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익스플로러에 내려진 시한부 사망 선고에 대한 소회
잠시 IE의 역사를 돌아보자.
지난 1993년 웹이라는 최신 문물을 다룬 기사를 처음 작성하면서 웹이 중요한 무언가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당시 빌 게이츠는 웹을 과소평가했다. 게이츠는 1994년 컴덱스(Comdex) 행사에서 “10년 후 인터넷의 상업적 잠재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
물론 빌 게이츠는 결국 그 생각을 바로잡았다. 그러나 웹 브라우저를 최초로 출시한 것은 빌 게이츠도 마이크로소프트도 아니었다. 절대로 아니다.
최초의 그래픽 웹 브라우저라는 영광은 유닉스 브라우저인 비올라WWW(ViolaWWW)에 돌아간다. 이후 어느 정도의 반응을 얻은 최초의 그래픽 웹 브라우저는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교(UIUC) 국립 수퍼컴퓨팅 응용센터(NCSA)에서 나온 모자이크(Mosaic)였다. 마크 앤드리슨과 에릭 비나가 개발했고 아직도 많은 이가 기억하는 브라우저다. 한편 최초의 윈도우 그래픽 웹 브라우저는 첼로(Cello)였다.
모자이크는 페이지에서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최초의 브라우저였다. 이것은 그야말로 판도를 바꾸는 기능이었다. 이미지를 별도의 파일로만 표시할 수 있었던 초기 브라우저는 모자이크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모자이크는 초창기 최초 브라우저 전쟁의 승자였다.
너무 늦은 방향 전환
1995년 이미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웹 브라우저를 간절히 원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무언가 내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상태였다. 1995년 5월 게이츠는 “인터넷은 1981년 IBM PC가 도입된 이래 나온 가장 중요한 단독 개발품이다” 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고 인터넷을 걷잡을 수 없이 몰려오는 해일에 빗대기 시작했다.해일이든 아니든 마이크로소프트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봉책은 성공한 모자이크 웹 브라우저의 상업 버전인 스파이글래스(Spyglass)를 채택하는 것이었다. 스파이글래스를 바탕으로 한 인터넷 익스플로러(IE) 1은 1995년 8월 윈도우 소프트웨어 애드온 패키지인 윈도우 1995용 마이크로소프트 플러스의 일부로 첫 선을 보였다.
IE 1은 실패작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IE로 얻는 수익 중 일정 비율을 약속 받았던 스파이글래스와의 사이도 나빠졌다. 그러자 마이크로소프트는 IE를 윈도우에 끼워 넣기 시작했다. 당연히 수익이 없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1997년 스파이글래스와 800만 달러에 합의를 보게 된다.
이렇게 해서 스파이글래스/모자이크 코드베이스는 IE의 일부로 남았다. IE7부터는 상황이 달라졌지만 IE1에서 IE6까지는 정보 항목에 “스파이글래스 주식회사와의 라이선스 계약 하에 배포”라는 문구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IE로 혁신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와 동시에 안드리슨이 모자이크 코드를 활용해 개발한 넷스케이프(Netscape)는 웹 브라우저로는 최초로 널리 성공을 거뒀다. 안드리슨은 넷스케이프로 인해 “윈도우는 디버깅이 제대로 안 된 장치 드라이버로 전락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IE가 눈엣가시 넷스케이프를 처치한 방법
마이크로소프트는 넷스케이프의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넷스케이프 CEO 제임스 바크스데일이 나중에 증언한 바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1995년 6월 넷스케이프와 만난 자리에서 윈도우 브라우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독식할 테니 브라우저 시장을 나눠 갖자고 제안했고 넷스케이프가 이 제안을 거절한다면 짓밟아 버리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바크스데일은 2001년 미국 법무부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33년간 IT 업계에서 일하는 동안 경쟁사와 만난 자리에서 경쟁을 중단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취지의 말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들은 적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넷스케이프는 기술 혁명을 계속 선도했다. 실질적인 혁명이 일어난 곳은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터(Netscape Communicator)였다. 일례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라 할만한 자바스크립트(JavaScript)는 넷스케이프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도 나름대로 전성기가 있었다. 예를 들어 IE 3.0은 브라우저로서는 최초로 1996년에 CSS(Cascading Style Sheets)를 채택했다.
