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애플이 지난 20일, 지난 주 전자제품의 환경 표준 단체인 EPEAT에서 탈퇴한다는 기존 방침을 철회하고 복귀를 선언했다.
애플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인 밥 맨스필드는 공개 서한을 통해 “애플 제품이 EPEAT 평가시스템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에 실망했다는 애플 고객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번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오늘부터 모든 적용 가능한 애플 제품은 EPEAT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또한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애플의 약속은 변한적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오늘부터 이전보다 강화될 것이다. 애플은 업계에서 가장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플의 EPEAT 탈퇴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는데, 애플은 특히 EPEAT 표준을 구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애플의 EPEAT 탈퇴는 애플 제품의 공공기관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샌프란시스코 시의 경우 EPEAT 인증 컴퓨터를 사용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정부 전반에 걸쳐 컴퓨터 구매 기준의 최소 95%가 EPEAT 표준을 만족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한 애플의 핵심 고객군에게도 적지 않은 실망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EPEAT CEO 로버트 프리습는 “애플의 기존 제품은 물론 새로운 제품이 EPEAT 레지스트리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발표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지속적인 표준 개발에 애플의 강력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의 대변인 케이시 하렐은 “이는 환경에 반하는 컴퓨터 제품을 원하지 않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악마는 세부 사항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 최소한 처음 출하된 신형 맥북 프로의 경우 배터리가 케이스와 붙어 있어 별도로 재활용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애플이 EPEAT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신형 맥북 제품이 케이스와 붙어 있는 배터리,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EPEAT 인증을 받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EPEAT의 대변인은 애플 제품 디자인의 구체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기본적인 평가 시스템에 대해서만 설명했다. EPEAT 평가시스템에는 23개의 요구 조항이 있는데, 이중 50%를 만족하면 실버 등급, 75%를 만족하면 골드 등급이 매겨진다. edito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