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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이야기 거리가 가득한 WWDC 2017 키노트 총평

Jason Snell | Macworld 2017.06.08
영화 ‘프린세스 브라이드(The Princess Bride)’를 보면, 이니고 몬토야(Inigo Montoya)는 일련의 사건이 지나간 후, 영화 속 주인공이 의식을 잃은 뒤 어떤 일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설명해 드리죠,” 라고 처음 운을 뗀 그는 그러나 곧, “아니, 그러면 얘기가 너무 길어질 듯 하니 요점만 말하죠” 라고 정정했다.

WWDC 2017 키노트를 설명해야 하는 필자 역시 이니고 몬토야와 비슷한 심정이다. 여러 가지 내용들로 꽉꽉 들어 찬 두 시간을 디렉터스 컷에서 소개하려면 아마 3시간이 넘게 걸릴 것이다. “부가적 기능” 슬라이드에는 이스터 버니의 혼을 빼 놓을 만큼 충분한 이스터 에그가 있었다. 이야기 할 거리는 넘쳐난다. 앞으로 며칠간, 아니 어쩌면 여름 내내 이 이야기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선은 월요일 애플의 프레젠테이션으로부터 알 수 있는 몇 가지 큰 그림을 살펴보자.

애플의 ‘프로’ 우대 정책, 현실 된다
올해 초 애플이 프로페셔널 맥 사용자에 초점을 맞추기로한 기업 방침을 강조할 때만 해도 그저 앞으로는 더 잘 하겠다는 정도의 의미를 담은, 프로 사용자들을 위한 립서비스 정도라고 생각했다.

월요일 애플의 발표는 그러나 그것이 말 뿐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브리핑을 하며 곧 출시될 아이맥 프로의 존재를 강하게 암시했을 뿐만 아니라, 노트북 전 제품군에 걸친 신속한 개선을 약속했다. 특히 불과 8개월 전 출시된 맥북 프로 라인에 케이비 레이크 프로세서를 장착하겠다고도 발표했다.

대부분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맥 프로는 원래 맥 프로를 대체할 의도로 제작된 제품이다. 아이맥의 존재로 인해 신형 맥 프로가 맥 제품군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 지 궁금해지긴 하지만, 어쨌든 아이맥 프로가 고급 사용자의 니즈에 집중한 데스크톱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필자는 신형 아이맥 프로의 스펙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게임 개발자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아이맥 프로는 확실히 대중성을 겨냥한 제품은 아니다(시작가부터가 5천 달러 대이다). 하지만 필요한 이에게는 꼭 필요한 기능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애플의 케이비 레이크 업데이트도 빼놓을 수 없다. 그 동안 전문가 사용자들은 인텔 프로세서의 스피드 개선에도 불구하고 맥 하드웨어의 늑장 업데이트로 인해 답답함을 느꼈었다. 이번 케이비 레이크 업데이트의 경우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애플의 맥 업데이트가 좀 더 신속해 질 것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분명히 전문가 사용자들에게는 중요한 발전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애플을 신뢰할 수는 없다. 애플은 이제 업데이트 한 번에 몇 년씩 걸리던 과거의 패턴을 접고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지속해 나가야만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애플, VR과 AR 기술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경쟁 업체들이 VR과 AR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동안, 애플은 이상하리만치 이 부분에 대해 침묵을 지켜 왔다. 하지만 이제 침묵은 끝났다. 월요일 키노트에서는 애플이 VR과 AR 기술을 아주 중요시하고 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이들 기술에 투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언젠가 애플이 자체적인 VR 및 AR 하드웨어를 만들 날이 올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애플은 이미 강력한 프로세서 파워와 카메라가 장착된 수백만 대의 기기를 판매해 왔으니 말이다. 이 날의 데모는 윙넛(Wingnut)의 증강 현실 게임 플레이 데모였는데, 무대 위 데모 테이블에서 시연되었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포켓몬 고를 통해 증강 현실의 가능성을 경험한 바 있지만, 애플의 AR키트(ARKit)는 iOS 상에서 고 퀄리티 AR 경험이 가능한 앱 개발을 가능케 할 것이다. 이 역시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VR의 경우 그러나 전망이 그렇게 분명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머지 않아 하이엔드 맥 제품에서 VR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ILM(Industrial Light and Magic) 스타워즈 데모는 맥에서, 특히 신형 아이맥 프로에서 VR 게임 개발이 곧 가능해 질 것임을 보여준다. 나 역시 장기적으로는 모바일 프로세서를 장착한 VR 헤드셋이 VR 경험의 주요 통로가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지만, 일단은 맥 제품군이 VR과 관련하여 방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고 진지하게 VR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아이패드 프로, 날개를 달다
7년의 세월 동안 아이폰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아이패드 프로는, 드디어 iOS 11과 함께 자신만의 날개를 달고 아이폰과 차별화 되는 듯하다. 새로운 독, 멀티태스킹 뷰, 드래그 앤 드롭, 파일 앱 등, iOS 특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맥에 한정되어 있던 기능들을 아이패드에 추가하면서 아이폰과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아이패드 멀티태스킹은 iOS 11에서 확 바뀌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멀티태스킹 뷰가 기존의 어플리케이션 스위처와 통제 센터를 대체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기능들은 결국 아이패드 프로를 통해 생산성이 요구되는 작업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환영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관심 밖의 기능이 될 것이다.