IE는 지금에 와서야 종말을 맞지만, 이렇게 잘 해 나가던 넷스케이프가 오래 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진짜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운영체제의 독과점 지위를 악용해 넷스케이프의 PC 진입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업체에 압력을 행사해 모든 PC에 새 운영체제와 브라우저를 기본으로 설치해 출시하게 했다. 목적은 다른 PC 운영체제 업체를 견제하는 것이 아니었다. 실질적으로 90년대 중반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경쟁업체가 없었다. 목적은 오직 넷스케이프를 말살하는 것이었다.
법원의 생각도 같았다. 법무부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에서 승소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PC 독점으로 인해 넷스케이프가 IE와 경쟁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별도의 여러 회사로 해체하거나 코드를 오픈소스화하지 않고, 그저 가벼운 경고를 던지고 말았다. 그 후 넷스케이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1995년에 협박한 내용 그대로 고사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현 세대에 익숙한 브라우저가 된 연유는 이렇다. 잘 모르는 사용자도 많을 것이다.
조용히 찾아온 종말
특히 2001년 윈도우 XP 와 IE6을 함께 공개한 후부터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혁신을 그만두었다. 굳이 혁신할 이유가 없었다. 실질적인 대안이 없었던 사용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었다. 2000년대 중반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시장 점유율은 꾸준하게 90%를 넘었다.그러나 2005년 전후 넷스케이프의 옛 코드에서 시작한 파이어폭스(Firefox)가 쓸 만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IE의 실질적인 종말은 2008년 구글이 빠르고 효율적인 최신 웹 브라우저 크롬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한 번도 크롬을 따라잡지 못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신 브라우저 엣지는 크롬의 오픈소스 코드인 크로미움(Chromium)을 기반으로 한다. 사실 파이어폭스를 제외한 모든 현재 주요 윈도우 웹 브라우저는 모두 크로미움을 바탕으로 구축되었다. 엣지는 IE 모드라는 기능을 제공한다. 최신 웹사이트에는 크로미움 엔진을 사용하고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연동하는 레거시 사이트에는 IE11의 트라이던트(Trident) MSHTML 엔진을 사용하는 기능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자체는 그냥 죽도록 방치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쓰는 사용자가 있다. 미국 연방 정부의 디지털 애널리틱스 프로그램(DAP)에 따르면 지난 7일간 미국 정부 사이트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방문한 규모는 평균 30만 건이나 된다.
비록 윈도우 10 상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11 지원은 6월 15일에 종료되지만 인터넷 익스플로러 11이 바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윈도우 8.1과 윈도우 7(그리고 심지어 윈도우 10 엔터프라이즈 버전 20H2)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11 데스크톱 클라이언트는 확장 보안 업데이트를 받으면서 명맥을 유지한다.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 엣지의 IE 모드 역시 적어도 2029년까지 계속 지원된다. 따라서 그 불쌍한 인터넷 익스플로러 전용 웹사이트와 앱도 향후 몇 년간은 계속 작동할 것이다. 엣지 브라우저로 구형 웹사이트를 열 때 그 기능이 계속 사용되기 때문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직접 설치/제거하면 곤란할 수도 있다. 당분간 엣지 브라우저로 구형 웹사이트를 열 때 그 기능이 계속 사용되기 때문이다.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이 당분간 계속해서 마이크로소프트 엣지로 연결될 것이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언질도 있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언제 정말 완전히 종료될지는 알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지원하지 않는 윈도우 업데이트가 나오고 말 것이다. ‘진정한 그 날’이 정말 기다려진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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