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무게
약 1시간 동안 비전 프로를 써 볼 수 있었던 프리뷰 행사 때는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런 우려에 관한 리뷰어들의 시각은 다소 엇갈렸다. CNBC의 토드 해셀턴은 만족스럽다고 평가하면서, “품질이 훌륭하다. 애플은 최고급 유리, 스크린, 금속을 사용했다. 프리미엄 헤드셋처럼 느껴지고 착용감도 편안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 버지의 닐레이 파텔은 ”하드웨어 자체의 무게가 상당하다. 우스갯소리로 비전 프로를 얼굴에 쓰는 아이패드라고 부를 정도다. 11인치 아이패드 프로보다 무겁고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에 가깝다. 장시간 착용하면 체감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파텔은 장시간 착용 이후 비전 프로가 확실히 따뜻해졌다면서, 무게만 걱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CNET의 스캇 스타인은 “처음에는 편하다. 하지만 30분 정도 지나면 헤드셋이 무겁게 느껴지고, 뺨을 살짝 누르는 느낌이 든다”라고 전했다.
디스플레이
비전 프로의 사용자 경험은 선명한 디스플레이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모든 리뷰어가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스타인은 “첫 번째 데모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디스플레이였다. 애플이 사용하는 눈당 4K 해상도의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기술은 기본적으로 VR과 AR의 ‘망막’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파텔은 애플이 비전 프로의 내부 디스플레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디스플레이 기술의 큰 도약을 상징한다. 텍스트를 즉각 읽을 수 있을 만큼 선명하고,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만큼 밝아 전반적으로 놀라웠다”라고 설명했다.
오디오
음향 성능은 어떨까? 해셀턴은 “내장 스피커가 훌륭하다. 또 공간 오디오를 지원하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영화에서 고개를 돌리면 실제 TV를 보는 것처럼 소리가 같은 위치에 머문다. 풀 서라운드 사운드와 함께 음악과 영화의 사운드가 환상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파텔은 스피커가 훌륭하고 소리가 크며 “공간 오디오를 실감 나게 렌더링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리뷰어가 누음이 발생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스타인은 “스피커 버드가 열려 있고, 메타의 퀘스트 헤드셋처럼 귀를 향하도록 기울어져 있어 방 안의 다른 사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비전 프로와 자동 연결되는 에어팟을 착용하면 밀폐된 느낌을 준다”라고 덧붙였다.
인터페이스
월스트리트 저널의 조안나 스턴에 따르면, 비전 프로의 컨트롤과 인터페이스는 비교적 사용하기 쉽다. 스턴은 “함께 방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는 미친 것처럼 보일지라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었다. 가끔 비전 프로의 시선 추적 기능이 움직임에 반응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헤드셋 착용 상태를 조정하면 정상으로 돌아왔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타인은 사용 설명서의 존재 자체가 문제를 암시한다고 언급했다. 스타인은 “이 공간 컴퓨터를 설정하고 탐색하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세계이며, 항상 직관적이지 않다는 신호다. 아니나 다를까 컨트롤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 쳐다보는 아이콘이나 버튼이 강조 표시되고 크기가 커지거나 빛이 나며, 손가락으로 탭하면 아이콘이 선택된다. 처음에는 모두 어색했다”라고 말했다(하지만 결국에는 직관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파텔은 “손과 시선 추적 기능을 처음에 몇 번 사용하면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마치 초능력 같다. 하지만 그다음 몇 번은 초능력 같지 않았고,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비전 프로를 사용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졌다. 제어하려는 대상을 바라봐야 하는 일이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었다”라고 지적했다.
맥 가상 디스플레이
맥과 원활하게 동기화되는 기능은 생산성을 혁신할 기능으로 홍보돼 왔다. 실제로 비전 프로를 사용한 작업은 어땠을까? 파텔은 꽤 괜찮았다고 말했다. 맥 디스플레이 공유는 원활하게 작동하 핸드오프(Handoff), 연속성(Continuity)과 같은 애플 생태계의 기능이 이런 상황에서 마법과도 같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비전 프로의 소프트웨어 키보드에는 우려가 제기됐다. 스타인은 “플로팅 키보드는 검색이나 빠른 메시지 입력에는 유용하지만, 처음에는 빠르게 입력할 수 없었다. 가상 키보드가 내장돼 있어 허공에서도 입력할 수 있다. 하지만 긴 문장을 입력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비전 프로와 블루투스 키보드 및 마우스를 페어링한 후부터 실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페르소나
비전 프로의 소구점은 동료 및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얼굴의 반 이상을 둘러싸는 헤드셋인 만큼 고립감을 조성할 가능성도 있다. 사회적 관점에서도 효과가 있을까? 완벽하지는 않다. 우선, 페이스타임 통화 등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든 페르소나(Persona) 아바타가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인은 “친구나 가족과의 페이스타임 통화에서 모두 끔찍해 보인다고 평가했다”라고 말했다. 해셀턴은 “훨씬 더 나이 든 버전처럼 보였다. 동료는 80세 노인처럼 보인다고 했고, 아내는 그저 웃었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스타인은 비전 프로가 착용자를 고립된 상태로 만든다고 우려하면서 “모든 일에서 너무 동떨어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아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고 아들은 얼굴용 전화기라고 불렀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주변 사람과 연결된 느낌을 유지하도록 전면 디스플레이에 착용자의 눈 이미지를 투사하는 아이사이트(EyeSight) 기능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파텔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렌티큘러 패널을 전면에 배치해 3D 효과를 제공하는 저해상도 OLED인데, 너무 어두운 데다가 커버 유리도 너무 반사돼 밝은 조명은 물론이고 일반 조명 아래에서도 보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이 내 눈을 보게 되면 마치 CGI처럼 느껴지는 저해상도의 유령 같은 이미지가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영화 및 엔터테인먼트
비전 프로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엔터테인먼트다. 리뷰어들은 영화관에 가는 대신 비전 프로 앞에서 밤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을까? 스타인은 “현재 비전 프로의 킬러 앱에 가장 근접한 것은 영화관 수준의 동영상 재생이다. 데모를 직접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셀턴은 “이 헤드셋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정말 좋았다. 또 비전 프로에서 작동하도록 업데이트된 NBA 앱을 사용해 한 번에 4개의 경기를 스트리밍했다. 메인 경기는 가운데에, 다른 경기는 양옆에 고정했는데, 정말 대단했다”라고 전했다.
