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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 레거시 리뷰 | “머글 인생은 끝” 충실히 재현한 해리 포터 세계관

허은애 기자 | ITWorld 2023.02.09
'호그와트 레거시'는 1997년 발매된 J. K. 롤링의 원작 ‘해리 포터’ 시리즈에 기반했지만, 원작 책이나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가지는 않는다. 시대적 배경도 원작의 이야기가 진행되기 한참 전인 1800년대 후반이다. 원작에서의 호그와트 교장  알버스 덤블도어가 막 태어났을 때쯤인 것 같다. 시대를 과거로 돌리는 설정은 원작 줄거리와도 충돌하지 않을뿐더러, 현대 기술을 배치하는 고민을 덜 수 있어 편리하다.
 
호그와트 신입생 열차 위를 날아가는 부엉이 ⓒ ITWorld

해리 포터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5억 권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80개 언어로 출간되었으며, 영화로도 만들어져 77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그야말로 21세기 최고의 창작 시리즈이자 새로운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원작자의 최근 행보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도 보였다.

그래서인지 호그와트 레거시는 "소설과 영화를 그대로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마법 세계관을 충실하게 따르며, J.K. 롤링의 비전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마법사 세계를 보여주는 것에 도전한다”라고 다소 애매모호하게 설명하고 있다. 다만 게임은 지팡이, 마법학교, 빗자루, 기숙사, 물약, 주문 등 익숙한 세계관 안에서 진행된다. 교수와 학생 캐릭터에도 인종적 다양성을 꾀했다. 아프리카에 있는 다른 마법학교도 게임 안에서 언급된다.
 
개발사 : 아발란체 소프트웨어(Avalanche Software)

출시일 : 얼리 액세스 가능한 디럭스 버전 2023년 2월 7일, PS5, 엑스박스 시리즈 X|S, PC 버전 게임은 2월 10일, PS4, 엑스박스 원 버전은 4월 4일, 닌텐도 스위치 버전 7월 25일

플랫폼 : 플레이스테이션 5, 플레이스테이션 4, 엑스박스 시리즈 X/S, PC, 닌텐도 스위치

가격 : 스팀 디지털 디럭스(8만200원), 스팀 일반판(6만 8,800원), 플레이스테이션 5 스탠다드 에디션(9만 6,600원), 플레이스테이션 5 디럭스 에디션(10만 9,800원), 플레이스테이션 4 스탠다드 에디션(8만 6,700원)

PC 권장 사양 : 운영체제 64비트 Windows 10
CPU 인텔 코어 i7-8700(3.2GHz) 또는 AMD 라이젠 5 3600(3.6GHz)
RAM : 16GB
GPU : 엔비디아 지포스 1080 Ti, AMD 라데온 RX 5700 XT, 인텔 아크 A770
다이렉트X 버전 : DX 12
스토리지 : 85GB SSD

장점

  • 원작의 마법 세계를 충실하게 구현
  • 원거리 마법만으로도 재미있는 전투

단점

  • 지도 내 플루 가루 네트워크 이동이 어려움
  • 플레이스테이션 5 듀얼센스 햅틱 반응이 풍부하지 않음
  • 복잡하고 풍부한 NPC 반응과 상호작용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
  • 오픈월드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다른 오픈월드 게임보다는 운신의 폭이 좁은 편

총평 

해리 포터의 마법 세계와 마법 학교를 충실히 재현해 마법사를 꿈꾸던 ‘머글’에게 제 2의 인생을 선사한다.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도입부

모두가 한번쯤 기다렸을 법한 입학 허가서 ⓒ ITWorld
 
하늘을 나는 마차. 투명한 말 '세스트럴'이 끌고 있다. ⓒ ITWorld

게임은 모두가 기대하는 것처럼 부엉이 우편으로 시작한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밤새워 읽었던 사람이라면 모두 어느 여름 밤 하얀 부엉이가 창문을 두드리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해리 포터까지는 아니지만 뒤늦은 입학을 허가받은 주인공도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입학할 때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허전하다. 말 없는 마차가 하늘을 날다가 도입부에 누군가가 사망하면서 검은 말이 모습을 드러낼 때는 원작 시리즈에 등장했던 죽음을 목격하면 나타나는 마법 동물 ‘세스트럴’을 표현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해그리드가 길들였다는 바로 그 ‘세스트럴’이다.
 
