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 애플리케이션

칼럼 | 우즈벡에서의 소프트웨어 제언 - 제값 받기

이철수 부총장 | tashkent university of information technology | ITWorld 2013.12.04
먼저 소프트웨어에 대해 제값 받기를 해야 한다. 오래된 문제이고 수십 차례 정부에 건의해 왔으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내세워 다른 분야와 형평성 등을 이유로 소프트웨어 제품 및 용역에 대해 최저가 입찰을 적용하고 있다.

일부 특성을 감안해 선 기술평가 후 입찰을 하되 결과는 최저 입찰자가 낙찰이 되도록 하고, 기술평가의 비중을 80% 혹은 그 이상으로 하는 방안 등을 협의한 바 있으나 결과는 항상 최저 가격으로 결정되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정부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전문가들의 평가가 부실하거나 전문가답지 않은 눈치 평가들의 결과로 기술의 분별력이 불가능해 가격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우려고 하면 어떤 경우든 현재와 같은 최저입찰에 의한 방식은 개선되어 지식산업에 대한 특성을 인정하는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현재의 법은 산업화 시대에 만들진 것으로 정보사회의 지식 정보를 주요가치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지식정보 가치를 인정하는 내용으로 보완돼야 한다.

정부나 기업이 업무와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을 필요로 할 때 애플리케이션만 개발하는 경우보다 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한다. 시스템 구축 사업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통신망이 하나로 통합되어 기존의 통신망과 연결되어 신규 시스템이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사업이 완성된다.

이때 소프트웨어의 개발비 산정 방식의 문제 또한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능 점수(Function point) 방식이든 소요 공수(man hour)에 의한 방식이든 소프트웨어 기술자의 능력을 초, 중, 고급 및 특급으로 나누고 그들의 인건비를 기준으로 개발비를 산정하고 있다.

그리고 개발기간동안 해당 인력이 투입 여부를 점검하고 이를 사업 완료 시 최종감리에서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좋은 품질의 소프트웨어는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고 오류와 오류를 유발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최소화해, 가장 빠른 시간에 처리가 가능해야 하고 오류를 이용한 해킹 등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방법을 연구하기 위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소요 공수가 적을수록 더 좋은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또한 소프트웨어의 재사용을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좋은 소프트웨어의 경우 같은 기능을 반복해서 개발하기보다는 좋은 것을 씀으로 해서 생산성도 높이고 호환성이나 유지보수 등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그럴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소요 공수를 줄이거나 기능 점수를 줄이면 전체 작업량이 줄어서 개발비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또 재사용을 해도 마찬가지로 재사용하는 만큼은 신규 개발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개발비가 줄어들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고급의 좋은 인력을 투입해 최적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보다 공수를 늘인다는 입장으로만 생각하면 초급인력을 많이 투입하는 것이 최고의 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품질좋은 최고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의 인정, 재사용에 대한 인정, 고급인력에 대한 처우 및 대가의 인정 등이 되지 않는 우리 환경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얼마나 연구 개발에 투자하고, 정부는 그런 연구개발에 얼마나 투자를 했는지 알고 싶다.

그리고 이런 연구없는 단순 노동만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과연 자신들의 장래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있겠는지를 묻고 싶다.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애플리케이션은 제도나 법, 규정이 바뀌거나 신기술이 도입되면 기능의 일부를 새로운 제도나 기술에 맞도록 변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반적으로 운영단계에 들어가면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유지보수 계약은 초기 계약 금액의 일정비율로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초기 계약 금액이 최저 가격으로 결정되면 유지보수 비율도 낮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국내업체와 외국업체의 유지보수 비율을 동등하게 하지 않고 국내업체의 비율을 낮게 하는 관행이 있다. UN이 평가한 전자정부 세계 1위를 자랑하고 홍보하는 나라에서 자국의 기업을 저평가하는 행태는 이제 벗어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1위라는 홍보를 하지 말던지….

이런 법을 고쳐야 한다는 요구는 오래된 것이다. 기획재정부 출신들이 정보통신부 장차관을 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도 장차관을 하면서 IT 산업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을 것이고 산업 육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 가운데 누구도 이 법을 고쳐야 한다고 한 사람은 없다.

왜 없을까?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은 가치를 인정해주는 풍토의 조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산업 육성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격을 인정하는 제도적인 환경의 마련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진정 창조경제의 미래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지식정보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그 사회에 맞는 정부 구매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해야한다. editor@itworld.co.kr

*이철수 우즈벡 IT 대학 부총장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오랜 숙성과 발효가 된, 땀 냄새가 베어 있은 글을 페이스북에 쓰고 있다. 이를 모아 비정기 연재 기고 형태로 게재한다.

회사명 : 한국IDG | 제호: ITWorld |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 등록번호 : 서울 아00743 등록발행일자 : 2009년 01월 19일

발행인 : 박형미 | 편집인 : 박재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