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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하드웨어는 완성된 아이패드 프로, 문제는 소프트웨어다

Jason Snell | Macworld 2021.04.23
아이패드 하드웨어 설계에 관한 한 애플의 기량이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누가 따로 납득 시켜 줄 필요가 없었다. 2018년형 아이패드 프로의 속도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어떤 작업이든 거뜬히 처리할 정도로 빨랐고 2020년형 아이패드 프로는 속도가 거의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이제 등장한 2021년형 아이패드 프로는 기능과 특징 면에서 한층 더 극단을 달리는 제품이다. M1 프로세서가 추가되었지만, 맥에서와 같은 극단적인 성능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 아이패드 프로에는 에너지 효율이 좋은 애플 프로세서가 언제나 장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프로세서 세대로 치면 두 세대가 업그레이드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12.9인치 모델에 장착된 신형 디스플레이는 밝기와 동적 범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썬더볼트는 아이패드와 연결된 다른 장치 간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여 준다.

그런데 2021년에 왠지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느낌이다. 애플이 뛰어난 하드웨어를 선보였지만, 소프트웨어는…글쎄, 소프트웨어는 좋게 말하자면 뒤쳐져 있다. 애플에서 굉장한 스포츠카가 나왔는데 몰아 볼 만한 도로가 없는 셈이다.
 

무엇을 위한 프로 디스플레이인가?

신형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에는 새로운 LED 기술을 기반으로 한 리퀴드 레티나(Liquid Retina) XDR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어 있다. 이 기술이 추가되면서 금전적인 비용(기본형 가격이 100달러 인상된 1,099달러)은 물론 물리적인 비용도 들게 되었다. (아이패드 두께가 5.9mm에서 6.4mm로 늘어났고 무게는 635그램에서 680그램으로 늘어났다.)

그래도 그 결과 극도의 동적 범위를 제공하는 선명한 디스플레이가 탄생했다. 이는 전문가급 사진작가와 영상 편집자 모두에게 매우 요긴하다. (아마 영화 감상용으로도 매우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를 내놓은 지 5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그 멋진 전문가급 디스플레이를 ‘서드파티 앱’을 사용해서 시연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어피니티 디자이너(Affinity Designer) 앱과 루마퓨전(LimaFusion)의 강력한 동영상 편집 기능에 감탄하고 열광하는 필자로서는 애플이 또 하나의 아이패드 프로에 또 한 번의 인상적인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선보이는 와중에도 파이널 컷 프로(Final Cut Pro)는 안 보인다는 것이 여전히 의아하다.  

이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애플 하드웨어 팀은 아이패드를 믿기지 않을 정도의 최첨단 기능이 탑재되어야 할 수단으로 생각하는 반면 애플 자체의 전문가 중심 앱을 담당하는 팀은 아이패드에 그런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일까?
 

무엇을 위한 썬더볼트 지원인가?

이번 신형 아이패드 프로 모델에 USB 4/썬더볼트가 지원된다는 소식이 발표되면서 필자는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다. 2018년, 하단에 USB-C 포트가 달린 아이패드 프로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소프트웨어는 업데이트되지 않아서 외장 드라이브를 꽂아도 내용물 전체가 판독되지 않았다. 하드웨어로는 못 할 이유가 없었지만, 소프트웨어가 약했다.

이제 그런 일이 또 생겼다. 썬더볼트는 연결 속도를 한층 높여주지만 무엇을 위해서인가? 사진과 동영상을 보다 빠르게 가져오기 위해서? 좋다. 그러나 역시 애플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프로 미디어 앱들이 아이패드에서는 실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떠오른다. 
 
