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우 기술직 일자리 시장의 실업률은 다른 분야의 절반 정도인 1.5%에 불과하다. 주요 기업들의 해고 움직임에 대한 최근의 보도들이 의아할 수 있는 배경이다.
온라인 추적 회사인 ‘Layoff.fyi’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에만 465개의 기술 회사가 총 12만 6,057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해고 추적기 트루업(TrueUp)에 따르면 올해 지금까지 608개의 기술 회사가 해고를 발표했으며, 총 영향을 받은 사람은 16만 2,541명(또는 하루 2,426명)에 이른다. 참고로 2022년에는 기술 분야에서 1,535건의 정리 해고가 있었고 24만 1,176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기술 분야의 기업들은 지난 6개월 동안 수십만 명의 직원을 해고했지만 직원 대부분은 IT 종사가 아니었다. 또 가트너 리서치에 따르면 기업이 해고를 통해 인원을 줄인 경우에도 해고된 인원은 일반적으로 전체 인력의 5~6%에 불과했다. 가트너 애널리스트 엠뷸라 숀은 지난 주 한 Q&A 게시물에서 "뉴스 헤드라인에서 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정리해고의 영향을 받는 많은 사람 다수는 기술직이 아니다"라며, "또한 전통적인 기술 기업이 전부가 아니다. 이들 기업 외부의 IT 일자리에 대한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기술 인재 위기 징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IT 벤더 영역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가트너에 따르면, 기업들이 2020년 초와 비교해 현재 15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었다. 컨설팅 회사 얀코 어쏘시에치츠에 따르면 2022년에는 IT 취업 시장에서 약 26만 4,5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증가했다. 2021년에 창출된 21만 3,000개의 IT 일자리보다 많은 수치다.
IT 산업 및 인력을 위한 비영리 협회인 컴티아는 기업들의 온라인 채용 공고 데이터를 사용하여 향후 기술 고용을 예측한다. 해당 분석에 따르면 2023년에 미국 기업은 26만 8,898명의 기술 직원을 고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IDC의 HR, 탤런트, 러닝 스트래티지 그룹의 연구 부사장인 리사 로완은 정리 해고로 인해 일부 기술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지만, IT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빠르게" 채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트너는 또 기술 인재에 대한 현재 수요가 적어도 2026년까지는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즉 업계 분석가들은 현재 대규모 정리 해고가 더 큰 규모의 정리 해고가 임박했다는 신호라기보다는 진로 수정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숀 애널리스트는 인력 감축의 대부분이 주가를 높이고 지출 삭감에 대한 주주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상장 기업에 의해 주도됐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총 직원 수는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두 배가 되었지만 수익은 같은 기간에 30%만 증가했다.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의 수석 애널리스트 피오나 마크는 블로그 게시물에서 "지난 몇 년간 급속한 확장으로 인해 경제적 역풍과 과도하게 늘어난 인건비에 직면한 많은 기술 회사들이 이제 운영 비용을 억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트너의 숀은 또 신규 채용 동향이 견조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최근의 정리 해고는 조직이 특정 시장 기회를 위해 회사를 포지셔닝하기 위해 주요 제품과 서비스의 우선 순위를 정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19 파급효과
코로나-19 팬데믹 중 기업들은 디지털화 프로젝트를 폭발적으로 늘렸으며, 이는 패닉 고용으로 이어졌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과 맞물린 측면도 있었다. 고용 전쟁의 영향을 받은 직무로는 인사, 채용, 마케팅, 영업이 있었다. 전체적인 가용 인력 풀이 감소하면서 특정 업무에 계약직 인력을 채용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현재, 이런 직무의 직원들이 해고로 인해 특히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가트너가 밝혔다. 가트너의 조사 부사장 라일리 모크는 “계약직들은 일반적으로 해고 1순위다. 기업들은 덜 중요한 영역 또는 재고용 불가로 인한 위험이 낮은 직원 풀을 검토한다”라고 말했다.모든 기술 기업들이 해고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니라고 포레스터의 마크가 말했다. 아마존(Amazon) 등의 일부 조직들은 알렉사(Alexa) 장치 제품군 등 예상했던 매출을 발생시키지 못하는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마크는 “하지만 Layoffs.fyi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엔지니어링 역할의 감소는 인사, 마케팅, 운영 같은 영역보다 적다. 기술 기업들은 여전히 차별화와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엔지니어링과 기술 인재를 중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리더들은 다른 부서의 해고가 기술 인력 확충 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알기는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2023년, 소프트웨어 및 IT 서비스에 대한 기업 지출은 각각 9.3% 및 5.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4.5조 달러가 기술에 지출되고 있으며 2022년보다 2.4% 증가했다고 가트너가 밝혔다. 조직들 사이에서 수용가 가장 높은 10가지 하드 스킬에 대한 링크드인(LinkedIn)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IT 직위가 상위를 차지했으며, 기술 직위도 10가지 스킬 중 대부분을 차지했다.
