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 구글의 네트워크 중립성, “소비자 위한 것 아니다”

Bill Snyder | InfoWorld 2010.08.16

실리콘 밸리 대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되는 것의 최대 장점은 (막대한 연봉을 받는 것을 제외하고) 바로 소비자들과 기술 문제들로 씨름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그처럼 귀찮은 잔심부름쯤은 알아서 처리해 줄 부하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특히, 업무상 무선 기술을 꼭 필요로 하는 우리 같은 이들은 그런 호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고객서비스와 광고대로 작동하지 않는 제품들, 안 그래도 높은 통신요금을 더욱 높이는 쓸데없는 약정 서비스의 희생자가 되는 일이 너무나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구글과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무선 웹은 네트워크 중립성(Net neutrality) 규칙에 의해 제한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내놓아 다시 한 번 필자를 분노케 하고 있다. 이에 담긴 속뜻은 그야말로 미 연방통신위원회와 주정부가 무선통신산업을 아예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선 서비스가 여전히 고대역폭 애플리케이션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선 인터넷은 앞으로도 한참동안 활발하게 사용될 것이다. 그러나 무선 서비스가 미래의 통신 산업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통신업체들은 이른바 공공 인터넷에 대한 R&D 투자를 줄이고, 무선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기기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므로 버라이즌을 포함한 통신업체들이 무선 서비스 사업에 있어서 자유롭길 바라는 것이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구글이 네트워크 중립성을 옹호하던 당초 입장에서 사실상 물러났다는 점은 뜻밖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모바일 플랫폼에 엄청난 투자와 관심을 쏟아 붇고 있으며,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무선 서비스의 미래에 크게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비자, 의회, 규제당국을 속여 우리가 영위해야만 하는 유무선 인터넷의 공공성과 개방성에 대한 통제권을 빼앗아 오기 위해 거짓말과 불명확한 말들로 점철된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이동통신 산업이 경쟁적이다?

이들 통신업체들에게 있어서 유선 인터넷 산업에 적용되는 모호하고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는 네트워크 중립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들의 주장들을 들어보면, 이들이 모든 이들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사용료를 지불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공정한 무선 서비스에도 흥미를 갖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무선 네트워크의 기술 및 운영상의 고유한 특성, 그리고 무선 브로드밴드 서비스가 경쟁적이고, 여전히 개발이 진행 중이라는 특성을 감안할 때, 현재로써는 투명성 규칙만을 무선 브로드밴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무선 서비스 업계가 경쟁적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동통신업체들은 무선 서비스 업계가 경쟁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규제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문제는 경쟁이 아니라 이들의 반소비자적인 사업 관행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선 서비스 업계가 그처럼 경쟁적이라면, 아직도 록인(lock-in) 계약의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라고 반문한다. 모든 주요 이동통신업체들은 여전히 약정계약을 맺음으로써 소비자들로 하여금 통신업체를 쉽게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약정 기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에는 위약금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유럽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사업 관행으로, “반경쟁적인 사업관행이다”라는 것이 그의 지적.

 

우수한 서비스 품질을 제공한다?

다음은 서비스 품질에 대한 의문이다. 혹은 소비자들이 그간 우려해 왔던 서비스 품질의 부재에 대한 의문이라고 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겠다. 현행법상 주정부들에겐 이 문제에 대해 조사할 권한이 주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미 의회가 애플과 AT&T 간의 독점계약에 대해 불공정 경쟁이라며 문제를 제기하여 논란을 일으키고는 조용히 뒤로 물러났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외, 미 의회가 자신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블로그나 뉴스 미디어, 심지어는 유럽 정부들까지 나서서 애플로 하여금 아이폰4의 안테나 수신감도 저하 문제에 대해 조치를 취하도록 종용했던 점도 잊지 말자.

 

이동통신업체들은 막대한 로비능력을 동원하여 규제당국을 소비자가 아닌 통신업체에 우호적인 인사들에 의해 운영되도록 하고 있다. 덕분에 규제당국의 직원들이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글과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에 따르면, 미 연방통신위원회는 사례별 판결을 통한 소비자 보호 및 비차별 규제를 추진해야 하지만, 이러한 조항들을 다룰 만한 규칙제정기관이 별도로 신설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의 제안문을, 특히, “사례별”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문구를 주의 깊게 읽어보면, 이는 “우리는 강도를 처벌하는 새로운 법안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각 강도들에 대한 처벌방안을 그때 그때 논의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네트워크 중립성 옹호단체인 미디어 액세스 프로젝트(Media Access Project)의 앤드류 제이 슈워츠먼 수석 부사장은 “이런 경우 소비자들은 대처할 수 없을 만큼의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어떤 관행이 행해지고 있는지 개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동일한 데이터 액세스를 보장한다?

네트워크 중립성의 핵심은 인터넷과 민간 네트워크들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 및 서비스가 모두 똑같이 취급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다.

 

구글과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미 연방통신위원회가 단독으로 광대역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관장하는 권한을 영유해야 한다면서도, 인터넷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어떠한 권한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규제당국들의 브로드밴드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규제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에 따른 문제는 무엇인가? 슈워츠는 “이는 미 연방통상위원회로부터 소비자 보호 업무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더 이상 구글이 경영철학인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을 위반한다고 해서 비난하는 일은 진부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동통신업체와 한 배를 타고 소비자들에게서 보호받을 권리를 강탈하려는 것은 정말로 사악한 짓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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