파텔은 “의도치 않게 '탑건 : 매버릭'을 여러 번 봤다”라고 언급했다. 비행기가 자동차 극장의 화면 크기로 확대돼 산 위로 떠다니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증강현실
지금까지 설명한 대부분 애플리케이션은 완전히 밀폐된 가상 세계에 가상 이미지가 표시되는 가상현실이었다. 하지만 비전 프로는 주변 세계에 디지털 이미지가 겹쳐지는 증강현실도 포함하는 혼합현실을 제공한다.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이었을까?스턴은 비전 프로가 최고의 요리용 컴퓨터라고 강조했다. 스타인은 “크루통(Crouton) 앱을 실행하고 발사믹 버섯과 소시지 파스타 레시피를 주방 한쪽에 배치했다. 또 가스레인지에서 끓는 파스타와 갈색으로 익어가는 버섯 위에 각각 타이머를 하나씩 올렸을 때 ‘와우’하는 순간이 찾아왔다”라고 말했다.
스타인은 증강현실의 기술적 성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애플의 패스스루 카메라는 왜곡이 거의 없는 최고의 성능을 자랑한다”라고 언급했다.
증강현실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파텔은 “비전OS, 그리고 비전 프로 자체의 의문스러운 점은 물리적 개체와 디지털 개체 간의 실제 상호작용, 즉 진정한 AR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애플이 몇 년 동안 AR을 이야기해 왔지만, 비전 프로를 사용하면서 AR의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었던 것은 정확히 세 가지뿐이었다”라고 꼬집었다.
배터리
초기 데모에서는 비전 프로의 배터리 사용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리뷰어들도 마찬가지였다. 스타인은 “유감스럽게도 배터리 수명이 제한돼 있다. 비전 프로는 아이폰보다 무거운 배터리를 별도로 사용하는 데도 1번 충전으로 2시간 남짓 지속된다. USB로 콘센트에 연결할 수 있지만, 케이블이 많이 필요하다. 그에 비해 맥북 에어는 하루가 훨씬 넘게 지속된다”라고 말했다. 스턴은 “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마리오네트처럼 보이긴 하지만, 외장형 배터리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2~3시간마다 충전해야 했기 때문에 5피트짜리 코드를 벽에 꽂아 사용했다”라고 설명했다.
파텔은 이 모든 것이 재미있었다면서, “배터리가 실제로 더 크지 않아서 2시간 30분 이상 쓸 수 없다는 점은 매우 애플답다”라고 언급했다.
애플리케이션
앱은 충분히 많을까?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타인은 “비전 프로에 관한 가장 큰 의문점은 얼마나 독특한 앱이 많이 등장할 것인지다. 리뷰하고 있는 시점을 기준으로 비전 프로에 최적화된 앱이 있긴 하지만, 선택의 폭이 좁다”라고 전했다. 해셀튼은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가 없다는 사실은 많이 알고 있지만, 다른 앱도 많이 없다. 예를 들면 원패스워드도 없고, 우버, 도어대시, 아마존도 찾을 수 없다(그룹허브는 있다!). 구글 앱도 없다. 디아블로 이모탈, 겐신 임팩트 등의 인기 게임도 할 수 없다. 페이스북 앱도 없고, 인스타그램도 없다”라고 말했다.
파텔은 “신제품의 앱 생태계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현시점에서 아이패드 앱 생태계를 판단하는 것은 편하다. 애플이 자체 팟캐스트와 뉴스 앱을 비전 프로의 아이패드 앱으로 출시하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신호처럼 느껴진다”라고 설명했다.
가격
3,499달러(약 460만 원)라는 가격은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현재로서는 아니라는 평가다. 스턴은 일찌감치 “3,500달러짜리 애플 비전 프로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앱 개발자나 애플의 열성팬이 아닌 이상, 이 정도 금액이라면 하와이 여행에 쓸 가능성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스타인도 이 제품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고 지적했다.
최종 결론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리뷰어들은 비전 프로가 성공적이라고 판단했을까? 구매를 추천할까? 대부분 ‘아니오’라고 답했지만, 기술 자체에 관해서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스타인은 “지금까지 착용해 본 제품 가운데 최고의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현시점에는 비전OS 앱이 너무 적어서 친구나 가족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단점과 한계가 있지만,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놀라운 기기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스턴은 “1세대 제품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 크고, 무거우며, 배터리 수명이 형편없고, 훌륭한 앱이 거의 없으며, 버그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파텔은 "놀라울 때도 있고, 그저 그럴 때도 있다. 비전 프로는 무시할 수 없는 장단점이 있는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4명의 리뷰어 가운데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해셀튼의 리뷰로 마무리한다.
editor@itworld.co.kr몇 가지 단점이 있긴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사용해 본 제품 중 가장 재미있는 신제품이다. 애플이 더 저렴한 버전을 판매한다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수백만 명이 이 제품을 사용하게 전망이라고 확신한다. 이 제품은 몇 년 만에 나온 애플의 가장 흥미로운 제품이며, 새로운 컴퓨팅 방식이 될 것임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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