썬더볼트는 훌륭하지만, 썬더볼트의 장점을 살리기는 힘들다 ⓒ APPLE

외장 디스플레이 지원은 어떤가? 신형 아이패드 프로는 애플 프로 디스플레이 XDR을 비롯해 예전보다 더 큰 외장 디스플레이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서드파티 동영상 앱은 이러한 점을 활용해 고해상도 동영상은 물론 분석 영상도 표시할 수 있다. 이런 점은 매우 좋지만 아이패드 인터페이스 자체를 표시하고 싶은 경우에는 아이패드 자체 화면을 네모 모양으로 미러링해 표시하는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1년 전 아이패드에 외부 포인팅 장치와 화면 포인터 지원이 추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아이패드OS에서는 아이패드 화면보다 큰 외장 디스플레이로 앱을 이동해 표시하는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드웨어가 똑같은 맥OS 장치에서는 가능한 기능이지만 소프트웨어 때문에 안 되는 것이다. 성능은 차고 넘치는데 쓸 곳이 없다.
 

무엇을 위한 M1인가?

문제의 핵심은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M1 프로세서로 구동되는 제품으로 마케팅하기로 한 것이다. 마케팅 관점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다. 그동안 M1에 대해 언론의 긍정적인 반응이 매우 많았기 때문에 아이패드 프로도 그 후광을 입게 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사실 M1은 애플에서 아이패드 프로용으로 오랫동안 개발해온 프로세서들이 발전한 것이다. 따라서 실은 맥이 아이패드 프로의 프로세서를 채택한 것이지 아이패드 프로가 맥의 프로세서를 채택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영리한 마케팅의 문제점은 아이패드와 맥을 직접적으로 비교한다는 점이다. 맥이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예를 들면 터치화면이나 애플 펜슬 지원이 안 됨) 맥에서는 기본적으로 무슨 작업이든 할 수 있다. 원래 아이패드용으로 출시되었던 앱들도 실행할 수 있다.

반면, 아이패드 프로는 기본형 가격이 1,099달러인 디바이스를 구매하는 전문가급 사용자가 하고  싶어 할 만한 온갖 종류의 “프로” 작업을 다 하지는 못한다. 맥 앱을 실행할 수 없으며(물론 키보드와 트랙패드를 연결하면 할 수 있다!) 애플은 애플 자체의 전문가용 앱을 아이패드에 최적화된 버전으로 만들어 내지 못했다.
 
아이패드 프로의 SoC를 A에서 M으로 바꾼 것은 마케팅 측면에서 합리적이지만, 맥과 직접 비교하게 된다. ⓒ APPLE

아이패드 프로가 엄청난 제품인 이유는 기본적으로 간단한 터치 태블릿이면서도 사용자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이다. 키보드만 추가할 수도 있고 마우스만 추가할 수도 있으며 키보드와 트랙패드 조합을 추가할 수도 있고 애플 펜슬을 추가할 수도 있다. 각각의 조합에 따라 아이패드는 변한다. 물론 맥 앱이나 로직 프로(Logic Pro), 파이널 컷 프로, 엑스코드(Xcode) 등을 사용하고 싶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매직 키보드나 외장 디스플레이에 연결되어 있을 때 M1 아이패드 프로 상에서 실행할 수 있는 모종의 맥OS 가상머신을 애플이 추가해 주어야 할까? 잘 모르겠다. 복잡한 질문이며 상황이 빠르게 꼬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아이패드 프로에 M1이 내장된 것이 확실하니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질문인 듯하다. 아이패드에는 없지만 맥에는 존재하는 기능이 굳이 필요 없는 아이패드 앱을 구축하는 것이 정답이라면 매우 좋다. 그러한 앱을 봤으면 한다.

M1과 썬더볼트의 능력은 익히 알고 있다. 이제 신형 아이패드 프로가 발표되었으니 이제 관심은 6월 애플 개발자 회의에서 발표될 아이패드OS 다음 버전으로 쏠린다. 어쩌면 아이패드OS 15를 통해 아이패드 프로 하드웨어의 약속이 마침내 실현될지도 모른다. 아이패드 프로를 매일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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