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잡아 없애는 거야, 잡아 두는 거야?

Paul Glen | Computerworld 2008.06.30
IT 분야 종사자들은 문제에 푹 빠져 산다. 문제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바탕에 깔린 근본적인 구성 원리 중 하나다. 우리는 문제를 찾고,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따라서 관리직으로 옮기게 되면 스스로를 관리 문제의 해결사로 생각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관리자가 된 우리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관리 문제는 보통 어떤 형태의 위기로 표면화된다. 프로젝트 마감을 넘기거나, 예산을 초과하거나, 고객 또는 사용자가 불만을 터뜨리거나,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망가진다. 그러면 탁월한 문제 해결사인 우리는 해법을 찾아 나선다.

많은 경우 이러한 해법에는 일종의 프로세스 또는 정책이 수반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적시에 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일이 잘못됐다면, 앞으로는 서비스 또는 제품이 필요하기 2주 전에 서면으로 요청해 달라고 고객에게 요구한다. 고객이 시스템 작동 방식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경우 다음 번에는 구현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요구 사항을 승인하고 서명해줄 것을 요청한다. IT 직원이 고객에게 조잡하게 작성된 문서를 전달했다면 해당 직원에게 앞으로는 배포하기 전에 편집 담당자에게 제출하도록 지시한다.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과연 위에 예시한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실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단순히 문제의 증상만 없앨 가능성이 크다.

고객이 제때에 요청을 전달하지 않는다면 거기에는 여러 가지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IT 직원들을 무시하면서 고의적으로 이들을 골탕먹이거나, IT 직원들의 시간을 본인의 시간만큼 소중히 여기지 않고 여유 시간을 더 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후자일 가능성이 더 크다.

고객 그룹이 IT 그룹의 우선 순위나 업무 부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제때에 요청을 전달하려면 필요한 사항을 미리 파악해야 하는데, 고객에게 그럴 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엄격한 시간 계획에 따라 강제로 이루어지는 형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은 고객과 IT, 두 팀 간의 지지부진한 관계를 증진하거나 계획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성가시고 번잡하게 느껴질 뿐이다.

고객이 납품 시점에서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 이 고객은 아마 애초부터 스스로의 요구 사항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요구 사항을 승인하고 서명한다고 해서 이 고객이 다음 시스템에서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 더 잘 이해하는 것도,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더 잘 파악하는 것도 아니다. 요구 사항이란 것은 사용자에게 실제 시스템, 또는 적어도 프로토타입이나 시제품을 다뤄볼 기회를 주기 전까지는 완전히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IT 직원이 고객에게 전달하는 문서의 상태가 조악하다면 해당 직원이 문서 작성에 소질이 없거나 제대로 문서를 작성하는 일에 별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일 수 있다.

외부 편집 단계를 거치면 도움이 되지만 일반적으로 조잡한 문서의 원인은 부족한 작문 실력이 아니라 불명확한 사고에 있다. 편집자는 작성자 대신 생각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도와줄 수는 있다.

상기한 전형적인 해법 유형은 실제 문제는 내버려 둔 채 그 증상만 없애며, 나아가 이전보다 문제를 더 오래 지속시키고 더 까다롭게 만들어 사실상 문제를 심화시킨다.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시점을 강제하는 정책은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형식적이고 제한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진다. 형식적인 요구 사항은 비즈니스 가치를 보장하지 못한다. 또한 지나친 편집의 개입은 작성자로 하여금 본인이 쓴 글에 대한 교정 작업에서 손을 떼도록 한다. 다른 사람이 대신 해준다는데 귀찮게 왜 직접 하겠는가?

관리 문제를 처리할 때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라. 지금 문제를 잡아 “없애는” 건지 아니면 잡아 “붙드는“ 건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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