이상한 모자가 슬리데린 기숙사로 배정해 주었다. ⓒ ITWorld
 
아름답게 재현된 교내 곳곳의 벽화와 정물들. ⓒ ITWorld

부엉이, 기숙사를 정해주는 마법 모자, 기숙사의 문장과 상징, 색상, 벌점 시스템, 동물과 식물, 물약이 등장하는 마법 수업, 빗자루 비행, 버터맥주 등 해리 포터 세계의 기본 상식은 대부분 원작 이상으로 아름다운 아티팩트로 표현됐다. 플레이어는 섬세하게 버튼을 눌러 지팡이를 휘두르는 모양을 배우고, 조이스틱을 기울여 빗자루로 하늘을 난다. 원작에 흠뻑 빠졌던 경험이 있다면 정말 거대한 성 안에서 길을 처음 익히는 신입생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움직이는 계단, 고풍스러운 벽과 액자, 계단 난간 등 주변 사물과 건물도 정교하다.
 
시리우스 블랙의 고조부인 피니어스 나이젤러스 블랙 교장 ⓒ ITWorld

게임 배경인 1800년대 후반 현재, 교장인 피니어스 나이젤러스 블랙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등장 인물인 시리우스 블랙의 고조부다. 부교장인 마틸다 위즐리 교수, 교내를 날아다니면서 학생을 괴롭히는 유령 피브스는 물론 성 뭉고 병원 같이 원작에서 익숙한 이름과 지명을 발견하는 것도 시리즈 애호가만의 기쁨일 것이다.
 

생각보다 괜찮다? 원거리 마법 전투

후반부 적을 암시하는 도입부 ⓒ ITWorld

가장 궁금했던 것은 원거리 마법 전투의 타격감과 재미였다. 지팡이 외의 다른 무기를 쓰지 않기 때문에 물리적 전투는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원거리 마법사인 주인공의 일대다 전투는 단조롭지 않다. 오히려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첫인상을 받았다. 원작에서도 중요성이 강조된 기초 마법인 ‘아씨오’, ‘레비오소’, ‘익스펠리아르무스’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디펄소’나 ‘글래시우스’, ‘디핀도’ 등의 공격 마법을 조합해서 추가 데미지가 있는 콤보를 만드는 것이 묘미다. 여러 가지 조합으로 공격하는 데에 정신이 팔리면 다른 액션 게임에서처럼 방어 주문인 ‘프로테고’를 외치는 타이밍을 놓쳐서 데미지를 입기도 한다.

탐험을 통한 수집 콘텐츠가 많다는 것도 재밋거리다. 플루가루 네트워크로 어디서나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은 편리하지만 지도에 입체로 표현된 목표 지점이 명확하지 않아서 매번 잘못된 곳으로 이동해 뛰어가야 했다. 그래도 원작처럼 벽난로에서 벽난로로만 이동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웠고, 시간적 제약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얼마든지 교내를 탐험할 수 있었다. 어차피 호그와트 맵은 매우 방대하기 때문에 한 두 번만에 길을 익히기도 어려울 뿐더러, 하늘을 날아다니는 필드 페이지나 곱스톤, 나방 그림 찾기 등의 퍼즐과 트릭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처음 생각한 것과 달리 24시간이 게임 내에서 축약돼서 흐르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수업을 놓치거나 퀘스트 수행에 제약을 받거나 매번 기숙사에 돌아가서 잠을 자야 하는 번거로움은 없었다. 또 마법 나침반이나 퀘스트 가이드 등 안내가 상세하기 때문에 난도가 높지는 않다. 게임에서는 스토리/쉬움/보통/어려움의 4가지 난이도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입학식이 열리는 홀 ⓒ ITWorld
 