맥OS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파일’ 앱이 훨씬 더 파인더 앱과 비슷해졌고, 독 역시 맥과 아주 유사해졌다(하지만 축소창 영역 대신 시리가 앱을 제안한다). 드래그 앤 드롭 역시 아주 익숙한 그 느낌 그대로다. 이런 부분들은 맥이 지난 몇 년간 다수 사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당연한 일이다. iOS 11은 새롭고, 여전히 진화 과정 중에 있지만, iOS 사용자들 역시 맥 사용자들과 비슷한 요구가 있다. 맥에서는 파인더 앱이 디폴트이다. 모든 사용자가 대면하게 되는 홈 화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패드의 경우, 파일 앱이 파인더 앱과 같은 기능을 하며, 이 앱은 사용자가 원할 때마다 불러 올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간 애플 뮤직과, 한 발 물러선 시리
WWDC 키노트와 관련된 루머들을 살펴 보면서, 이번 WWDC는 시리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이벤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새로운 음성 및 알림 기능, 프로액티브 어시스턴트, 그리고 홈팟 연동 등, 시리와 관련해 소개할 내용은 많았지만 뭔가 뚜렷한 중심이 없는 느낌이었다.

‘시리’가 정확히 무엇인가에 대한 유동적인 개념 정의에도 불구하고, 사실 애플이 이것 저것 다양한 잡동사니를 한 상자 안에 우겨 넣어 놓고 그 모든 것을 뭉뚱그려 ‘시리’ 라고 이름 붙여 놓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시리는 음성 비서이지만, 텍스트 형식으로 구현되기도 한다. iOS나 애플 TV, 맥 OS, 애플 워치 등 기기별로도 다르다.

홈팟 연동 발표 역시 어쩌면 시리에게 ‘대박’일 수도 있었던 아이템이다. 어찌됐든 거실 한복판에서 비서에게 말을 걸듯 시리를 불러 오더를 내릴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홈팟은 시리 보다는 음악, 특히 애플 뮤직 쇼케이스에 초점을 맞췄다. 트위터(고음 스피커), 우퍼(저음용 스피커), 오디오 프로세서 등의 주제가 키노트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시리에 대한 언급은 끝부분에서 약간 이루어졌을 뿐이다.

과연 이유가 뭘까? 필자의 생각에는 시리의 개념 정의가 워낙 광범위하고, 또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측면에 있어서 홈팟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시리를 너무 강조해 그 기능을 어느 한 측면으로 고착화시키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다. 대신 애플 뮤직의 방대한 라이브러리, 플레이리스트 큐레이팅, 개별화 된 음악 추천 등의 주제가 주로 언급되었다. 사실 꽤 똑똑한 결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운드 품질에 대한 강조만으로도 홈팟은 아마존 에코의 최대 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에 대한 언급이 극도로 자제되었다는 것은 흥미롭다. 어쩌면 애플은 우리 생각보다 시리에 대해 자신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깃거리로 가득 찼던 WWDC 이벤트
역시, 이 한 편의 글에는 모든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없다. 그러니 짧게 요약하며 마무리 하겠다. 4개의 메이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관리해야 하고, 업데이트가 밀린 하드웨어가 잔뜩 쌓여있는 기업에게는 매일 매일이 월요일과도 같다. 애플의 키노트 콘텐츠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며칠, 길게는 몇 주가 걸릴 수도 있다. 키노트는 그저 애플의 새로운 포문을 여는 시작이었을 뿐, 우리는 아직까지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해 WWDC 키노트의 완성도에 감탄했다.

필자는 올 해 애플이 뭔가를 증명해 낼 것이라고, 지난 몇 년간 애플에게서 사라진 듯했던 굶주림과 열망을 다시 한 번 보여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렇다면 그건 정말 좋은 소식이다. 애플이 사용자들에게, 개발자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 자신에게 스스로를 증명 하려 노력하는 것이 좋다. 애플은 무엇보다 도전하고 혁신할 때 꽃 피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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