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자. CES는 그저 이런저런 전자제품을 전시하는 자리가 아니다. 충격과 경외, 놀라움과 즐거움이 한데 어우러진 거대한 서커스다. 출품 업체들은 부스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다. 일단 자리를 확보하면 그 다음에는 시각적인 자극의 홍수 속에서 돋보일 무언가를 사용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editor@itworld.co.kr
방금 그거 봤어요?
니콘은 화려한 볼룸 댄서들의 현란한 옷과 꼴사나운 몸짓으로 주목을 끌었다. 사진을 찍고 니콘 이미지 센서의 속도를 느껴보라! 이와 같은 광경을 통해 우리는 CES의 필사적인 관심 끌기 방법에는 끝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CES에서는 정말 어색한 순간들도 마주치게 된다.
일등석 낮잠을 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유는 도무지 알 수 없지만, 파나소닉은 꽤 넓은 부스 공간을 할애해서 싱가포르 에어라인의 일등석 객실을 전시했다. 무슨 기술을 전시하기 위한 것일까? 듣기로는 이 이상한 광경에서 주목할 하드웨어 혁신은 시트라고 한다. 시트에 편히 기대 앉은 사람은 확실히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입니다. 아직 둘러볼 것이 많아요.”
화려한 울트라북 빛의 향연
개인적으로 이번 CES 최고의 빛 쇼 상은 인텔에 주고 싶다. 원래 이 상은 매년 평면 TV를 새롭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전시하는 삼성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2013년에는 피어나는 울트라북 꽃을 시연한 인텔의 차지다. 인텔 파트너들의 울트라북이 각각의 빛 조각을 형성하면서 모든 울트라북의 색이 동기화되어 멋진 효과를 낸다.
킬미스터가 CES에 나타나다
2013년에 헤드폰은 단순한 헤드폰이어서는 안 된다. 인지도 높은 뮤지션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힙합 아티스트를 연상할지 모르겠지만, 올해 모터헤드(Motorhead)는 자체 브랜드의 오디오 애호가용 제품들을 출시했다. 리드 보컬인 레미 킬미스터가 직접 CES 현장을 방문해 귀청을 찢을 듯한 볼륨을 자랑하는 제품들을 홍보했다. 필자는 ‘모터헤드폰’을 직접 사용해봤다. 조기 청력 손실이 와도 전혀 상관 없다면 이 제품을 추천한다.
찍을 수 없는 것을 찍기
설명이 조금 필요하다. 우선, 샤프는 85인치 8K TV로 CES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너무 커서 이 제품을 들여놓을 만한 집도 없겠지만 너무 고해상도라서 기존 비디오 콘텐츠를 활용할 수도 없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좋지 않다.
하지만 더 우울한 광경은 이 괴물 디스플레이의 사진을 찍느라 모여든 인파다. 중요한 소식: 카메라로 아무리 찍어봐야 압도적인 8K의 시각적 선명함은 절대 카메라 결과물로 확인할 수 없다. 애초에 사람의 눈으로 인지할 수 없을 정도의 픽셀 밀도를 카메라 센서로 잡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필자도 당연히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
그녀가 이 기계의 조작법을 알기를
몬도 스파이더를 소개한다. 770kg의 무게, 8개의 다리, 유압식 작동부와 전력을 통해 구동되는 걷는 기계다. 레노보 워크스테이션에서 개발되었는데, 필자는 CES 2013에서 이 로봇이 미쳐 날뛰면서 텐트와 트레일러를 들이받는 등 큰 소동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여러 번 전해 들었다.
실제 대 인조. 1부
머지 않은 미래에는 전통적인 방법의 마사지(실제 사람 손과 손가락을 통해 받는 마사지)와 사진에 나온 위미(WheeMe) 로봇과 같이 등 위를 굴러다니는 로봇의 전자 마사지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때가 올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휴식과 안정을 탐험할 준비가 되었는가? 서두르는 것이 좋다. 인조 인간들이 자리를 다 차지하기 전에…
실제 대 인조. 2부
앗, 너무 늦었다. 인조 인간들이 이미 점령했다. 로봇 마사지사가 로봇 인간의 등 위를 굴러다니는 모습만큼 “기술의 무서움”을 잘 묘사하는 장면도 없을 것이다. 사실은 진짜 인조 인간이 아니라 백화점용 마네킹이지만 그 광경은 ‘진짜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란 것이 무엇인지 확연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오싹하다!
아이러니
그야말로 시적인 병치라고 할 수 있다. 노인들을 위한 일반 전화기를 홍보 중인 한 건장한 청년이 스마트폰을 보는 모습이다. 2013년의 CES 현장에서 아무도 이 부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우렁 찬 소리를 내는 스피커 폰은 말할 것도 없고 화웨이의 제품에도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어색함!
미묘한 순간이다. 무엇을 전시 중인지 물어볼지, 아니면 눈길을 피한 채 지나칠지. 마케팅을 위한 대화에 정말 관심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샘플을 하나 받고 싶어서 관심이 있는 척 하는 것인지.
모두 춤을 춥시다!
DTS는 집안 전체에서 감상할 수 있는 플레이파이(Play-Fi) 뮤직 시스템을 시연하기 위해 커다란 모형 집에 4명의 얼굴 두꺼운 젊은 사람들을 배치하고, 마치 심즈(Sims) 게임 케릭터와 같이 몸을 흔들며 춤을 추게 했다. 필자는 영화 스텝업 레볼루션의 CES판을 감상하는 듯한 생각에, 니콘 부스의 살사 댄서들이 이쪽으로 건너와 흥을 돋우어 주기를 한참 동안 기다렸다.
누구나 고양이 귀를 착용하면 더 귀여워 보입니다.
부드러운 털로 만들어진 헤드셋인 네코미미 브레인웨이브 캣 이어(Necomimi Brainwave Cat Ears)는 착용자의 휴식, 집중 등 정신 상태 변화에 따라 귀를 쫑긋 세우거나 흔들거나 돌아간다. 핑크색 옷을 입은 사진 속의 여자는 어색한 순간을 눈치 챈 듯하다. 회색 옷을 입은 남자는 아주 멋지다.
로봇 남자의 바디 페인팅은 어째서 항상 은색일까?
아이웨이브(iWave)는 멋들어진 아이디바이스(iDevice) 케이스 및 오디오 제품을 시연하기 위해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그다지 편치 않아 보이는 바디 페인팅을 한 로봇 남자를 투입했다. 몸에 딱 붙는 속옷 하나만 걸친 채 CES 한복판에 서 있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여기 있으려면 맥주가 필요해
아담 카롤라가 CES의 포드 부스에서 자동차 경주 선수와 인터뷰하고 있다! 하지만 아담 카롤라를 비난할 수 있을까? 필자 역시 아담 캐롤라와 마찬가지로 직업상 CES를 찾았다. 아담 캐롤라도 직업이 있고, 필자도 직업이 있고, 참가한 모든 사람들에게 다 직업이 있다. 우리 모두는 광란의 현장을 최대한 품위 있게 헤쳐나가려 노력할 뿐이다.
어딜 가나 비버는 있다
전시장 풍경을 담은 것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정물화다. 이 그림의 제목은 “춤추는 로봇 회사가 제작한 거대한 화면의 저스틴 비버 홍보 영상을 보는 의식 있어 보이는 중년 남자”다. 오직 CES에서만 볼 수 있는, 마음을 울리는 소소한 순간을 잘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