원작 그대로 재현된 만드라고라 묘목. ⓒ ITWorld

다만 '레드 데드 리뎀션 2', '호라이즌' 시리즈처럼 맵 전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탐험하는 수준의 오픈 월드 시스템은 아니다. 오르지 못하는 곳이 은근히 많다. 또 교내를 서성이는 동료 학생들의 대부분과는 상호작용이나 대화가 불가능하다. 호그와트 내의 모든 액자나 그림, 석상은 원작에서 묘사한 그대로 움직이고 말을 걸어오는, ‘반쯤 살아 있는’ 오브젝트지만 이들의 대사량도 많지 않다. 게임 진행률 초반을 넘기기도 전에 중복되는 대사가 나온다.
 

게임 몰입을 돕는 사운드와 접근성

배경 음악과 사운드는 게임 몰입을 섬세하게 돕는 요소다. 기본적으로는 모두 고전 음악이지만, 장소에 따라 종이나 실로폰, 하프 등이 강조된 음악이 각각 달리 흐른다. 4곳의 기숙사 휴게실마다 테마 음악이 다르다는 점도 흥미롭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 파트 2'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던 접근성 옵션은 이제 최신 게임에서는 어느 정도 기준이 마련된 느낌이다. 호그와트 레거시 역시 텍스트 음성 변환, 색약 모드, 텍스트 스케일링, 고대비 텍스트/게임 플레이, 청각 장애인을 위해 음향 효과를 시각적으로 표시하는 오디오 비주얼라이저 등 다양한 접근성 옵션을 지원한다.
 
플레이스테이션 5 플랫폼에서는 피델리티 모드, 성능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 ITWorld

플레이스테이션 5의 듀얼센스 햅틱 피드백의 강도는 세지 않은 편이다. 플레이스테이션 5 발매 이후 출시된 게임이 대부분 햅틱 반응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경향이 강한데, 손의 피로를 호소하는 게이머도 종종 있었다. '라쳇 앤 클랭크 : 리프트 어파트'만큼 트리거 입력이 세분화되지는 않았지만 빗자루 비행 등에서 진동과 트리거 버튼의 맛을 느낄 정도는 된다.

성공적인 원작을 토대로 할 때는 원작의 토씨 하나 하나를 모두 달달 외운 채 빠진 것이 없는지, 틀리지는 않았는지를 집어내려는 고전주의자 열혈 팬과 원작을 접하지 않은 새로운 게이머를 모두 포용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러나 영화도 원작 책의 모든 줄거리와 사건을 다 표현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시적 허용이 있다면 ‘게임적 허용’도 가능할 것이다.

명작으로 치기에는 조금 아쉬운 점

플레이스테이션 5의 성능 우선 설정에서는 게임 로딩이나 장면 전환이 아주 빠르거나 매끄럽지는 않았다. 또 무한 로딩도 두어 차례 경험했다. 지도를 펼칠 때 매번 성이 입체로 표현되는 시각 효과 때문에 다른 메뉴로 이동할 때 약간의 지연이 발생하는 것이 단점이다. 
 
호그와트 교내를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쓰다듬을 수 있다. ⓒ ITWorld
 
빗자루 비행 수업. ⓒ ITWorld

오픈월드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맵이 넓고 복잡한 일자식 스토리 진행 게임에 가깝다. 최근 몇 년간 AAA급 싱글 게임은 그래픽과 스토리 완성도를 모두 잡아야 호평을 받을 만큼 게이머의 수준이 상향됐다. 그런 면에서 메인 스토리는 호그와트 레거시의 강점이 아니다. 그래픽, 시각 효과나 인물 모델링 수준도 AAA급 게임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호그스미드나 성 일부분은 상상한 것보다 작고 허름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나만의 빗자루를 얻고, 복잡한 호그와트 성 안을 헤매면서 길을 잃고, 성 안의 비밀 방을 열어 보물 상자를 여는 등 충실하게 재현된 해리 포터 세계관 안에서 모험을 즐기고 싶다는 기대를 배반하지는 않을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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