링크드인은 소프트웨어 개발 스킬을 가진 인력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다고 밝혔다. 데이터 관리 스킬도 중요하다. SQL(링크드인 목록에서 2위) 등의 스킬은 기업들이 비즈니스에 대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되며 여전히 수요가 높다. 모크는 “보안, 사이버 보안, 분석 직무 역할을 줄이고 있지 않고 있으며, 인재가 꽤 부족한 상황이고, IT직무를 두고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라고 말했다.
IT 전문가 수요는 공급을 능가한다
북미의 경우 사이버 보안 및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인재에 대한 수요-공급 비율이 0.4라고 가트너가 밝혔다. 즉, 사이버 보안 및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구인 게시물 1개당 지원자 수가 1명 미만이다. 이로 인해 CIO, 고용 관리자, 채용 담당자 등은 기술 인재를 찾아야 하는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 2022년 11월 및 12월에 수행된 가트너 조사에서 CIO 중 86%는 적격 지원자에 대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밝혔으며 73%는 IT 인재 감소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가트너의 숀도 CIO가 주요 인재를 효과적으로 유인하고 공석을 신속하게 채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검증된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CIO는 수동적인 대규모 IT 지원자 풀을 활용하기 위해 그물을 넓게 펼쳐야 한다. 많은 IT고용 계획이 수동적인 구직자보다는 능동적인 구직자를 대상으로 고안되었기 때문에 IT 지원자의 질과 양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숀은 이어 “CIO는 직원 추천 프로그램 사용을 늘리거나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소셜 서치(Social Search)로부터 수동적인 지원자를 소싱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CIO는 또한 유사한 기술 카테고리에서 해고된 전문가를 찾고 교육시켜 필요한 IT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숀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찾기가 어렵지만 추가적인 기술 스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데이터 및 비즈니스 분석가의 수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숀은 “CIO는 채용 부서와 협력하여 구인 게시물 요건을 조정함으로써 공석에 바람직한 유사한 스킬을 포함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술 급여는 여전히 높아지고 있다.
기술 인재 부족 때문에 IT 급여가 높아지고 있다고 JA가 밝혔다. 최근 JA의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IT 급여는 2022년에 5.61% 높아졌으며 올 해 평균 최대 8%나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전체 IT 전문가의 평균 보상이 10만 1,323달러이며, 대기업의 IT 전문가들은 최대 10만 2,000달러다. 임원들은 평균 18만 달러를 받는다. 기술 인재를 위해 직원 가치 제안을 개편하고 있는 조직들은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성장에 더욱 잘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숀은 밝혔다.쇼엔은 “직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들은 신입 직원을 확보할 수 있더라도 금새 잃을 것이다”라며, “유연성과 성장 기회 등 직원들이 중시하는 보상 외의 다른 요소에 집중하면 IT 조직의 EVP를 개선하여 인재에 대한 현재 및 미래의 보상을 확보할 수 있다. 해고를 고려하는 기업들은 또한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모크는 “인력을 재고용 할 필요가 있을 때에 대비해 인재의 가용성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해고가 필요하더라도 재고용 시까지 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수요가 많은 직무 역할을 해고할 때의 위험이 매우 높다. 규모축소의 제1 기준은 ‘우리가 이런 역할 없이 살아가고 향후 12~18개월 동안 여전히 우리의 미래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가?’라고 자문해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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