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섬웨어 범죄조직 블랙캣(BlackCat)이 몸값 협상을 거부하는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곧 시행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사이버 사고 보고 규정을 악용하기 시작했다. 공격자들은 이미 한 피해 기업을 SEC에 고발했으며, 12월 중순에 새로운 규정이 정식 시행되면 이런 고발이 일반적인 관행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수요일 블랙캣은 금융 기관에 디지털 대출 솔루션을 제공하는 메리디안링크(MeridianLink)를 데이터 유출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자신들이 공격한 기업에 망신을 주기 위한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랜섬웨어 조직은 탈취한 데이터를 판매하거나 공개하겠다고 협박해 비협조적인 피해자를 항복시키는 이중 갈취 전술을 도입했다.
실제로 일부 사이버 범죄 집단은 파일을 암호화하는 악성코드를 배포하지도 않고 바로 데이터 유출 협박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공격자와의 대화를 보도한 DataBreaches.net에 따르면, 블랙캣과 메리디안링크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침해는 11월 7일에 발생했으며, 데이터 유출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캣은 메리디안링크를 대표하는 누군가가 처음 연락을 취한 후 통신이 끊겼다고 말했다. 그 결과 11월 15일, 블랙캣은 데이터 유출 블로그에 메리디안링크의 이름을 공개하고, 한 걸음 더 SEC에 고발했다. 8-K 양식에 따라 "고객 데이터 및 운영 정보를 손상시키는 중대한 침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대한 위반에 대한 보고를 요구하는 새로운 SEC 규정
12월 15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SEC 사이버 보안 보고 규칙에 따라 미국 상장 기업은 회사의 재무 상태와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사이버 보안 사고가 발생해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면, 영업일 기준 4일 이내에 이를 공개해야 한다. 지난 7월 새 규정을 채택할 당시, SEC 의장 게리 겐슬러는 "기업이 화재로 공장을 잃든, 사이버 보안 사고로 수백만 개의 파일을 잃든, 이는 투자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어떤 사고가 중요한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 SEC의 조처로 기업의 사이버 보안 태세를 허위로 진술하면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고, 이제 새로운 규정으로 데이터 침해의 영향도 마찬가지가 됐기 보안 책임자의 역할은 한층 더 복잡해졌다. 지난달 SEC는 '알려진 위험'을 공개하지 않고 회사의 사이버 보안 조치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아 투자자를 오도한 혐의로 솔라윈즈와 솔라윈즈의 CISO를 기소했다.
랜섬웨어 조직이 규정과 신고 기능을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할 가능성에 대해 SEC가 어떻게 대응할지, 그리고 초기에 새로운 규정을 좀 더 관대하게 시행할지도 관심사이다.
사이버 위험 관리 전문업체 블랙 카이트(Black Kite)의 연구 책임자 퍼햇 딕비익은 "네트워크를 침해하고 암호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도난당했다고 주장하며 메리디안링크에 추가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업계를 당황하게 했고 사이버 범죄와의 전쟁에서 새로운 SEC 규정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또 “ALPHV에 미국 내 계열사가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새로운 사이버 갈취 수법에 대한 경각심 일깨우기
딕비익은 "SEC 규정은 투명성을 위한 것이지만, 메리디안링크와 MGM 사건은 규정 준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 있다"라며, "사이버 보안은 역동적이며 강력한 상시 방어와 사전 예방적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업계 전반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사이버 보안 업체 셈페리스(Semperis)의 CISO 짐 도겟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적이긴 하지만, 블랙캣이 피해자를 SEC에 고발했다는 보도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랜섬웨어 경제에서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어떤 사람은 블랙캣의 행동이 기껏해야 기회주의적인 행동이며, 피해자들이 더 빨리 돈을 지불하게 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블랙캣이 미국 사법기관의 조준선에 놓일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랜섬웨어 조직은 범죄 조직이며 그들의 유일한 동기는 이익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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