 된 운영체제가 충돌을 일으키는 바람에 파리 공항이 폐쇄된 것이다. 물론 비행기가 아니라 운영체제 사고라는 점은 다행이지만 기가 막힌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필자 역시 놀랄 자격은 없다. 노후화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도처에 사용되며 필자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원을 중단한 이후로 몇 개월 동안 윈도우 서버 2003을 사용했었다.

다만 몇 년이 아니라 몇 개월이었다. 아직도 윈도우 XP와 2003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모두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막상 날짜가 닥치면 항상 업그레이드할 예산이 부족하다. 그 다음에도 마찬가지다. 결국 몇 년 후, 오래된 폐물들을 얼기설기 연결해서 운에 맡긴 채 사용하는 모습이 된다.

윈도우 3.1보다 훨씬 더 오래된 기술도 아직 사용된다. 윈도우 95가 출시되고 얼마 되지 않은 1996년에 은퇴한 IBM OS/2는 일부 은행 ATM 시스템에 지금도 사용된다.

미시건 주 그랜드 래피즈에서는 골동품에 가까운 코모도어 아미가를 사용해 19개 학교의 냉난방 시스템을 구동하고 있다.

그 정도는 별 것 아니다. 뉴욕 시 에덴의 허프만 인더스트리얼 웨어하우스(Huffman Industrial Warehouse)는 회계 업무에 애플 IIe를 사용한다. 이 회사가 사용하는 “최고급형” IIe의 사양은 128KB RAM, 1MHz 6502 CPU, 80컬럼 비디오 카드, 그리고 저장용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두 개다.

작은 기업들만 구식 기술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근무했던 1980년대 중반 NASA에서는 1950년대에 만들어진 장비를 사용했다. 고다드 우주 비행 센터에서 필자가 했던 일 중 하나는 왕복선 임무에 사용되는 모든 통신 회선의 가용 상황을 추적하는 것이었다. 그때 모니터링했던 통신 링크 중에는 (비록 3차 백업 수단이긴 했지만) 버뮤다 관측소로 가는 텔렉스 회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사례에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옛 기술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소규모 비즈니스라면 향수든 뭐든 괜찮지만 대기업 또는 엔터프라이즈라면 어리석은 짓이다.

물론 SCO 오픈서버 인벤토리 시스템 등을 누군가가 크랙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해커들은 인터넷의 골동품을 쫓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구형 시스템의 문제는 침입이 아니라 장애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필자라면 윈도우 2000 시스템, VAX/VMS 박스, AT&T 3B2 시스템 V 릴리스 3.2 유닉스 시스템 또는 코코(CoCo)라는 귀여운 별명을 가진 TRS 컬러 컴퓨터에서 데이터 복원을 시도할 일은 없을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열거한 것이 아니라, 위의 시스템을 실무에 사용하는 사람들을 실제로 필자가 알고 있다.

또한 “신형”이되 최신 버전이 아닌 맥 OS X나 리눅스, 윈도우를 사용하는 경우 100% 공격과 해킹의 대상이 된다. 시스템에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면 시스템이 침투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더 상황이 좋지 않은 쪽은 펌웨어 업데이트를 받지 못하는 와이파이 액세스 포인트와 같은 임베디드 기기다. 이러한 기기의 상당수는 하트블리드(Heartbleed) 취약점이 있는 오픈SSL과 같이 이미 크랙된 소프트웨어가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개발 업체가 더 이상 이러한 제품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802.11g 와이파이 액세스 포인트의 경우 알려진 오픈SSL 버그에 대응해 보완된 경우가 거의 없다. 굳이 설문 조사까지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필자 역시 “고장 나지 않은 것을 고치지 말라”는 격언을 좋아하지만 비즈니스 기술에 있어서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다. 옛 시스템을 가지고 노는 것은 좋지만 실무에 투입하지는 말라.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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