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사정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1년 내내 실적이 엉망이었는데, 연말에 직원에 내보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필자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그냥 '눈 가리고 아웅'이다. 유통 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판매가 너무 잘 됐고 예상치를 뛰어넘는 매출을 올리지 않고서야, IT 기업이 1년의 마지막 달에 갑자기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믿을 사람을 아무도 없다. 테크크런치(TechCrunch)의 론 밀러는 연말 정리해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정리해고는 언제나 잔인하고 끔찍하며 종종 실제로는 전혀 필요하지도 않다. 특히 사내 송년 파티를 이야기하면서 12월에 정리해고를 하는 것은 최악이며 말할 수 없이 비인간적이다.
초기 스타트업의 어드바이저인 존 데이잘딘도 "그동안의 연말 정리해고를 보면 대부분 매출 변화나 다른 경제적인 효과와 무관했다. 단지 투자자의 관심만 돌렸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지난 2년간 경기 침체 전망에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고, 그런데도 아직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IT 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필요 이상으로 채용했다고 분석하지만, 이것만으로 아마존부터 시스코,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레드햇, SAP, 세일즈포스 등 많은 기업이 너무나 많은 직원을 해고한 이유가 설명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진실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실제 침체가 체감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연말 칠면조 파티와 크리스마스 캐롤에 맞춰 해고를 통지하는 일이 함께 벌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기업이 연말 연휴를 앞두고 사람을 내보내면 사회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정도 따가운 시선인가는 영화 <멋진 인생(Wonderful Life)> 속 악당인 미스터 포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년 전 조사에 따르면, 기업 경영진 5명 중 1명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였다고 한다. 교도소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와 거의 같은 수치다. 일반적인 사람 중 이런 마키아벨리식 자기애적 행태를 보이는 이는 10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사실 필자는 이 수치를 보면서 5명 중 1명밖에 안 된다는 데 놀랐다. 필자가 지난 40년간 본 수많은 IT CEO 중 상당수가 이런 성향이었기 때문이다.
백만장자라고 해서 특별히 인생이 즐겁거나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또한 일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똑똑하지도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론 머스크다. 그는 X(이전 트위터)를 경영하며 직원 대부분을 해고했고, 뉴욕 타임스 딜북(New York Times DealBook) 행사에서는 회사의 주요 광고주의 얼굴에 '문자 그대로' 침을 뱉을 뻔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짓을 하겠는가?
이런 마초적 경영 방식은 폭스 비즈니스나 CNBC에서는 통할지 모르지만, 일반 기업을 운영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휴 명을 앞두고 정리 해고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이런 행태를 보일 때마다 해당 기업의 평판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더구나 이는 단기적인 피해일 뿐이다. 결국 이 기업이 어찌어찌 해당 시기를 넘겨 성공했다고 하자. 결국 다시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뉴스 사이트나 채용 사이트에서 클릭 한 번이면 과거에 해당 기업이 어떤 잔인한 정리해고를 했는지 알 수 있는데, 과연 그 기업이 훌륭한 인재를 얼마나 채용할 수 있겠나?
기업 경영진이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이제 구직자들은 일자리와 구직기업에 대해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 직원은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회사로 복귀하는 대신 퇴사를 선택하고 있다. 아마존만의 사례가 아니다. 아마존처럼 위에서 찍어 누르는 사무실 복귀 명령은 많은 반발에 부닥쳐 있다.
필자의 마지막 조언은 연말 명절을 앞두고 평직원을 해고하는 대신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과 관리자의 성과를 더 면밀하게 살펴보라는 것이다. 설사 일부 기업이 주장하는 대로 지금 정리해고가 '과잉' 인력 때문이라고 해도, 이 과잉 상태를 만든 것은 결국 임원과 관리자이기 때문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기업 최고위층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약 필자가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라면 연말 경영 실적표를 좋게 보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직원을 내보낼 수 있는지 계산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대신 각 임원의 관리 성과와 '과잉' 채용한 임원이 정확히 누구인지 찾아내는 데 훨씬 더 공을 들일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올해 4분기 '가짜 실적'보다 내년 연말의 진짜 기업 성과가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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