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 랜섬웨어 대책반의 쾌거였다. 랜섬웨어는 한 해에 전세계 조직 중 1/3 이상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고, 피해 조직 중 2/3은 상당한 수익 손실을 호소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지급된 랜섬웨어 몸값 총액은 6억 달러가 넘는다.
FBI는 개인키를 입수한 경위와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몸값 일부를 회수한 방법에 대해서 말을 아꼈지만, 블록체인 상에서의 트랜잭션 추적은 사이버범죄 수사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사법 당국은 원시 블록체인 데이터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툴을 제공하거나 전담 전문가를 보유한 분석 회사와 자주 공조를 진행한다.
암호화폐 트랜잭션 추적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블록체인 정보 전문업체 TRM 랩의 티알엠 랩(TRM Labs)의 사법 및 공공 책임자 아리 레드보드는 “우리는 자금의 흐름을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추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시 블록체인 데이터를 파악하면, 랜섬웨어 피해자가 지급한 몸값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 블록체인 상의국가 지원 해킹 활동부터 금융 사기와 심지어 유괴 사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죄 행각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블록체인 조사 대행업체인 사이퍼블레이드(CipherBlade)의 사건 책임자 폴 시베니크는 수사에는 대개 몇 주가 걸리고 틈새 기술 지식과 창의력이 필요하지만 “확실히 최소한 25%라는 적지 않은 몸갑을 회수할 확률이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수사의 진행 단계
레드포드의 설명에 따르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몸값 회수는 레드보드의 표현에 따르면 “매우 독특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번 법무부의 쾌거 덕분에 피해자들은 몸값 회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블록체인 수사는 소요 기간이 저마다 다르지만, 수사 단계는 범죄 유형과 관계없이 비슷하다.
공격이 발생하면 수사관들은 몸값이 지급된 암호화폐 주소를 확보한다. 보통 돈은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다른 주소로 이동하고 여러 디지털 지갑으로 쪼개지고 비트코인에서 다른 암호화폐로 변환되고 여러 블록체인 사이를 이동한다. 해커는 흔적을 감추기 위해서, 그리고 동료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자금을 옮긴다. 일부 사이버 범죄 집단은 전문 자금 세탁업자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 모든 트랜잭션은 블록체인에 브로드캐스팅된다.
체이널리시스 영국 운영 담당자 필 라라트는 “트랜잭션 해시가 보이고 비트코인과 기타 암호화폐 주소도 보이지만 주소들의 상호 연결 방식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누구나 공개 원장에 접근해 원시 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지만, 실질적인 정보를 이끌어내는 일은 만만치 않다. 귀중한 정보를 알아내는 한 가지 방법은 주소들을 한 데 묶는 것이다. 그러면 개인, 거래소, 랜섬웨어 집단 등과 같은 주소 통제 주체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인 지갑에는 5~6개의 주소가 있는 반면, 블록체인 상에서 운영되는 거래소와 같은 일부 서비스는 수백만 개의 주소를 한 데 묶을 수 있다.
한 데 묶인 주소의 배후에 정확히 누가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블록체인 정보 업체는 배후를 알아낼 수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러 소스로부터 정보를 취합한다. 이 때 트랜잭션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다크웹 포럼, 소셜 미디어 게시물, 법원 문서 등 블록체인 외부의 자료를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레드보드는 “페이스북에서 누군가 비트코인으로 자금을 요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거기에 주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 주소는 복사되고, 경우에 따라 사이버범죄 조직, 테러리스트 조직 등 불법 단체와 연결될 수 있다.
블록체인 정보 업체는 이런 정보를 차후 참고용으로 수집해 저장한다. 레드보드는 “우리는 대규모의 암호화폐 주소 블랙리스트를 작성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주소 분류는 백그라운에서 진행된다. 블록체인 정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수사관은 돈이 지급된 주소를 입력하기만 하면, 디지털화된 돈의 흐름을 볼 수 있다. 가치 있는 정보란 예컨대 해당 주소로 다른 돈도 지급됐는지 여부이다.
사이버 범죄자는 흔적을 없애기 위해 자금 이동을 반복하지만 언젠가는 멈춰야 한다. 비트코인은 활용 범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 달러와 같은 전통적인 화폐로 바꿔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돈이 현실 세계로 들어올 때 사법 당국이 개입해 몰수할 수 있다. 대부분의 거래소는 규칙과 규정을 따르기 때문이다. 레드보드는 “사법당국은 ‘고객 확인 절차(KYC)’ 정보를 확보했기 때문에 해당 지갑 주소의 소유자나 관련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법당국이 취할 수 있는 중대한 조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