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아리스타, 주니퍼, 익스트림, HPE 아루바 같은 업체는 대대적인 제품 재설계와 함께 부품 부족 해결 등 몇 개월에 걸친 노력 덕분에 제품 출하량이 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고 일부 기업은 아직도 주문 지연 문제를 겪고 있다.
주니퍼 CEO 라미 라힘은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분기 실적 발표에서 “예상대로 올해 주문 잔량이 확실히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평상시 예상 수준의 약 3배에 이른다"라고 말했다. 주니퍼는 올해 초 약 20억 달러의 주문 잔량을 보고했는데, 이번 회계연도가 끝나는 12월에는 이 수치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스코 역시 아직 주문 잔량이 상당한 수준이지만 그동안 상황이 빠르게 개선됐다고 보고했다.
시스코 CFO 스콧 헤런은 최근 애널리스트 대상 실적 발표에서 “공급 상황이 정상화됨에 따라 주문 잔량 기간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예상대로 고객 인도분이 증가해 2024 회계연도 연말 주문 잔량은 과거의 약 2배 수준으로 줄었다. 이 초과 주문 잔량은 2024 회계연도 상반기에 줄어들 전망이며, 대부분은 1분기에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문 잔량과 공급망 문제도 여전히 관심사지만 모든 업체가 더 중점적으로 이야기한 주제는 AI 개발이라는 기회다.
예를 들어 시스코 CEO 척 로빈스는 시스코의 AI 이더넷 패브릭에 대한 주문 규모가 5억 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로빈스는 “AI의 가속화는 세상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줄 것”이라며 “시스코는 AI를 위한 ASIC 설계 및 확장 가능한 패브릭을 통해 하이퍼스케일러 등이 AI/ML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확장하는 데 있어 유리한 위치다. 향후 5년 동안 AI 워크로드 연결은 이더넷이 주도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시스코는 최근 엔터프라이즈 및 하이퍼스케일러를 위한 대규모 AI/ML 인프라 지원을 목표로 새로운 하이엔드 프로그래머블 실리콘 원(Silicon One)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AI/ML 모델은 한때 GPU 몇 개만 필요했던 수준에서 이제는 수만 개의 GPU를 병렬, 직렬로 연결해야 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시스코는 GPU의 수와 네트워크의 규모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리스타 CEO 제이슈리 울랄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라는 기회는 흥미진진하다. 대형 클라우드 고객사 여럿이 기존 클라우드 및 AI 네트워킹 계획을 점검하고 있으며, 아리스타도 이 변화에 적응하여 AI에 대한 투자를 2배로 늘리고 있다. 2025년과 그 이후에는 클러스터와 프로덕션 배포의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AI 네트워킹은 향후 10년 동안 클라우드 네트워킹의 확장 요소가 되어 응집력 있고 매끄러운 프론트 엔드 및 백엔드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랄은 “현재 백엔드 AI 네트워크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고 2024년에는 파일럿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리스타와 시스코도 향후 AI 네트워킹의 주요 도구로 이더넷에 크게 베팅하고 있다. 두 업체는 최근 발표된, 리눅스 재단이 주최하는 울트라 이더넷 컨소시엄(UEC)의 회원사다. UEC는 물리, 링크, 전송 및 소프트웨어 레이어의 이더넷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AMD, 브로드컴, 에비든(Eviden), HPE, 인텔,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도 소속돼 있는 UEC는 AI에 필요한 수준의 규모와 속도를 처리할 수 있도록 현재의 이더넷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울랄은 “AI의 트래픽 및 성능 요구사항은 기존 시스템과 다르다. AI 트래픽은 동기화된 소수의 고대역폭 흐름으로 구성되므로 충돌이 발생하기 쉽고, 수천 개의 GPU를 연결해서 수십억 개의 매개변수를 생성하는 AI 클러스터의 작업 완료가 지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울랄은 아리스타가 지능적 부하 분산, 보고를 위한 고급 분석기, 기타 예측 가능한 성능을 달성할 수 있는 툴 등 EOS 네트워킹 소프트웨어를 위한 기능을 개발해왔으며, 정립된 이더넷 및 IP 기술이 궁극적으로 기반 아키텍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코는 향상된 이더넷 기술을 결합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이 이른바 예약된 패브릭(Scheduled Fabric)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예약된 패브릭에서는 칩, 광 장비, 스위치와 같은 물리적 구성요소가 하나의 큰 모듈형 섀시 형태로 연결되어 상호 통신하면서 최적의 스케줄링 동작을 제공한다.
로빈스는 “예약된 패브릭이 나오고 고객이 인피니밴드에서 이더넷으로 더 안심하고 전환할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 AI의 진정한 영향력이 드러나게 된다. 빠르면 2024년 하반기일 것이고 늦어도 2025년에는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니퍼의 경우 AI가 이미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주니퍼의 라힘은 “현대적 마이크로서비스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되는 AI 주도 운영에 있어 주니퍼가 가진 리더십을 기업 고객이 인지하고 있다. 2분기 미스트(Mist) AI(주니퍼의 핵심 클라우드 기반 관리 시스템) 기반의 제품인 미스트 비즈니스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0% 가까이 성장하며 분기 성장 최고 기록을 세웠다. 주문은 전년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라고 말했다.
주니퍼는 최근 챗GPT AI 기반 대규모 언어 모델을 미스트의 가상 네트워크 비서인 마비스(Marvis)와 통합했다. 마비스는 지속적으로 장애를 일으키는 유무선 클라이언트, 불량 케이블, 액세스 포인트 커버리지 공백, 문제가 발생하는 WAN 링크, 부족한 무선 주파수 용량을 비롯한 수많은 네트워크 문제를 감지하고 설명할 수 있다.
주니퍼는 챗GPT 기능의 추가로 마비스의 역할을 확대하면서 문서화 및 지원 옵션을 보강하고 IT 관리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도움을 신속하게 받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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