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으로 사용하는 맥(또는 PC)를 업그레이드할 때가 되었는데, 대신 비전 프로를 구입하는 건 어떨까?”
어떤 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 애플은 비전 프로를 최초의 공간 컴퓨팅 플랫폼으로 홍보하고 있다.
- 비전 프로는 1년 전 맥과 동일한 M2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 이미 오피스, 줌, 웹엑스, 띵즈, 판타스티컬(Fantastical), 포토샵이 비전 프로를 지원하고 있다.
- 애플도 공공연하게 비전 프로를 업무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 비전OS 1.1 베타 버전은 MDM을 폭넓게 지원하므로 비전 프로가 단기간에 기업에 도입될 확률은 적지 않다.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다. 워치OS가 초보적인 MDM 지원을 받기까지 8년이 걸렸다.)
-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디스플레이와 달리, 기본 디스플레이 공간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공룡과 함께 놀거나, 공간 사진으로 과거 기억을 되살리고, 몰입형 영화나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 이상의 잠재력이 비전 프로에 있다고 생각하면 좋다. 조금은 다르지만 아주 매력적인 세계로 사용자에게 몰입감을 선사하고 마법 같은 미래에서 건네 받은 선물처럼 느껴질 것이다.
물론 3,499달러라는 시작가는 납득하기 어렵다. 그래도 “하지만…”으로 시작되는 생각이 떠오른다. “하지만 비전 프로로 모든 맥이나 PC, 다른 모바일 기기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물론 필자도 이런 유혹에 빠진 적이 있다. 지난해 모든 기기를 새로 구입하고 업그레이드하지 않았다면 아마 즐겁게 비전 프로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그 이유를 하나씩 정리해 보자.
“아무리 혁신적이어도” 애플 제품 1세대의 예견된 운명
첫 번째 이유는 비전 프로의 성능이 아니다. 애플은 통상 1세대 기기를 출시할 때 가능성만 보여주고, 한 두 세대가 지날 때까지 그 가능성을 완전히 구현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거듭되면서 기기가 완전한 모습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보통 초기의 결함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다시 정리해보자.
- 최초 맥에는 하드 드라이브가 없었고, RAM도 충분하지 않았으며 소프트웨어 생태계나 호환성이 없었기 때문에 맥이 맥 II와 맥 SE를 거쳐 모든 잠재력이 발휘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 휴대용 맥인 맥 포터블은 언급하지 않는 게 낫다. 두 번째 시도였던 파워북 100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현재까지 동일한 폼팩터가 사용될 정도다.
- 맥OS X 10.0은 공개 베타를 거쳐 출시될 당시에도 사실상 베타 운영체제에 불과했고, 맥 OS 10.2(재규어)에 이르러서야 일상적 컴퓨팅에 사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가 된 수준이었다.
- 아이팟 1세대는 맥에서 아이튠즈를 실행해야 했고, 두툼한 파이어와이어 케이블이 필요했으며, 벽돌이 되어도 재부팅할 수 없었다. 아이팟 나노가 출시될 무렵에는 아이팟도 보편화됐다.
- 2007년에 처음 출시된 아이폰은 앱도 없었고 통신사도 하나만 지원했으며 연결성도 구식이었다.
- 오리지널 애플TV는 아이튠즈 스토어와 유튜브 접속 외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는 저성능 맥에 불과했고, 자체 앱 스토어도 수 년 동안 존재하지 않았다.
- 오리지널 애플 워치에는 시리즈 1이라는 이름도 없었다. 1년 후 애플은 사용자 환경을 완전히 개편하면서 시리즈 1과 시리즈 2로 이름을 바꿨다. 움직이는 심장 모양의 아이콘을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는 이상한 기능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직 있을 것이다.
-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하지 않은 유일한 경우는 인텔 칩으로의 전환, 그리고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일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애플이 출시한 모든 제품을 다 이 목록에 넣을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한계에만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모든 신제품이나 신기술은 초기 문제, 하드웨어 오류, 버그 같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제품은 첫 시도에서 실패하기도 하고, 어떤 제품은 비참한 실망에 이르기도 했다. 제품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아직까지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제품도 있다.
비전 프로는 날아오를 수 있을까?
모두가 비전 프로가 놀라운 경험을 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애플이 의도치 않게 그 경험을 훼손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아이패드를 떠올려 보자.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패드 에어는 맥과 동일한 M 시리즈 칩을 사용하지만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묶여 있고, 애플은 아직 iOS와 아이패드OS를 분리하지 못했다.
아이패드도 마우스를 지원하지만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다. 파일 시스템이 있지만, 문서를 쉽게 읽고 정리하기에는 맥이 더 편하다. 애플은 설치할 수 있는 앱을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 시장을 제외하면 여전히 단일 사용자 기기다.
애플 TV도 비슷한 상황이다. 하드웨어 사양이 몇 년째 그대로다. 앱 스토어가 생기고, 평범한 스트리밍 박스 이상의 기능을 갖추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발전은 예측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이런 사례를 참고하면, 애플이 비전OS를 어떻게 개선할지가 발전과 정체를 판가름할 것이 분명하다. 1세대 플랫폼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앱과 생태계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을 유지하려는 노력(그리고 모든 디지털 구매 수익의 일정 비율을 받으려는 노력) 때문에 개발자는 비전OS용 앱 설계에 반발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사실인지, 아니면 비전 프로 앱 개발 속도가 단순히 느릴 뿐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현재 1,000여 개 수준에 머무는 앱 스토어 규모는 다른 애플 플랫폼 생태계와 비교하면 턱없이 박다.또한 현재 지원되는 앱이 일상적으로 사용할 만큼 성숙했는지도 의문이다. 대다수 개발자가 실제 하드웨어가 아닌 시뮬레이터로 작업해야 하는 새로운 기능이라면, 앱이 항상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며 수정과 변경도 바로 바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100% NO”는 아니지만
14년 전 아이패드를 추천할 때처럼, 현재로서는 비전 프로도 맥이나 PC의 대체품으로 추천할 수 없다.이제 아이패드는 몇 가지 한계가 있긴 해도 진정한 노트북 대체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룻밤 사이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애플 비전 프로도 마찬가지다. 5년 정도가 지나면 비전 프로의 후속 제품 하나만 있으면 다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적어도 대다수 사용자에게는 비전OS와 하드웨어가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비전 프로를 보조 기기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렇게 말하면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겠지만, 누구도 3,500달러를 내고 실수를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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